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윤석열 퇴진 전국 집중 촛불:
“지금 퇴진 투쟁 하지 않으면 윤석열이 반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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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한파 주의보가 내려져 “외출 자제”가 권고된 12월 17일, 윤석열 퇴진 전국 집중 촛불에 4만 명이 넘게 모였다.
집회가 마무리될 때 영하 8도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두툼한 방한 점퍼 속으로 두 겹, 세 겹의 옷을 껴입고 목도리, 마스크, 장갑, 핫팩 등으로 추위와 싸우며 자리를 지켰다.
11월 19일 전국 집중 촛불 이후 한 달 새 윤석열은 서민층의 삶을 본격 공격하기 시작했다. 화물연대 투쟁 탄압, 언론 탄압, 노동 개악 추진, 전기요금 인상 등.
정부의 방해에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스스로 조직해 행동에 나서자 유가족들을 위축시키려고 망언들을 쏟아 냈다. 시민분향소에 정부 책임자 누구도 찾지 않았다. 12월 16일 영하 10도의 날씨 속에서 참사 49재 추모제를 열고, 대통령실에 요구 서한을 전달하고자 한 유가족들에게 윤석열이 보낸 것은 수백 명의 ‘진압’ 경찰과 차벽이었다.
집회장 곳곳에 걸린 주최 측의 다양한 현수막이 윤석열의 악행과 이에 맞서 혹한의 추위도 이겨 낸 분노를 잘 보여 줬다. “노동자 협박하는 윤석열 퇴진!”, “참사 정권 윤석열 퇴진!”, “한미일 군사동맹 윤석열 퇴진!”, “막말 정당 국힘당 해체”, “투쟁이 추모다” 등.
이런 점에서 이날 집회 마무리 발언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지금, 기다리지 말고 당장, 매 순간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한다고 한 발언은 중요했다.
“‘아직 퇴진을 부르짖을 때가 아니다, 좀 더 분노가 절정에 이를 때를 기다리자’ 이런 얘기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누군가 더 빼앗기고, 누군가 더 죽어 나갈 때까지 가만히 있자는 겁니까? 저 자들에게 반격의 준비를 할 시간을 더 주시겠습니까? 그간 우리가 획득해 온 소중한 권리를 하나하나 박탈당하고 있는데 나중에 뭘로 싸우자는 겁니까? … 바로 지금이 적기입니다. 우리는 더는 저 강도들에게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시기 상조?
이날 집회는 낮에 행진을 먼저 시작했다. 행진이 시작될 때 대열은 남영역과 삼각지역 사이 3차선을 거의 채웠다. 전국 집중 집회를 한 달 가까이 기다려 온 지방 참가자들이 행진 대열의 다수를 이뤘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게 길게 이어진 대열은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를 줄기차게 외치면서 서울역을 지나 집회장인 세종대로로 향했다. 행진하면서 대열은 계속 커졌다. 방송차에선 이태원 참사 망언, 노동 개악, 화물연대 탄압, 대통령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한 방송차 향도가 ‘참가자들 대부분 노동자인데, 정부의 화물연대 탄압, 노동 개악 등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동조의 외침이 나왔고, “퇴진하라” 구호 소리도 더 커졌다.
본대회 1부였던 이태원 참사 49재 추모제에선 희생자를 일일이 호명하는 진혼굿이 펼쳐졌다.
집회 시작 후에도 참가자들이 계속 불어나 집회 장소가 갈수록 비좁아지는데도 경찰은 일부러 공간을 더 열어 주지 않으며 신경질적으로 나왔다. 서울 시청역 8번 출구에서 집회장으로 나오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사회자가 안내 방송을 한 뒤에야 전 차선의 교통을 통제했다.
본 대회에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서명 운동 보고’, 지역별 촛불 대표자 발언 등이 이어졌다. 일본 제국주의의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리고 소송을 벌여 온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게 내정됐던 인권상을 정부가 취소한 것에 대한 규탄 발언이 분노를 자아냈다.
오남준 화물연대 부위원장은 파업 중이던 12월 3일 퇴진 촛불에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러 왔던 데 이어 이날 다시금 연단에 올랐다. 오 부위원장은 이기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지만 큰 응원의 박수가 나왔다.
“이태원 참사에서 국가는 없었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단 1초라도 빨리 구하기 위해서 모든 국가 행정기관을 풀가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화물연대를 무참하게 때려잡을 때에는 모든 행정기관들이 작동됐습니다 ... [정부는] 야만적 노조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화물연대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조직을 재정비해서 화물 노동자 생존권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또다시 나서고자 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십시오.”
이태원 참사와 노동자 투쟁에 대한 정부 대응이 다르다고 말할 때 참가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풀가동
화물연대 투쟁은 경제 위기 시대에는 어떤 노조가 자체적으로 가진 힘이 크다 해도, 연대 투쟁 없이 혼자 싸워서는 범정부적 탄압에 맞서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노동조합의 연대와 함께 정부를 반대하는 정치적 운동과의 결합도 필요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화물연대 부위원장이 두 번이나 윤석열 퇴진 집회를 찾은 것은 좋았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깃발을 앞세우고 기층 조합원들을 대거 동원해 참가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양측 모두를 고무시킬 수 있다.
마지막 발언자로 대학생 조서영 씨가 이태원 참사 문제로 국민의힘 당사를 항의 방문하다가 연행된 얘기를 했다. 조 씨가 분노로 잠시 울먹였을 때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여섯 명의 대학생들이 외친 목소리는 비단 그들만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유가족분들의 목소리고 국민의 목소리였습니다. … 어떠한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조서영 씨는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패륜5적 처벌 전국투쟁본부’의 격문을 낭독했다.
“참사 이후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이 총력을 기울인 것은 진상 은폐였다. … 정권은 슬픔을 딛고 용기를 내도록 도와줘야 할 유족들을 짓밟고 모욕하고 무릎 꿇려 굴복시키려 한다. … 퇴진이 추모다. 투쟁이 추모다. 패륜정권 윤석열 퇴진하라. 패륜정당 국힘당 해체하라.”
이날 집회는 윤석열 퇴진 운동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 줬다.
지난 한 달 동안 윤석열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정치적 고민도 커졌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이 여러 쟁점에서 여당의 강공에 꼬리를 내렸고, 화물연대 투쟁도 결국은 패했다. 윤석열과 그 측근들의 오만불손함은 더 커졌다.
이날 집회에서 본지 독자들은 8면짜리 “특별 호외”(헤드라인: “진정한 참사 책임자 윤석열은 물러나라”)를 1만 부나 반포했다. 반윤석열 운동의 앞날에 대한 고민들이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기도 싫을 만큼 추운 이날 1만 명이나 호외를 받아 든 이유일 것이다.
올해 남은 집회는 성탄 촛불(24일), 송년 촛불(31일)이 될 것이다. 2023년 1월 14일에 다음 전국 집중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윤석열이 더한층의 경제 위기 고통 전가 공격과 탄압 등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퇴진 운동은 계속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