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시험대를 통과 못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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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아직껏 이스라엘 규탄을 회피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관해 밝힌 입장은 오히려 “하마스 규탄”뿐이다.
사실 민주당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과거 민주당 정부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등을 못 본 체하면서 이스라엘과의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증진시켜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이 한창이던 2021년 5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당시 국제적 비난 여론에 직면해 있던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 준 셈이었다.(더 자세한 내용은 본지 지난호에 실린 다음 기사를 참조하시오: ‘더불어민주당은 왜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지 않나’)
한미동맹
우파 정부뿐 아니라 민주당 정부도 기본적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 보조를 맞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2000년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중동에서 벌인 전쟁들에 미국을 지지하며 참전했다.
김대중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와 레바논에 파병했다. 두 파병 모두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두 민주당 정부는 미국의 압력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게 아니라 의식적 선택을 했다.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이롭다는 한국 지배계급의 일반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2022년 2월~) 초기부터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인도주의’ 미명하에 우크라이나에 군수 물자를 지원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터놓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우익답게) 더한층 노골화하며 제국주의간 갈등의 각축장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갔다. 민주당은 집권 시절 우크라이나 지원 전력 때문에 한결같은 반대를 하지 않았다.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제재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균형 외교”라는 게 실은 미국 눈치보기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한편, 지난 3월 윤석열은 미국의 촉구와 지지를 받으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짓밟는 ‘제3자 해법’에 일본 총리 기시다와 합의했다.
당시에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강제동원 합의 직후 한밤중에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해 극찬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이 협력과 파트너십의 신기원을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의 “굴욕” 외교를 비판하며 합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 비판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 측의 요구를 너무 많이 들어줬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미국·일본과의 군사 동맹 관계 자체는 결코 문제 삼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한일 합의 배후에 미국의 후원과 촉구가 있다는 점은 일절 비판하지 않았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국익”(실은 지배계급의 이익)에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인사가 많이 포진돼 있었다. 그중에는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을 책임졌던 이종석도 있었다.
그 때문에 “한미동맹” 강화의 최신 귀결인 “한미일 동맹”을 위해서는 한일 과거사 문제를 더는 끌어서는 안 된다는 우파의 입장에 전혀 맞서려 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제국주의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가 미·중 사이에 끼어 있다는 처지를 의식해, 한국 지배계급의 차선책을 대표하는 민주당은 두 제국주의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할지를 두고 고심한다.
민주당의 외교·안보 이데올로그들은 우파 정부의 한미동맹 일변도 외교는 “국익”을 해친다고 비판하며 “균형 외교”를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강한 한미동맹의 유지’와 ‘미·중 간 균형 잡기’가 결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하면 할수록 더욱 심각한 모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당의 처지에서 벗어나 집권했을 때 민주당 정부의 실천은 실제로는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곤 했다. 미국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해졌지만) 여전히 최강 강대국이고, 한미동맹은 한국 지배계급이 태생부터 중시해 온 동맹이기 때문이다.
가령 문재인은 야당 시절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집권하자 몇 개월 만에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현재 이재명 대표도 성주에 배치된 사드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제국주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에 도전하기보다는 번번이 줄타기 또는 편승하기를 택했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 자본주의 체제의 유지에 이해관계가 있는 한국 지배계급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은 우파와 달리 당내 개혁파를 통해 사회 운동의 진보 포퓰리즘 경향을 포섭하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한국 국가와 자본주의의 안정과 성장을 추구하고, 어떻게든 한국 지배계급의 낙점을 받으려 애쓴다는 점에서 국민의힘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제국주의는 그저 한 다발의 정책이나 특정 국가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강대국 간의 서열 경쟁이 빚어내는 세계 시스템이다. 그 경쟁의 끝없는 추동력은 자본 축적 자체에서 나온다.
따라서 제국주의 체제의 역학과 압력이 온존하는 이상 윤석열이 받는 것과 똑같은 자극과 제약을 민주당이 받고, 특히 집권했을 때의 실천은 크게 다르지 않곤 한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민주당을 제국주의 반대 운동으로 견인하겠다는 것은 몽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