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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여자들에게 듣는다 라니(팔레스타인인 디아스포라 유학생, 고려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야 집행부원):
“행동에 나선 저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지난해 10월 7일은 시험 날이었어요. 아빠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라마단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해 왔기 때문에 익숙함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일찍 시작했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1년 동안 계속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활동할 생각이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에요. 아빠가 여자로서, 팔레스타인인으로서 행동에 나서는 데에 반대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부끄럽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내가 살아 오면서 뭐했나’ 하는 생각을 하기 싫었어요.

지난해 친구와 함께 간 이태원역 앞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행동에 나선 저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동생들이 “누나(언니) 멋있다”고 해서 뿌듯했어요. 엄마도 아빠 몰래 “라니야 너 정말 멋지다”고 하셨어요.

'9.25 대학생 공동 행동'에서 발언하는 라니 씨 ⓒSam Delort

아랍인 무슬림 여성으로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히잡을 벗어야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히잡을 쓸 때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내 아이덴티티를 잃고 싶지 않아요.

저는 무슬림 여성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자긍심을 주고 싶고 무슬림 여성의 목소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발언할 때도 히잡을 써요. 한국에서 히잡 쓴 사람이 집회에서 발언하는 것을 보며 다른 아이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요.

한국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한국과 팔레스타인은 비슷한 역사가 있어요. 그 비슷한 역사를 봐 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동아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랍에 대한 미국의 거짓말을 알리면서 진실을 보여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동아리를 만들려면 한국인 학생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수박’의 이시헌 님이 수진 언니를 소개해 줬어요. 수진 언니와 우리 멤버 진 셋이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동아리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하루 종일 고민했어요. ‘쿠피야’로 이름을 짓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가 “쿠피야에 ‘KU[고려대학교의 영문 약자]’ 들어가잖아” 해서 쿠피야로 지었어요.

첫 학내 집회를 마치고 수업 들을 때 교수님이 걱정할 정도로 엄청 울었어요. 그만큼 집회가 감동적이고 성공적이었거든요. 이스라엘인 유학생의 친구들도 “라니야 너 진짜 대단해” 하고 말해 줬어요. 그날 집회의 영상과 사진만 봐도 울컥해요. 너무 뿌듯해서 그날 잠도 못 잤어요. 엄마한테 “엄마 우리 대박 났어!” 하고 얘기했어요. 엄마가 아빠한테는 안 알려 줬지만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한국을 좋아했어요. 세월호 참사도 생중계로 봤어요. 세월호 참사도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한국어를 배우기 전이었어요.

그러다 2017년에 앱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카타르 주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한국어를 더 배웠어요. 어릴 때부터 K드라마와 K팝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SES, 핑클, god 같은 1세대 아이돌도 좋아했어요. 서태지도 많이 들었어요.

가족과 친척도 저의 한국 사랑을 알아요. 그래서 삼촌들이 최근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축구 경기 때 “라니야 너네 나라[한국]가 이길 것 같은데? 우리 팔레스타인 너무 약해” 하며 놀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애정이 커서 실망도 있었어요. 비슷한 역사가 있는데도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요. 그때는 한국인 친구들이 많지 않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와 줄 사람들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껴요. 이제 한국도 내 집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카타르 있을 때는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있을 때는 카타르가 그리워요. 팔레스타인도 그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