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노동개악, 주춤했지만 포기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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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도 안 돼, 윤석열 정부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지지율은 수주째 30퍼센트대 수준이고,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몇 달 만에 20퍼센트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제 강제동원 ‘해법’, 우크라이나 전쟁 군사 지원 시사, 노동시간 연장 시도, 물가·공공요금 인상 등 윤석열이 추진한 주요 정책들이 모두 대중의 커다란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자살이 잇따르는데도 턱없이 부족한 대책을 내놓아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정부가 하려는 것은 온통 나쁜 일이고, 노동자 등 서민층에 필요한 일은 안 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노동계급에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는 공격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윤석열은 ‘노동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해 왔다. 노동시간 연장 등을 잠시 멈췄지만,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한미(일) 동맹 강화를 우선 추진하기 위해서지 노동개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4월 17일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은 반대 여론에도 노동시간 유연화·연장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4월 4일에는 노동개혁 추진을 총괄할 노동정책관을 신설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윤재옥 취임 후 ‘1호 특별위원회’로 노동개혁특위를 5월 2일 발족한다. 국민의힘은 매주 노동개혁특위 회의를 진행해 8월 말까지 노동개혁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4월 18일엔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이 경총을 방문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동개혁을 끝까지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시간 연장안 추진에 제동이 걸린 것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과 우려를 달래려는 행보다.
숨 고르기
윤석열은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했지만, 노동계급 전체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이간질해서 각개격파하려 한다.
정부는 기존의 노동시장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유리하다며 마치 “노동개혁”이 청년 세대와 여성,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양 포장했다.
그러나 노동시간 연장안에 고용 형태와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노동자 다수가 반대한다. 특히 윤석열이 공을 들인 ‘MZ세대’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여당은 최근에 소위 ‘노동 관행’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노조 회계와 이미 사문화된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단협 조항을 문제 삼아 노동조합 전체를 부패 집단으로 매도하고, 노동개혁의 불씨를 살리려 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조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동조합들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지난 4월 3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형동은 조합원 2분의 1 이상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 회계를 외부에 공시해야 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공정채용법’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조의 채용 요구 등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도 노동개혁특위 첫 안건으로 이를 다룬다고 한다.
정부의 목적은 법치를 내세워 노조 내부 운영을 규제하고 노동 관행들을 공격해, 노조 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조를 고립·위축시켜 노동개혁에 맞선 현장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권(투쟁)을 약화시키려는 것이 핵심이다.
얼마 전 TV조선은 공무원노조의 해고자 생계비 지원을 문제 삼았고, 〈조선일보〉는 노조 조합비가 불법 파업, 반미 정치 선동 등에 쓰인다며 비난했다.
그런데 만약 투쟁하다 해고 등 불이익을 겪는 조합원을 노조 재정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집단 행동은 약화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정권 반대나 제국주의 전쟁 반대 등을 내걸고 투쟁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이는 노동자들의 정치(계급) 의식 확대와도 연결된다.
윤석열은 최근 “노조의 불법 행위를 방치하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건설노조와 택배노조를 불법·폭력 집단인 양 매도하는 것인데, 건설노조와 택배노조는 최근 몇 년간 활발한 현장 활동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조합원을 확대해 온 대표적인 곳이다.
집단 행동 규제
김형동의 노조법 개정안엔 노동조합이 “폭행·협박”으로 업무를 방해하고 “부당한 금품·물품”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가 건설노조의 조건 개선 활동을 “폭행·협박”, “부당한 금품·물품” 요구로 매도해 온 것을 법안에 담은 것이다.
김형동 발의안에는 사용자들이 요청했던 파업 시 대체 근로 확대,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까지 포함하고 있진 않다.
반노조 악법으로 악명 높은 영국의 대처 정부도 노동법 개악을 한 번에 하진 않았다. 대처는 이전 보수당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일거에 하려던 것이 실수였다고 진단하고, 노조들에 대해서는 각개격파를 하고, 노동법 개악은 순차적으로 하나씩 실행했었다.
김형동은 “(논란이 큰 노동시간 개편안보다) 다른 정책을 먼저 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이수정 의원은 4월 13일에 행정관청이 노조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조 지도부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일관되게 노조 투쟁을 방어하지 않는다. 또한 민주당도 집권하면 개악의 주체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점거 투쟁을 금지했고, 특별연장근로 기간 확대 등 노동시간을 연장했다. 민주당도 궁극으로는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과 기업 이윤을 보호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쟁점을 두고 민주당과 전술적 제휴를 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을 믿고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최근 전세 사기로 수많은 서민층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생계비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조직 노동운동이 이런 문제들과 연결된다면 윤석열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혁명가들과 좌파 활동가들이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