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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여자들에게 듣는다 최영준(‘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소집자):
“지난 1년간 기층으로 지지를 넓히며 성장했습니다”

최영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 소집자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은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입니다. 출발부터 한국인 단체·개인뿐 아니라 재한 팔레스타인인들, 이집트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여러 국적의 아랍인·무슬림 커뮤니티, 이주노동자, 유학생들과 함께 이 운동을 건설했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학살 만행을 규탄할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과 하마스의 저항을 지지했습니다. 그랬기에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직후 신속하게 집회를 열 수 있었죠.

우리는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속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76년간 이스라엘의 체계적인 인종청소에 맞선 저항의 일부였습니다. 또한 10월 7일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잠재우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기도 했죠.

그렇기에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전역에서 지난해 10월 7일 이후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역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고, 국제적 연대 운동의 중요함을 인식하며, 한국에서도 이를 구현하고자 애썼습니다.

지난 일요일(10월 6일) 가자 학살 1년이 되는 때에 열린 ‘국제 행동의 날’ 집회가 바로 그런 특징을 잘 보여 줬습니다. 이날 집회는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내외국인이 함께 기획·조직·준비·운영했습니다. 가자지구 현지 주민들이 영상도 보내 줬고요.

집회 구성뿐 아니라 준비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했죠. 그동안 팔연사가 주최해 온 수많은 집회와 행진, 행사들이 모두 그랬습니다.

팔연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 운동의 주역이 되고, 또 중동의 아랍 민중들과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더불어 주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가자지구 현지와도 연결하면서 여러 방식으로 연대를 구축하고자 애썼습니다.

또 팔연사는 대학과 지역 등 기층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확대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여러 대학에서 내외국인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을 벌이고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선생님들이 중·고등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초대해 강연회를 열었고, 공무원 노동자 등이 노동조합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결의문을 통과시켰죠. 지역의 모스크들에서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곳에서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알리고 운동을 건설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저변이 넓어졌습니다.

10월 6일 국제 행동의 날 집회는 바로 그런 기층의 운동들이 한곳에 모이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집회는 내외국인 대학생들이 이 운동의 주요 참가자임을 보여 줬고, 곳곳의 이주노동자들도 참가했고, 여러 지방의 참가자들이 서울로 모였습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한국의 여론 지형을 바꾸는 데도 일조했습니다. 한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격히 높아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지지도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운동의 참가자들 자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맞서 이전보다 더 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구축할 수 있다는 힘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1년이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길 원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전쟁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헤즈볼라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2006년에 레바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확전을 꾀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승리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방의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확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레바논 침공은 중동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민중의 더 큰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또, 중동 국가 정부들이 이스라엘과 줄타기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주말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거대한 시위와 저항이 벌어진 것도 이런 국면을 보여 준 것입니다. 10월 6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 행동의 날’ 집회에서도 많은 연사와 참가자들이 이스라엘의 확전을 규탄했을 뿐 아니라, 더 큰 저항과 연대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스라엘을 패퇴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를 후원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려면 팔레스타인인 자신의 영웅적 저항뿐 아니라, 중동 민중의 저항, 주요 제국주의 국가에서의 연대 운동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친미 국가인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중요합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더 크게 건설하고,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 반대하는 행동을 계속 벌입시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지속·강화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