무장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선 노동자와 시민들, 이들이 역사의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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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해제 후 매스미디어는 사회 상층의 정치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압도적으로 많이 다룬다.
하지만 계엄을 해제시킨 주역은 노동자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계엄령 선포에 수천 명이 국회 앞으로 집결했다. 이들은 국회 정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들에게 항의하며, 국회의원 등이 국회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왔다.
무장한 계엄군이 도착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군용 차량을 맨몸으로 막아서고, 담장을 넘어 국회 청사로 진입하려는 군인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나를 밟고 가라”며 드러누운 사람도 있고, “불법을 저지르지 마라”며 군인을 설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30대 여성인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구를 맨손으로 막는 모습은 외신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대중 정서 때문에 계엄군의 사기가 좋지 못했다. 〈조선일보〉가 당일 작전에 투입된 다수의 계엄 군인을 취재한 단독 보도를 보면(12월 6일 자), 군인들은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따르긴 하지만 큰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명령이라 일단 따랐지만, 무장하지도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707이 이사카(샷건)까지 들고 쳐들어가는 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예부대인] 우리를 이용해서 국회를 턴다니 사기가 떨어졌다.”
“마음만 먹었으면 10~15분 내에 정리할 수 있었[지만] … 일부러 뛰지도 않고 걸어 다녔다.”
유튜브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돌아가는 한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거듭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 장면도 있었다.
아침이 밝자 사람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윤석열 즉각 퇴진을 요구했고, 저녁에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그리고 매일 저녁 거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자기 행동이야말로 역사를 좌우하는 진정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