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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 하마스 지도자 6인을 “10월 7일 테러” 혐의로 기소:
10월 7일 공격은 테러가 아니라 식민 점령에 맞선 정당한 저항이었다

10월 7일 공격은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인 전사들의 군사 작전이었다 ⓒ출처 Hamas Media Office

미국 법무부가 야흐야 신와르를 비롯해 하마스 지도자 6명을 기소했다. 이 중 3명은 이미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

기소의 근거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한 하마스의 공격이 “테러 행위”였다는 것이다. “하마스가 미국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모든 사건을 테러 행위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미국 법무장관 메릭 갈랜드)

이번 기소는 미국이 휴전 협상의 중재자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의 공범임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영자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는 환영 논평을 냈다. “이번 기소는 하마스의 행위가 ‘저항’이 아닌 ‘살인 행위’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조처다.”

오래 전부터 제국주의자들은 민족해방 운동을 고립시키기 위해 저항 운동을 “테러”로 비난하는 수법을 썼다.

예컨대, 알제리 민족해방 운동에 대한 프랑스 국가의 대응이 그랬다.

70년 전인 1954년 11월 1일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은 프랑스 군대에 맞서 무장 투쟁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FLN은 알제리 전역 30여 곳에서 창고를 방화하고, 농업협동조합을 폭격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인 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당했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는 마르세유 주둔 중무장 경비대 300명을 알제리에 파병했다. 이때부터 1962년에 독립할 때까지 알제리인 150만 명이 전사하거나 체포·수감 과정에서 숨졌다.

2001년 프랑스군 예비역 대장 폴 오사레스는 회고록을 발간해 1955~1957년 당시 FLN 대원들을 고문하고 약식 처형했다는 사실을 털어 놨다. 오사레스는 자신의 행위가 “테러 진압을 위한 국가 임무 수행”이었고, “진술을 거부하는 테러리스트의 입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문”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이는 프랑스 당국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일제도 이봉창의 의거(1932년), 윤봉길의 훙커우공원 의거(1932년) 등을 “불령선인의 테러”로 비난했다.

사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훨씬 전부터 팔레스타인인 저항 세력을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었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인 저항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들을 살해했을 때 이스라엘은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테러범”으로 몰았다.

전직 이스라엘군 정보 장교 엘리야후 요시안은 가자 전쟁 개전 직후에 이렇게 말했다. “가자지구에 민간인은 없다. 250만 명의 테러리스트가 있을 뿐이다.”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탄압하는 등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영국의 BBC는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그 전에도 영국 노동당 지도부는 제러미 코빈 전 대표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당원 자격을 정지시킨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유명 축구 선수 카림 벤제마가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자, 공화당 상원의원 발레리 보아이에는 벤제마의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군사 작전

그러나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은 테러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이미 10월 7일 전에도 가자지구를 상대로 여러 차례 전쟁을 벌여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8~2009년, 2012년, 2014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침공해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을 죽였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인들도 죽음을 애도하고 응보적 정의를 다짐하고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더라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할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10월 7일 공격은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인 전사들의 군사 작전이었다.

10월 7일 공격 직후 하마스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하마스가 띄운 드론이 이스라엘의 통신탑 상공에 멈춰 폭발물을 투하했다. 이 통신탑에는 최첨단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하마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제 상업용 쿼드콥터를 개조한 드론으로 이스라엘의 난공불락 시설을 공격한 것이다.

그리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전사들은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던 철조망을 뚫고 이스라엘 영내로 침투했다.

팔레스타인인 전사들은 이스라엘인 1139명을 살해하고, 200여 명을 포로로 잡았다. 이스라엘은 커다란 굴욕감을 느꼈고, 그래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 학살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그럴 기본 계획이 있었던 터에 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반격’은 “정당방위권” 행사가 아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 벌이는 공격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10월 7일과 아무 관련이 없음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참극이 하마스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전혀 진실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체를 강탈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식민 정착자 국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은 결코 대칭적이지 않다. 지금의 전황을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억압자와 피억압자가 투쟁할 때 ‘공평무사한’ 중립은 있을 수 없다. 이스라엘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투쟁과 민족자결권을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파이낸스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조승진

식민 정착자들은 단순한 민간인이 아니다

10월 7일 공격 직후 많은 자유주의자와 개혁주의자들은 이스라엘 민간인이 살해당하고 포로(‘인질’)로 잡혔다는 사실에 질겁했다.

그들 상당수는 식민 정착자들이었다. 이스라엘인 정착자들은 단순한 민간인이 아니라 시온주의 운동 활동가들이다.

정착자들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 거주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시온주의자들로, 그들이 거주하는 정착촌은 팔레스타인인의 사유지를 강탈해 건설됐다.

각종 유엔 결의안은 1967년 이후 점령과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임을 거듭 명시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의 후원을 받는 이스라엘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그렇기는커녕 이스라엘 국가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정착자들의 잔혹 행위를 후원하고 지원해 왔다. 텔아비브나 예루살렘에 사는 이스라엘인보다 정착촌에 사는 이스라엘인에 대한 정부 예산이 1인당 두 배나 된다.

정착자들이 팔레스타인인의 이동을 제한하고 팔레스타인 당국(“자치정부”)의 생존력을 약화시켜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물망처럼 촘촘한 검문소들과 함께 정착촌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땅을 산산히 쪼개 놓았다.

이스라엘인 정착자들이 팔레스타인인의 땅을 빼앗는 것은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목표와 일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