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
이스라엘의 가자·서안·레바논 침공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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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제55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지금 이스라엘은 중동 확전을 기도하며 레바논에 무차별 폭격을 퍼붓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을 엄호하기 위해 지중해 함대를 파견하고 중동에 지상군을 증파했다. 지난 10일, 22명을 숨지게 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에서도 미국산 무기인 합동직격탄(JDAM)이 사용된 것이 밝혀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의 학살도 멈추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중북부에서 병원·학교 등 피란민이 있는 곳을 집중 공격하며 자신의 야만성을 전 세계에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일주일 새 220여 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오늘 집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던 가자 북부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흐무드 씨가 집회 장소로 오는 길에 그의 형제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자의 비극이 이곳 한국과 동떨어진 일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아프게 실감케 했다.
사회자는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외쳤다. “가자지구·레바논·서안지구에서 희생된 모든 분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함께 힘을 모아서 시온주의에 반드시 패배를 안깁시다!” 참가자들은 “Down Down Occupation!(점령 반대)” “Down Down Israel!(이스라엘 타도)” 구호로 화답했다.
첫 발언은 재한 팔레스타인인이자 고려대학교에서 최초의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인 ‘쿠피야’를 만든 라니 씨가 했다. 라니 씨는 전 세계 대학생들의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로서 한국에서도 그 운동을 일구기 위해 캠퍼스와 거리를 동분서주해 왔다.
라니 씨는 준비해 온 한국어 발언문을 힘 있는 목소리로 읽어 나갔다.
“저는 팔레스타인인이지만 팔레스타인을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 이스라엘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 나크바 때부터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지우고 있습니다. 제 가족도 여러 나라들로 강제로 옮겨 갔습니다. 이 상황은 작년 10월 7일부터 시작된 게 아닙니다.”
라니 씨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레바논에서도 학살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맞서 미국, 독일, 일본, 영국 그리고 한국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함께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우리가 힘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가장 쉬운 일이 보이콧입니다. 다 같이 손을 잡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합시다.”
노동자연대 이원웅 활동가가 두 번째 발언을 이어 갔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키우는 것은 가자지구에서 목표를 완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목표 완수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굴복시키지 못했고, 하마스 궤멸과 인질 구출이라는 자신들이 표방한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학살 공범 바이든이 재선을 포기한 것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그를 거꾸러뜨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적들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긴 눈을 갖고 저항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원웅 활동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며, 헤즈볼라와 레바논 민중의 저항이 승리하기를 바라며 운동을 계속 키워나가자고 호소했다.
마지막 발언자는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 알리 씨였다.
이집트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한국에 정치 난민으로 오게 된 알리 씨는 지난 1년 동안 앞장서서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활동가 중 하나다.
알리 씨는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이 온갖 야만을 저지르고 그에 맞선 저항과 연대 운동이 일어났음에도 아랍 정권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규탄하며, 진정한 대안을 만들어 낼 힘은 아랍 민중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아랍 정권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아랍 정권들이야말로 이스라엘이 벌이는 인종 학살의 공범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는 최근에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을 무더기로 체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아랍의 민중입니다. 왜냐하면 아랍 민중은 중동에 심어져 있는 이스라엘의 존재가 식민 지배 프로젝트이고 점령자이며 테러 정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 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년 동안 함께해 온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인류애와 표현의 자유, 팔레스타인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는 저항과 투쟁 속에서 함께하기를 호소드립니다. 저 강탈 국가 이스라엘에게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참가자들이 팻말을 높이 흔들고 박수를 치면서 화답했다.
사회자는 세계 곳곳의 지배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두려워하며 공격하고 있지만, 그러한 탄압으로도 중동과 전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물결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회자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앞장서 온 이집트인들이 연명을 받고 있는 난민 인정을 위한 탄원을 소개하며 많은 관심과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거리에서 소리높여 외치고 알리기 위한 행진을 시작했다. 팔레스타인인 학생들과 아랍인, 한국인들의 힘찬 선창에 따라 “Hands off Lebanon!(레바논에서 손 떼라!)”, “(Stop Stop Genocide 인종 학살 멈춰라!)”, “학살 전범 네타냐후, 학살 공범 조 바이든!”을 소리 높여 외쳤다. 광화문과 명동을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향했다. 선선한 날씨에 거리로 나온 행인들은 시위 대열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거나 팻말을 받아들어 응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심을 표했다.
지난해 10월 11일 한국에서 열린 첫 집회에 참가해 1년간 함께 거리를 지킨 이집트인 모나 씨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도 힘을 잃은 적이 없습니다. 하마스가 저항을 계속해 나가기 때문에 우리도 이스라엘이 멈출 때까지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멈출 수 없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삼 씨는 팔레스타인과 카나키(“누벨칼레도니”, 프랑스의 남태평양 식민지)에서 모든 식민 점령이 종식되기를 염원하는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오늘 집회에서 한 연설자가 마크롱이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스라엘에 “방어용 무기”를 계속해서 판매하는 것의 위선을 꼬집은 것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모로코에서 온 유학생 사미아 씨는 오늘 집회에 참가하며 치유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지켜 보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집회에 참여하고, 함께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 독립)”을 외치면서 우리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팔레스타인 해방을 이룰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지라도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도착한 시위대는 학살 국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구호를 연호했다. 주최 측은 앞으로도 전국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계속 해나갈 것을 호소했다.
10월 13일에는 부산과 인천, 원주에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전쟁 확대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이 집회들과, 10월 19일인 다음 주 토요일 오후 2시에도 광화문 교보문고 앞으로 다시 모일 것을 결의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