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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시즌 2 ─ 유사 개혁

올해 안에 검수완박을 완수하겠다며 공조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출처 황운하 의원실

4월 총선 결과 22대 국회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5월 말 국회 개원을 앞두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선에서 12석을 차지한 조국혁신당도 민주당과 검찰개혁 공조를 하려고 한다. 조국혁신당은 총선에서 검찰을 기소청으로 전환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안을 1번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민주당과 총선 선거연합을 했던 진보당의 1번 공약도 검찰을 기소청과 수사청으로 나누는 내용의 검찰개혁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좁혀, 선거법 위반이나 공직자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그 대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하는 (미완의) 검수완박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넓혔다.

이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를 ‘검수완박 시즌 2’로 삼고, 올해 안에 법을 고쳐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공상적

검찰은 그 자신이 부정부패로 썩은 주제에 막강한 사법 권한을 휘두르며 서민층 대중 위에 군림하는 억압적인 기관이다. 검찰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정당하다. 그래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중 사이에서 흔하다.

기존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켜 그 억압적인 성격을 약화시킨다는 민주당의 구상이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과연 ‘검수완박’이 그런 개혁이 될 수 있을까?

우선, 기소권을 가진(독점) 검사를 수사(지휘)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 내려는 공소권자(기소권을 보유한 검사)가 일선 수사관에 대해 사실상의 지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검찰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겠다는 쪽이나 그것이 박탈되면 큰일 난다는 쪽의 대립은 상당히 허구적인 것이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국가는 가진 자의 편에 서서 자본주의 체제의 기성 질서를 수호하려는 권력 기구이고, 사법 기관은 그 핵심적 일부다. 강제 수사와 기소, 재판과 처벌은 본질적으로 국가가 정한 질서를 대중에게 강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즉, 억압적인 자본주의 국가가 존재하는 한, 현재 검찰이 하고 있는 기능의 억압적 성격은 다른 어떤 명칭의 기관이 수행하든지 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기관이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가질지라도, 이 기관들은 (때때로 서로 일부 경쟁을 벌일지라도) 사회 질서를 통제하고 저항을 억압하는 기능에 있어서는 일치단결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공수처 같은 ‘검찰 2’를 만들거나 검찰 못지 않게 억압적이고 부패한 경찰의 권한을 키우는 것(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국가의 독점적 강제력인 수사권·기소권의 총량은 줄지 않고, 악행도 줄지 않는다.

2021년 기존 검찰의 대안을 표방하며 출범한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교육감 사건(조 교육감이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부당한 탄압에 의해 해직됐던 교사들을 복직시킨 것이 감사원에 고발당한 사건)을 다뤘지만, 결국 기소 입장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의 수사 권한을 약화시키고 공수처를 설치했음에도 대장동 수사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윤석열과 검찰의 근거 없고 부당한 공세를 약화시키는 효과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권력 견제를 명분으로 수사 권한과 규모를 키워 준 경찰은 윤석열 정부의 손발이 돼 있다. 집회·시위 탄압, 국가보안법 탄압, 언론 탄압, 건설노조·화물연대 탄압 등에서 경찰은 검찰이나 국정원과 한통속이었다.

민주당이 막강한 검찰 수사권을 정말 해롭게 여긴다면, 그 수사의 대상인 피의자의 권리(사법 절차상 방어권)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반민주적 악법을 폐지하는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개혁’ 찬성파도, 반대파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제도적 문제만 논할 뿐, 이러한 피의자 권리 신장에는 무관심하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개혁’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국민의힘 못지않게 집회·시위 권리 개악 법안들을 발의했다.(관련 기사: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이 집시법 개악안을 앞다퉈 발의하다 — 민주적 권리 후퇴 반대한다’)

이는 민주당도 이 나라의 기업주와 권력자들의 선택을 받고 싶어 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고, 사회·경제적 위기가 깊은 상황에서 서민층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공상일뿐더러, 서민층의 삶과는 별 상관이 없는 ‘개혁,’ 실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개혁 염원 헛된 데 돌리기

검찰 문제를 둘러싼 주류 양당 간 싸움의 진정한 이해관계는 고위 공직자 부패 사건 등 주요 국가적 사건들을 수사·기소하는 검찰 권력이 주류 양당 간 권력 투쟁에서 중요한 수단이 될 때가 많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검찰은 대대로 “산 권력의 사냥개” 구실을 해 왔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야당일 때나 레임덕으로 불리한 수사에 몰릴 때 ‘정치 검찰’을 규탄하곤 했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 수사를 할 때는 국민의힘이, 윤석열이 지휘하는 검찰이 문재인 측근들을 수사할 때는 민주당이 ‘정치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비판했다.(그런 사안 중에는 이재명에 대한 근거 없는 공세도 있었지만, 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된 라임·옵티머스 금융 사기 사건 등 마땅히 수사가 이뤄져야 할 부패 문제도 있었다.)

민주당이 핏대를 세우며 정부·여당과 충돌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검수완박 입법 시도는 대중의 개혁 염원 압력을, 특히 생계비 고통에 신음하는 노동자 등 서민층의 불만을 헛된 곳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의 문제들은 주류 여야가 외면하거나 민주당이 쉽게 누더기로 타협하는 사안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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