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행동에 나서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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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97명의 유가족들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을 선언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용산 이태원광장에 영정 사진이 걸린 분향소를 설치하고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16일 첫 추모 집회를 가졌다.
유가족협의회는 창립 선언문에서 이태원 참사는 명백히 정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하고, 철저한 국정조사, 성역 없는 수사, 제대로 된 추모 공간 및 유가족 소통 공간 마련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은 “이상민을 파면하라,” “살인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유가족들의 이러한 절박한 외침은 너무나 정당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등이 앞장서 벌써부터 유가족협의회 비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상민 탄핵소추안을 해임건의안으로 수위를 낮추는 등 벌써부터 지극히 소심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일부 유가족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민주당이 하는 짓은 표적을 흐리는 짓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하에서 벌어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운동 때도 유가족들의 편을 자임했지만, 결정적인 때마다 기소권 포기 등 유가족에게 요구 수위를 낮추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여야 야합으로 법안을 누더기로 만든 바 있다.(관련 기사: 본지 235호 ‘문재인 정부와 세월호 운동’)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려면 윤석열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한편,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는 거리 운동이 확대돼야 한다.
윤석열이 권좌를 지키면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정의는 없다
12월 13일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참사 현장에서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친구 두 명을 잃었던 한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 것이다.
안타까운 이번 죽음의 책임은 실제로 윤석열에게 있다(관련 기사: 본지 440호 ‘이태원 참사, 왜 윤석열 책임인가?’)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과 두려움은 무엇보다도 참사의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오히려 비난과 모욕의 화살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영영 ‘과거’가 돼 버리는 것이다.
참사의 진정한 책임자 윤석열과 정부·여당은 바로 그것을 원한다.
한편으로 특수본 수사는 용산경찰서장 윗선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희생자 사망 원인이 압사가 아닌 마약일 수 있다는 둥, 희생자 유가족의 항의가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이라는 둥 막말을 일삼고 있다.
이는 모두 책임 은폐와 전가를 위한 큰 그림의 일부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강제력도 없는 국정조사마저 파행시키고 이태원 참사 항의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정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저 민주당이 여당을 공격하려고 벌이는 ‘쇼’에 사람들이 놀아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남짓 사이 이태원 참사 항의와 윤석열 퇴진 운동, 화물연대 파업 등이 윤석열을 난처하게 했던 상황에 견줘, 민주당은 지독하게 소심했고 결정적 순간에 배신적이었다.(관련 기사: 본지 445호 ‘민주당의 좀스러운 행보에 담긴 실질적 배신’, ‘민주당을 진보 지향으로 견인할 수 있을까?’)
참사 문제 해결되려면 윤석열이 내려오게 해야 한다
국정조사와 이상민 해임(윤석열은 해임건의안을 거부하겠다고 이미 밝혔다)은 이태원 참사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전혀 부차적인 일부분에 불과하다. 참사의 진정한, 정치적 책임자가 바로 윤석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윤석열은 국민 350여 명을 압사로 죽거나 다치게 만든 참사의 배경, 발생, 은폐 시도 모두에서 진정한 책임자이다.
이태원 참사의 한 요인인 ‘마약과의 전쟁’은 윤석열이 대선 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워 온 것이다. 참사가 없었다면 핼러윈 기간에 윤석열의 ‘작품’이 만들어질 계획이었다.
법무부는 핼러윈 기간을 앞두고 국정원, 보건복지부, 식품안전처, 방송통신위원회, 관세청 등 범정부 기관을 망라하는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출범했다. 국민의힘도 이태원 참사 3일 전 당정 협의로 국무총리 산하 ‘마약류 대책 협의회’를 꾸렸다.
경찰은 그런 윤석열의 충실한 손발로 움직였다.
경찰은 일선까지 강하게 통제되는 엄격한 관료 조직이다. 경찰의 조직적인 행위는 윤석열의 지시(큰 틀의 방향이든, 구체적인 지시이든) 아래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태원 인파 대책 포기와 방치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요컨대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 방향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도의적 책임 정도가 아니라, 살릴 수 있었던 160명 가까이를 하루아침에 사망케 한 데 대한 실질적 책임이 윤석열에게 있다.
윤석열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참사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반복될 것이다.
윤석열은 마약과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권위주의적 대중 통제 정책을 포기하기는커녕 더욱 강화해서 위기에 대처하려고 한다. 15일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다시금 “지금부터 전쟁하듯이 마약 범죄를 막으면 막을 수 있다”며 마약과의 전쟁에 재시동을 걸었다.
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전격적인 노동개악안 연구 보고서 발표, 부자 감세와 복지 삭감 등이 보여 주듯 윤석열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더욱 망가뜨리려 한다.
이태원 참사로 끔찍한 민낯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자. 윤석열 퇴진 운동을 더욱 키우자. 퇴진 운동은 이태원 참사 이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필요하고 정당한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