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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민주노총은 회계 공시를 거부해야 한다

본지는 몇 차례에 걸쳐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일환인 노동조합 회계 공시가 노조 조합비 지출 내역을 들여다보며 사용처(와 노조 활동)에 대해 간섭하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집단행동과 투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23일 한국노총이 회계 공시를 결정하고, 다음 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회계 공시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노동조합이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비 일부를 세액공제 하지 않겠다고 하자, 양 노총 지도부는 조합원 이탈을 우려해 굴복한 것이다. 이는 조직 보전 논리를 우선에 두는 노동조합 상근 간부층의 보수주의를 반영한다.

양 노총이 회계 공시 수용을 결정하자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은 “노동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 좌파적·전투적 조합원들 사이에서 중집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차헌호(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 등이 “민주노총과 모든 가맹산하 노동조합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과 투쟁성의 정신에 따라 회계 공시를 전면 거부한다”는 수정동의안을 발의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정족수 부족으로 대의원대회가 유회돼 해당 수정동의안은 3월 18일에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다루게 된다.

2월 28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만장일치로 회계 공시 수용 거부를 결정했다. “현장에선 정부가 강제한 회계 공시는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탄압 수단이기 때문에 금속노조가 민주노조의 자존심을 세워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매일노동뉴스〉) 금속노조 핵심 작업장 중 한 곳인 기아차지부는 민주노총 중집 결정을 따르지 않고 회계 공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직후, 금속노조에 대해 “관계 법령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며 협박했다. 금속노조의 결정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악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한국노총을 경사노위에 끌어들여 노동 개악의 모양새를 갖췄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운영기관 모집을 공고했고, ‘업·직종별 근로시간 운영실태 연구’를 통해 근로시간 운영에 대해 조사를 할 계획이다. 노동계급의 생계비 부족 고통이 나날이 악화되는 가운데, 임금 억제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과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시도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3월 1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회계 공시 거부를 결정하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선 저항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