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정부 모두 경찰력 강화에 한통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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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박탈한 수사권을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넘기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의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를 출범시켜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기존에 민주당이 구상해 온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합치자는 장기적 밑그림도 내놓았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놓은 중수청법, 특수수사청법 등에 따르면, 신설 수사기관이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를 대신하는 구실을 한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경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1월 출범시킨 기관이다. 그와 함께 경찰의 규모와 권한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또한 경찰 면책 조항을 신설해 경찰관의 법적 책임을 줄여 주고, 일선 경찰관들에게 총기 사용을 권장하는 등 경찰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내내 규탄했지만 그것을 빌미로 추진된 국가수사본부 신설 경찰법 통과에는 이견 없이 찬성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 문제에서도 국민의힘은 국정원이 약화될 것이라며 처음엔 반대하더니 결국엔 2024년 1월부터 경찰에 이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경찰이 강화되는 동안 검찰과 국정원은 약화됐을까? 그렇지 않았다.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질뿐더러 핵심적 권력(수단)인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가지며 신설된 공수처는 ‘검찰2’에 불과했다.
지금 민주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공상적이다. 이름이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바뀌든, 한국형 FBI로 바뀌든 새로운 기구 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본질은 ‘검찰2’들에 불과할 것이다.
대중의 불신 이용
공식적 수사권은 없어졌지만, 국정원도 얼마든지 수사에 준하는 정보 수집과 사찰을 할 수 있다.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핵심 국가기관들을 동원하는 기획·조정 임무를 여전히 맡고 있다.
결국 부패하고 억압적인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이용해, 또 다른 억압적 권력인 경찰이 더 강력해진 힘을 얻게 돼 온 것이다.
검·경은 상호 간에는 견제 운운하며 권력 다툼을 벌이지만, 피억압 계급들에 대한 국가의 억압적 수단으로서는 협력하는 기구들이다. 기구의 본성이 그렇다.
가령 1953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경찰 권력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에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 경찰은 전혀 억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검찰이 부패하고 억압적인 권력으로 군림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1987년 이후 점차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로 국가 형태가 변모하면서 (‘법대로’를 명분으로) 검찰의 상대적 위상이 상승했으나, 그만큼 올라간 것은 검찰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원성이었지, 민주주의의 신장이 아니었다. 그러자 이제 경찰을 강화해서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도 검·경·국정원 등 억압기관들의 억압적인 권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경찰청장 지위 격상, 용산 집무실 주변 집회 금지를 추진했고,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는 4월 13일 민주노총 집회를 콕 집어 엄정 대응을 촉구했다. 경찰 당국은 집회 당일 차벽을 세우고 경찰 1만여 명을 배치했고,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양경수 위원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이처럼 검·경 간 권한 조정은 피억압 대중에게는 진정한 개혁과 무관하다. 인권 침해 수사 금지 등 두 기관의 부분적 개혁조차 신·구 정부 간 권력 쟁투나 검·경 간 권한 조정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자본주의 수호 정당들인 주류 양당이 ‘개혁’을 운운하며 검·경 권한 조정을 놓고 다투지만, (다툼의 결말이 무엇이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억압적인 권력이 야금야금 강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