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가자 주민 강제 이주” 계획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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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지배자들은 강제 이주 반대하지만 하마스도 제거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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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이하 현지 시각) 하마스는 사망한 인질 시신 4구를 이스라엘에 인도했다. 그러면서 휴전 2단계를 위한 협상이 개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마스는 지난주 토요일(2월 15일)에도 이스라엘 남성 인질 세 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369명을 석방했다. 최대 규모의 석방이었다. 그중 36명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는 감격의 재회가 이뤄졌다. 일부 석방자는 제3국으로 추방됐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2월 16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와 만났다. 루비오는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인 “하마스 분쇄”를 전폭 지지했다. “하마스는 군대로든 정부 세력으로든 존속할 수 없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뿐 아니라 심지어 팔레스타인 당국(이하 PA)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내각 각료들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이런 입장에는 모순이 있다. 1990년대 초에 오슬로 협정의 초안을 작성한 이스라엘의 전 장관 요시 베일린은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권력을 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이것이 올바른 입장이라고 본다. 나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통치 세력으로 계속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와 협상하고 있는가? 바로 하마스다. 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계획이 봉착한 문제는 엄청난 파괴에도 불구하고 하마스가 여전히 가자지구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랍 지배자들의 배신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도 인종청소 계획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아랍 국가들은 “두 국가 방안”을 인정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재건(유엔은 530억 달러로 추산)과 전후 계획이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두 국가 방안”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의 부패한 정권들은 전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제거하려고 한다.
트럼프의 “가자 접수·소유” 구상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일정이 3월 4일로 잡혀 있다. 그날 긴급 아랍 정상회의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된다. 애초 2월 27일로 예정됐다가 내부 이견으로 3월 4일로 연기된다. 이 회의에서 아랍 국가들의 가자지구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에 앞서 2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걸프 아랍 국가들과 이집트·요르단의 지도자들이 만난다. 이 회의에서 논의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측의 계획들이 아랍 언론들을 통해 유출됐다.
골자는 누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재건을 맡을 것인가, 누가 그 비용을 댈 것인가, 누가 가자지구의 치안과 무기를 통제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 문제들을 놓고 “영향력 있는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이 계획의 기본 원칙에 대한 이견이 있다.”(〈알아라비 알자디드〉)
그러나 아랍 국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하마스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랍연맹 사무차장 호삼 자키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하마스는 무대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PA가 가자지구를 다시 통치할 수 있도록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들 이스트 아이〉(1월 31일 자)는 이렇게 폭로했다. “PA는 권력을 잡기 위해 필요하다면 하마스와 ‘무력 충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미국에 말했다.” PA는 트럼프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만나서 이런 제안을 전했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의 논의 테이블 위에는 PA조차 배제하고 이집트나 다른 아랍 국가들이 감독하는 “테크노크라트 정부”를 세우는 방안도 올라가 있다.
아랍 정권들은 유럽 국가들과 이런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은 아랍 국가들과 협력해 도널드 트럼프의 가자지구 계획과는 다른 대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 2월 14일 자) 아랍 정권들은 트럼프가 이 계획을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접수·소유”하겠다고 협박하고 이스라엘은 전쟁 재개를 위협하고 있는데도, 아랍 지배자들은 지난 16개월 동안 그랬듯이 말로만 반발할 뿐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자들이 서방과 협력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국가에서 정작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결정권이 전혀 없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간의 내전까지 유발시킬 위험마저 있다.
트럼프-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계획의 대안으로 제시된 아랍 국가들의 계획이라는 것이 기실 모래성처럼 허술하며, 잘해야 원점 회귀이거나 심지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아랍 정권들의 계획이 설령 실현돼도 트럼프와 이스라엘은 더한층의 억압을 가할 것이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진정한 독립을 위해 이 끔찍한 인종 학살을 견뎌낸 것이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독 아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도 마찬가지다. 가자지구의 불안정한 휴전 이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살상, 체포, 건물 파괴, 정착자들의 폭력,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들을 살던 집에서 쫓아내기 등이 벌어지고 있다.
압둘라 국왕의 통치에 신음하는 요르단 대중, 이집트 혁명을 짓밟은 독재자 엘시시의 지배를 받는 이집트 대중은 이런 계획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2월 8일 요르단 암만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 반대”와 “가자는 팔레스타인인의 땅”이라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트럼프-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구상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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