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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운동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를 지지하다

이 글은 2월 21일에 발행한 ‘트럼프의 “가자 주민 강제 이주” 계획 중단하라 — 아랍 지배자들은 강제 이주 반대하지만 하마스도 제거하고 싶어 한다’를 개정·증보한 것이다. 상황 변화를 반영해 글의 전반부를 새로 썼고, 후반부는 그대로다.

2월 23일(이하 현지 시각)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620명을 이스라엘 감옥에서 석방하기로 한 결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하마스는 그 전날 가자 휴전 협정에 명시된 대로 이스라엘인 포로 6명을 가자지구에서 석방했다.

가자 휴전 1단계는 3월 1일에 종료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휴전 2단계 협상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2단계로 넘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휴전 1단계에서 미국의 압력을 통해 남아 있는 모든 이스라엘인 인질들이 석방되기를 원한다.

그리되면 하마스는 종전 약속을 확보하지 못한 채 (유일한 협상력인) 이스라엘 포로를 더 많이 석방해야 한다. 그래서 하마스는 이 제안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석방 조건을 강화할 듯하다. 각각의 이스라엘인 인질에 대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500명 또는 1000명의 석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휴전 2단계의 목표는 종전 합의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종전은 10월 7일 하마스 공격 방어 실패와 하마스 분쇄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시작됨을 뜻한다.

이스라엘의 극우는 전쟁 지속을 원한다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으로 진입하는 이스라엘군 ⓒ출처 Quds News Network

이스라엘 극우 정치 세력은 하마스를 파괴하지 못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대거 추방하지 못한 채 전쟁이 끝나는 상황을 패배로 간주한다. 그래서 극우 정치인들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재개하지 않으면 연정을 붕괴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들은 휴전 2단계로의 전환을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석방을 중단하라고 네타냐후에게 압력을 넣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군사·보안 기관 수장들의 조언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620명의 석방을 중단했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재개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뿐 아니라 서안지구에 대해서도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탱크를 서안지구에 배치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서안지구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인 4만 명을 쫓아냈고, 주민들의 귀환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군을 1년간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를 지지했다. “네타냐후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는 가자지구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 한다. … 이스라엘이 전쟁을 재개하든 정치적 해결을 위한 2단계 휴전 협상에 착수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계획이 봉착한 문제는 엄청난 파괴에도 불구하고 하마스가 여전히 가자지구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랍 지배자들의 배신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도 인종청소 계획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계획에서 한발 물러섰다. “내 계획이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강요하지 않겠다.”

트럼프는 이집트·요르단 지배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댔다. “우리가 요르단과 이집트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거부할 줄은 몰랐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강제 이주 계획이 “이슬람 극단주의”를 자극하고 중동 지역의 친미 정부들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트럼프에게 말했다(〈미들 이스트 아이〉, 2월 21일 자).

아랍 동맹국들의 협력 없이는 미국이 그 어떤 가자 계획도 관철시킬 수 없음을 보여 준 것이다.

아랍 국가들은 “두 국가 방안”을 인정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재건(유엔은 530억 달러로 추산)과 전후 계획이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두 국가 방안”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의 부패한 정권들은 전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제거하려고 한다.

트럼프의 “가자 접수·소유” 구상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일정이 3월 4일로 잡혀 있다. 그날 긴급 아랍 정상회의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된다. 이 회의에서 아랍 국가들의 가자지구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2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걸프 아랍 국가들과 이집트·요르단의 지도자들이 만났다. 이 회의에서 논의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측의 계획들이 아랍 언론들을 통해 유출됐다.

골자는 누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재건을 맡을 것인가, 누가 그 비용을 댈 것인가, 누가 가자지구의 치안과 무기를 통제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 문제들을 놓고 “영향력 있는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이 계획의 기본 원칙에 대한 이견이 있다.”(〈알아라비 알자디드〉)

그러나 아랍 국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하마스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랍연맹 사무차장 호삼 자키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하마스는 무대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PA(팔레스타인 당국)가 가자지구를 다시 통치할 수 있도록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들 이스트 아이〉(1월 31일 자)는 이렇게 폭로했다. “PA는 권력을 잡기 위해 필요하다면 하마스와 ‘무력 충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미국에 말했다.” PA는 트럼프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만나서 이런 제안을 전했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의 논의 테이블 위에는 PA조차 배제하고 이집트나 다른 아랍 국가들이 감독하는 “테크노크라트 정부”를 세우는 방안도 올라가 있다.

아랍 정권들은 유럽 국가들과 이런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은 아랍 국가들과 협력해 도널드 트럼프의 가자지구 계획과는 다른 대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 2월 14일 자) 아랍 정권들은 트럼프가 이 계획을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접수·소유”하겠다고 협박하고 이스라엘은 전쟁 재개를 위협하고 있는데도, 아랍 지배자들은 지난 16개월 동안 그랬듯이 말로만 반발할 뿐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자들이 서방과 협력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국가에서 정작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결정권이 전혀 없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간의 내전까지 유발시킬 위험마저 있다.

트럼프-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계획의 대안으로 제시된 아랍 국가들의 계획이라는 것은 기실 모래성처럼 허술하며, 잘해야 원점 회귀이거나 심지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아랍 정권들의 계획이 설령 실현돼도 트럼프와 이스라엘은 더한층의 억압을 가할 것이다.

모래성

그러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진정한 독립을 위해 이 끔찍한 인종 학살을 견뎌 낸 것이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독 아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도 마찬가지다. 가자지구의 불안정한 휴전 이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살상, 체포, 건물 파괴, 정착자들의 폭력,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들을 살던 집에서 쫓아내기 등이 벌어지고 있다.

압둘라 국왕의 통치에 신음하는 요르단 대중, 이집트 혁명을 짓밟은 독재자 엘시시의 지배를 받는 이집트 대중은 이런 계획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2월 8일 요르단 암만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 반대”와 “가자는 팔레스타인인의 땅”이라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트럼프-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구상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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