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경찰력 강화 계획:
검경은 한 식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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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가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수 언론들은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이 경찰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약속이라고 보도한다. 그러나 윤석열 새 정부가 원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4월 4일 〈연합뉴스〉는 경찰과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다수 인용하며 “새 정부 초기에 집회와 시위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대선을 치른 지 몇 달 만에 지방선거가 열리는 데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간 억눌려 온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에서 역대 최소 표차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낮은 지지율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미 주말마다 서울 도심 곳곳에는 많은 집회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전광훈이 주도하는 우파부터 친여 성향 단체, 노동조합들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윤석열 인수위가 가장 먼저 경계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노동 운동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24일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민노총(민주노총) 집회·시위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며 노동자 집회를 콕 집어 엄정 대응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대체로 문재인 정부하에서 투쟁을 자제했지만 거듭 배신당하면서 불만이 높이 쌓였고, 새로 들어설 보수 정부가 노동 조건을 더 많이 공격할 것이 예상되므로 반감과 불안감도 클 것이다.
윤석열 인수위는 이런 점을 내다보고는 일찌감치 대비하려는 것이다.
경찰 — 기존 사회를 지키는 지배자들의 ‘몽둥이’
경찰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수사권 조정으로 위상이 달라진 13만 경찰 조직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면서 권한이 커진 경찰은 그에 걸맞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덩치를 대폭 키우더니, 이제 그에 걸맞은 지위 격상도 요구한 것이다.
이를 이어받아 윤석열도 경찰 강화에 적극적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경찰을 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둘러싼 정세가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모두 심각한 다중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에게 경찰 본연의 임무인 치안 기능, 즉 억압력을 통한 사회 질서 유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경찰은 여러 권력기관 중에서도 특히 대중의 일상 생활에 밀착해서 질서를 유지(감시)하고 집회·시위 등을 일선에서 진압하는 구실을 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말(이데올로기)로 설득하고 달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말의 ‘설득력’은 ‘몽둥이’의 단호함과 강력함에 달렸다.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돼 있어 근본적으로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의 국가는 경찰력 같은 억압적인 힘(폭력) 없이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시동이 걸린 윤석열의 경찰 강화 시도를 경계하고 그에 반대해야 한다.
상호 견제를 명분으로 계속 강화돼 온 검·경 권력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허구적이고 위선적인 ‘검찰개혁’ 운운이 낳은 환멸을 이용해 검찰을 강화할 기회도 엿보고 있다.
언론들은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이 집권하면 검찰 권력이 ‘복원’될 것이라고 보도한다. 마치 문재인 정부하에서 검찰 권력이 약화된 적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종결권 일부를 경찰에 넘겨줬을 뿐, 집회·노동·공안·선거·대형참사 등이 포함되는 6대 주요 범죄에 대해 막강한 수사권을 쥐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견제 기관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었지만 검찰 권력의 코끝도 건드리지 못했다(또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가로막혔으나, 이제 그들이 ‘죽은 권력’이 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검찰은 예나 지금이나 산 권력에 충실한 것이다.
지금 윤석열이 말하는 검찰 권력 ‘복원’이란 핵심적으로 보완 수사라는 명목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다시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과 다른 “사법개혁”이라고 말한다.
대다수 언론은 경찰과 검찰 사이의 권력 다툼을 주로 조명한다. 하지만 수사, 재판, 교정기관에 이르는 사법 절차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기본권 보장 개선이다. 두 권력기관의 경쟁에 끼어들어 누가 더 낫다고 하는 건 개혁과 아무 상관이 없다.
실제로 인권침해적 수사 예방 대책, 대검 공안부·정보경찰 폐지,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제한적이나마 보통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사법개혁 요구는 뒷전에 밀렸다.
주류 양당과 그 정부들이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검·경과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억압적 관계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