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동유연화 추진 궤변:
주 52시간제 위반 많으니 이참에 규제 풀겠다?
〈노동자 연대〉 구독
윤석열 정부가 노동유연화 추진을 위한 군불 지피기에 한창이다.
최근 정부가 노동시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용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말 ‘상반기 장시간 근로[에 대한]감독’과 ‘특별 연장근로 인가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처럼 있는 법도 안 지키는 기업들을 정부가 처벌하거나 관리·감독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거꾸로 결론을 내렸다. 이 결과가 현행 노동시간 제한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며, 되레 노동시간 개악(유연화)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사용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 주려고 노동시간 규제 자체를 물어뜯고 나선 것이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 대상 498개소 중 94.4퍼센트(470개소)가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거나 연장근무 가산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총 2252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48개소(9.6퍼센트)에서 774명의 노동자들이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했고, 이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주 58.4시간으로 60시간에 육박했다. 지속적인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과로사 산업재해 인정의 중요한 기준이다.
연차수당과 연장·휴일근무수당 미지급액(체불 임금)은 약 17억 원에 이른다. 노동자들을 장시간 부려 먹으면서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결과를 보면, 특별 연장근로 인가가 2019년 908건에서 2020년 4204건, 2021년 6477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까지만 5793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7.2퍼센트나 증가했다.
특별 연장근로 제도는 노동시간 규제 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려고 도입·확대했다.
특별 연장근로를 활용한 사유 다수가(64.4퍼센트) 업무량 폭증이었다(올해 7월 기준). 즉, 적잖은 사용자들이 업무량 증가에 따른 부족한 인력을 기존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쥐어짜기
그런데도 노동부는 “[노동시간 제한에 따른 기업주들의] 다양한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 특별 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 사실상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기존의 특별 연장근로 사유에 반도체 연구개발 전반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에 더해 특별 연장근로 제도의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용 기간과 인가 사유를 더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스스로 특별 연장근로에 대한 규제를 풀고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 왔다. 그 속에서 특별 연장근로 활용이 늘고 노동시간 위반 사례가 늘어나자, 이제는 법이 현실에 맞지 않다며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물가 인상에 따른 생계비 고통을 해소하고자 투쟁에 나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등에겐 “불법” 운운하며 탄압하더니, 사용자들의 노동시간 위반 사례엔 법이 문제라고 한다. 윤석열이 말하는 “법과 원칙”은 결국 무전유죄, 유전무죄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노동시간·임금체계 개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노동유연화 정책은 노동조건 후퇴로 노동자들을 더한층 쥐어짜고, 임금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맞선 저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