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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대학노조의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표결은 일탈이 아니다

5년간의 계급 적대가 대학 노동자들의 급진화를 낳았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런던에서 열린 전쟁 반대 시위 ⓒ출처 〈소셜리스트워커〉

5월 마지막 주말에 열린 영국 대학노조(UCU) 대의원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와 관련해 던져 봄직한 두 가지 물음이 있다. 첫째, 어째서 그토록 야단스러운 반발들이 나오는가?

주된 원인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나토의 대리전을 지지하는 자들이 그동안 노동조합 운동 내에서 활개를 쳐 왔기 때문이다. 소방수노조(FBU) 전국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의 침공과,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추동하는 나토의 구실을 모두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예외적 사례가 있지만, 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선명한 전쟁 반대 결의안은 그간 대체로 부결됐다.

수치스럽게도, 영국 노총(TUC)은 지난해 9월 군비 지출을 늘리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만큼 대학노조의 표결은 돋보인다. 그 결의안을 지지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토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더는 좌파라고 할 수 없어 신망을 잃은 언론인 폴 메이슨과 수많은 친(親)나토 온라인 비방꾼 무리가 그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런 비난이 외부 개입 없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뉴레프트 리뷰》의 탁월한 온라인 블로그 ‘사이드카’에는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있는 나토의 ‘전략커뮤니케이션 전문 센터’에 관한 조슈아 라츠의 매우 유익한 글이 실렸다.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편집하는 그 나토 산하 기구의 정기 간행물에는 “수평적 프로파간다”를 위한 페이스북·트위터 이용법이나 “가명으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을 오도하는” 방법을 다룬 글이 실린다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요인도 있다. 이것은 노동조합 내의 정치적 갈등과 관련이 있다. 이전부터 대학노조 활동가들은 노조 위원장 조 그레이디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그간 조합원들이 연금과 임금, 비정규직화, 불평등 문제로 대학 사용자들에 맞선 투쟁의 수위를 더 높이자고 민주적으로 결정했을 때, 그레이디가 거듭 고의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레이디는 대의원대회에서 견책을 당했다.

굴욕적 처분을 당한 그레이디는 전쟁 반대 결의안 표결을 비난하는 것으로 즉각 대응했다. 틀림없이 그레이디는 그럼으로써 세력 관계에서 다시 우위를 점할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십중팔구 또 다른 계산 착오로 드러날 것이다.

이는 두 번째 물음과 맞닿아 있다. 하고많은 노조 중에서 어째서 대학노조가 전쟁 지지 합의를 깰 수 있었던 것일까? 전통적으로 학자들은 가장 전투적인 노동자 집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래된 대학들에서 학자들은 원래 노동조합이 아니라 대학교원협회라는 단체로 조직됐다. 그 단체는 한때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도] “비정상을 교정하라”는 슬로건으로 시위를 조직했다.

지금의 대학노조는 신생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조직된 강사 노조와 대학교원협회가 합쳐지면서 탄생한 것이지만, 이것이 두 번째 물음에 대한 근본적 답은 아니다. 그보다는 대학이 이윤에 눈먼 사업으로 변모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2010년 대학 등록금이 세 배로 오르면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대학 고위 관리자들은 그 수와 보수가 불어났다. 그들은 사업을 저렴하게 확장하려고 임금과 연금, 노동조건을 희생시켰다. 실질 임금 하락과 고용 불안정, 과로, 직장 내 괴롭힘이 학자들의 일상이 됐다. 그전까지 학자들은 스스로를 임금 노동자보다 한 단계 높은 계층으로 여겨 왔는데도 말이다.

그 결과 지난 5년 동안 대학에서 노동쟁의가 이어졌다. 특히 연금과 임금이 뜨거운 쟁점이었다. 그레이디의 고의적 방해는 승리에 필요한 전면 파업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그레이디는 조합원들이 잇따라 파업 찬성안을 가결시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처절한 장기전이 대학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반전 결의안이 통과된 배경이다. 결의안을 비난하는 자들은 곧바로 “파당성”을 탓하고, 심지어 “침투 전술”을 비난한다.(지금 맥락에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건 간에 말이다.) 실로 우스꽝스럽다.

전쟁 반대 결의안을 지지한 활동가들은 노동조합 내 전략과 지도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각기 다른 진영에 섰던 활동가들이다. 이번 전쟁 반대 표결은 전쟁저지연합이 앞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며 쌓아 온 신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5년간의 계급 적대가 급진화를 낳았다. 전쟁 반대 결의안을 지지한 투사들은 그간 대학노조를 건설하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려는 단호한 노력으로 신망을 쌓아 왔다. 그래서 그들이 더 광범한 정치 이슈에 관해 주장할 때 경청자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대학노조의 표결은 어떤 일탈이나 반역 음모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상호 연결된 심대한 위기들에 휩싸이면서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커져 가는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대학노조의 표결은 제국주의 프로파간다 기구와 기층의 급진화 사이의 투쟁을 반영한다. 그 급진화는 계속될 것이고 대학에 한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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