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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쟁 반대 활동가 보리스 카갈리츠키의 옥중 서한

7월 25일 러시아에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해 온 러시아 사회주의자 보리스 카갈리츠키가 체포됐다. 푸틴 정부는 카갈리츠키가 ‘테러를 정당화한다’는 죄목으로 그를 구금했고, 이에 항의해 카갈리츠키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 연서가 발표된 바 있다.(연서 보기)

이 글은 구금된 카갈리츠키가 재판을 앞두고 보낸 옥중 편지다.

이번 투옥이 제 생애 처음은 아닙니다. 저는 [옛 소련] 브레즈네프 정부 때도 수감됐고, 옐친 정부 때는 [감옥에 갇혀] 구타를 당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이 푸틴 정부하에서만 두 번째 체포입니다.

러시아의 권력자는 바뀌었어도 정치적 반대자들을 감옥에 가두는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념, 자유, 사회적 권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는 것 또한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의 이번 체포가 제 발언의 정치적 의미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투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는 편이 좋았겠지만, 다 때가 있겠죠. 40여 년 전 처음 체포됐던 이래로 저는 인내심을 배웠고 러시아에서 정치적 명운이란 얼마나 종잡을 수 없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현재 투옥돼 있는] 코미공화국의 날씨는 나쁘지 않습니다. 운명 때문에, 또 연방보안국 수사관 때문에 저는 여기에 갇혀 있지만, 감옥의 상황이 모두 열악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괜찮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아 제가 가지고 온 책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단주의 서적인지 심사를 받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검열관들이 그 책들을 검토하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히면 좋겠습니다.

한 권은 현대 대학의 상황에 관한 책으로, 모스크바 사회경제과학대학교 ‘샤닌카’의 전 총장이고 지금은 저처럼 감옥에 갇혀 있는 세르게이 주에프의 저작입니다. 다른 한 권은 제2차세계대전의 역사를 다룬 책입니다.

저는 편지를 받는 것이 허용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또, 편지에 답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브레즈네프 정부 때보다 지금이 감옥살이가 더 쉽습니다.

음식도 그때보다 훨씬 좋습니다. 감옥 내 매점이 있고, 제 계좌에 영치금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매점에서 파는 물품들도 몇몇 배달 가게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가격이 더 비싸긴 하지만요.

심지어 감옥 내 카페에서 점심을 시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음식 종류도 꽤 다양합니다!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렌지는 없지만 말입니다.

대체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긴 합니다. 유일한 문제는 얼마나 오래 갇혀 있을지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저만 겪는 것이 아닙니다. 러시아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 조건이 어떻든 똑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감방에 있는 텔레비전으로는 밖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소식은 방송에 나오겠죠. 1982년에 레포르토보 감옥에 갇혀 있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 우리는 애도를 표하는 검은 테두리가 쳐진 〈프라우다〉 신문이 배식구를 통해 들어오기를 매일 손꼽아 기다렸죠[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의 사망 소식을 기다렸다는 뜻 ─ 역자].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은 그다지 낙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하지만 전체 역사적 경험은 지난 몇 년간의 경험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우리에게 희망을 가질 근거를 훨씬 더 많이 줍니다. 셰익스피어가 《맥베스》에 썼던 구절을 기억하시나요?

“밤이 아무리 길어도 낮은 밝아 오게 마련이오.”

보리스 카갈리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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