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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 동·서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한다

최근 영국 대학노조(UCU) 대의원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결의안이 통과됐다. 대의원대회 결의안은 러시아의 침략뿐만 아니라 나토도 규탄했다. 노조 지도자들은 그 결의문을 폐기하겠다고 이를 갈았다. 그 결의문을 발의한 숀 버넬이 반대자들이 제기하는 물음에 답한다.

러시아만이 이 전쟁에 책임이 있는가?

이 전쟁의 직접적 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었고 러시아 제국주의는 이 전쟁의 한 주요 동인이다. 그러나 결코 유일한 동인은 아니다.

누가 먼저 총을 쐈는지만 봐서는 제1차세계대전을 낳은 적대 관계와 국가 간 경쟁을 이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전쟁터로 삼은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은 2014년에 시작됐고 그 이후 죽음과 파괴만 남겼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략에 진보적인 구석은 하나도 없다. 대학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결의문이 밝히듯 푸틴의 침략은 전혀 정당하지 않으며 러시아군은 당장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 군사 동맹이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몰락 이후 벌인 책략을 논하지 않고서는 러시아의 침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처음에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를 이용하고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 뒤 러시아와 대결하는 쪽을 택했다. 1990년 이후 13개국이 나토에 가입했고 나토의 경계선은 동쪽으로 800마일[약 1300킬로미터] 이동했다.

또한 나토는 그 외 나라들과의 “상호운용성”을 키우려 애썼다. 이것은 함께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을 말하며, 나토는 이를 강화하면서 군대를 무장시키고 훈련하고, 유럽 전역에 병력을 배치해 전쟁 태세를 갖추게 했다.

미국 국가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굴욕을 안겨 주고 러시아를 약화시킬 기회이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패배를 극복할 기회다. 또, 미국의 더 크고 중요한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기회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결권은 미·러 제국주의 간 충돌에 완전히 종속돼 버렸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에 의해 총알받이 신세가 돼 몸서리칠 만큼 많은 수가 서방, 특히 미국의 권력과 세력권 확장을 위한 싸움에 동원돼 죽어 나가고 있다. 이것이 “대리전”의 의미다.

이 대리전은 그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한 충돌이다. 여기서 사회주의자들은 어느 지배 블록도 편들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파괴된 바흐무트 ⓒ출처 우크라이나 국군참모부

나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가?

나토 군사 동맹은 평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나토는 1947년에 지도적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창설한 기구다. 나토는 미국·영국·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의 이익을 수호하는 공격적 기구다.

최근 나토는 중립을 표방하던 핀란드 등을 동맹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핀란드 군대와 러시아 군대가 국경에서 충돌하는 무시무시한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긴장을 고조시켜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초래한 것도 나토였다. 따라서 이 전쟁을 촉발하는 데 일조한 나토의 개입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푸틴의 군사적 승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토가 승리해도 우크라이나는 종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 경우, 서방이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점만 다를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군사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국 제국주의의 노리개가 될 것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도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전후 우크라이나가 “커다란 이스라엘”처럼 될 것이고, 유럽처럼 “자유주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관과 슈퍼마켓에 군대나 국민방위군의 파견자가 배치돼 있고 사람들이 무장하고 있어도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향후 10년간 안보 문제가 최우선 쟁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를 이스라엘처럼 제국주의의 무장한 전초 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망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쏟아붓는 것이 정말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도움이 되나?

러시아 국가가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맹포격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학살을 멈출 가장 빠른 방법으로서 압도적인 나토의 개입에 기대게 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쏟아 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또, 경쟁하는 제국주의 전쟁광들이 정말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평화와 자유를 가져다 줄까? 그렇지 않다. 역사가 보여 주는 바다.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더 근래의 사례로는 걸프 전쟁을 보면 “인도주의적” 개입이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제국주의의 개입이 평화를 가져올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더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의 논리적 귀결이 무엇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켜 미사일에는 미사일, 총알에는 총알로 러시아와 대결하게 하는 것이 평화를 가져올까? 분명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제국주의 세력은 어디서 멈출까? 처음에 우크라이나 국가는 미국에 F-16 전투기를 요구하더니 그다음에는 순항 미사일을 요구했다.

아마도 다음에는 러시아 영토로 밀고 들어가고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맞설 더 공격적인 무기들을 원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1991년 냉전 종식 후 어느 때보다 핵전쟁에 가까이 있다.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이 전쟁의 확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더 많은 무기가 더 많은 죽음을 초래할 것임을 이해한다. 비록 이것이 소수의 견해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공격당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제국주의 세력에 더 많은 무기를 요구한다고 해서 좌파가 이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무기 지원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 미국에게 받은 M777 곡사포를 발사하는 우크라이나군 ⓒ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더 많은 무기가 도움이 안 된다면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

불행히도 평화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그러나 진정한 해결책은 동·서방에서 일어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에서 시작된다. 전쟁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전쟁광들에 맞서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러시아 내 반전 운동에 전적으로 연대하면서도 영국과 다른 나토 국가들에서 더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오늘날 러시아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감옥행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형감이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연대에 기초한 거대한 대중 운동만이 이 전쟁을 끝장낼 것이다. 그런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역사를 보면 전쟁에 대한 노동계급 사람들의 생각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스코틀랜드의 혁명적 지도자 존 매클린은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다가 그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분노에 직면했다.

그러나 4년간 참상이 이어지자(그 사이에 매클린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감되고 고문당했다), 매클린에 분노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이 이제는 매클린이 반제국주의 입장을 고수한 것을 찬양했다.

전쟁의 끔찍함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매클린처럼 전쟁에 반대한 사람들이 옳았다는 것을 이해했다.

매클린과 그 밖의 사회주의자들은 평화를 노동계급이 스스로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들에게 평화란 제국주의 지도자들의 개입으로 선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 지배자들에 맞서 분출하는 저항이라면 모두 환영해야 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이 임금, 치솟는 물가, 필수 서비스 긴축을 둘러싼 노동계급 사람들의 투쟁들과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야 한다.

왜 반전 운동이 중요한가?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대의원대회에서 제출한 결의안 따위는 무의미하고 노동조합원들은 노사쟁의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 같은 종류의 정치 행동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국제주의가 노동조합 운동의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지배계급이 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계급을 다른 나라의 가난한 사람, 노동계급과 싸우도록 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매클린이 말했듯이 “총검의 양쪽 끝에는 노동자가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제국주의 열강이 서로 싸울 때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다. 우리는 국제 노동계급의 편이다.

둘째, 우리가 전쟁 반대 결의안을 발의해야 했던 것은 노동조합 운동 내에서 친제국주의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 거기에 도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노총(TUC)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영국 무기 산업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을 지지했다. 우리는 그런 결의안을 반대하고 뒤집어야 한다.

노동조합원으로서 우리는 노동자들이 제국주의자들과 결코 같은 편에 서서는 안 된다고 계속 강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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