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장기화될 공산이 커진 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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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공세로 패닉에 빠진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군이 5월 10일 하르키우(하리코프) 공격을 시작한 이래 300제곱킬로미터의 땅을 빼앗았다. 서울 면적의 40퍼센트가 넘는다.
우크라이나군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고 퇴각하는 바람에 제2 전선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을과 도시들을 러시아가 점령한 것이다.
또, 5월 22일 러시아군은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요충지 클리시이우카를 재점령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일부가 하르키우 지역으로 긴급히 이동하면서 생긴 공백을 공략한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이 당시에 준비하고 있던 여름 “대반격”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얼마나 많이 “해방”시킬지를 두고 이런저런 예측이 나왔다. 몇몇 우크라이나 장군들은 나토가 제공한 무기를 가지고 2022년 여름 이래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대반격”으로 탈환한 영토보다 더 많은 땅을 점령했다.
그 때문에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 모두 패닉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해외 순방을 전부 취소했다.
사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진격 전부터 수세에 몰려 있었다. 〈이코노미스트〉(5월 9일 자)는 이렇게 썼다.
“병사부터 장군까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한 주 동안 인터뷰한 사람들은 모두 우크라이나가 자국 정치인들이 약속한 것처럼 1991년 국경으로 되돌아갈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팀첸코 대령은 ‘1991년 국경을 말하는 사람에게 바흐무트까지 와 보라고 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에 몇 달에 걸친 야만적인 전투 끝에 빼앗긴 우크라이나 마을을 언급한 것이다. 당면한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이 아니라 생존이다.”
우크라이나는 되도록 많은 청년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불리한 전세에 대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징집 연령 하한선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해외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터로 돌아오지 않으면 국적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5월 8일에는 일부 수감자들을 군대에서 싸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소자 징병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다.
장기전에 대비하는 푸틴
한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를 해임했다. 쇼이구는 2012년부터 12년 동안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푸틴은 쇼이구의 후임에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제1부총리를 지명했다. 벨로우소프는 장군 출신이 아니라 민간 경제 전문가다.
전쟁이 길어지고 전쟁 비용이 늘어나자 푸틴은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필요를 느끼는 듯하다. “3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비용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스〉, 5월 12일 자)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올해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7퍼센트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수준(GDP의 7.4퍼센트)에 육박한 것이다.
페스코프는 “혁신에 열려 있는 사람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새 국방장관의 임명 사유를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려면 드론 같은 첨단 무기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벨로우소프는 그동안 드론 생산을 감독해 왔다.
벨로우소프 임명은 푸틴이 장기적이고 돈이 많이 드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러시아 예산(36조 6600억 루블)의 3분의 1(11조 루블)이 전쟁 기구의 운영에 들어간다.
“전선을 위한 모든 것, 승리를 위한 모든 것”이라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구호가 지금 러시아에 울려퍼지고 있다. 러시아 산업과 경제 전반이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