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팔레스타인인·중동인·서구인·한국인이 함께 논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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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토)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가자 학살 1년, 저항과 연대는 계속된다’가 성황리에 열렸다.
개전 1년을 맞아 열린 이번 포럼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식민 지배의 역사를 살피고, 인종 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의 의미를 되새기며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과제를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지난 1년간 운동 속에서 다져진 우애와 연대감을 바탕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북돋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레바논 등 중동으로 전쟁과 인종 학살을 확대하는 지금, 연대 운동 진영도 이에 맞서 운동을 지속·확대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팔레스타인인들과 한국인들을 비롯해 중동과 서구, 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연사·사회자·청중 150여 명이 포럼장을 가득 채웠다.
첫 시간은 ‘팔레스타인 101: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식민 점령에 왜, 어떻게 맞서 왔는가’였다.
전국 여러 학교에서 20차례 이상 팔레스타인 연대 특강을 진행하고 최근에는 계기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의 조수진 교사가 사회를 봤다.
팔레스타인에서 나고 자란 나심 알바크리 씨는 76년 넘게 이스라엘에 맞서 온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지붕 없는 감옥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끔찍한 인종 분리 정책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굳건하게 저항하며 살고 있다고, 또 시온주의가 언젠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나심 씨는 이스라엘의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든 정치 세력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점령하려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따라서 이스라엘 내에서 변화의 동력을 기대할 수 없고 두 국가 방안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청중 토론에서 1년간 연대 운동에 참가해 온 한 한국인 청년은 제2차 인티파다와 2011년 아랍 혁명의 연관성을 짚으며 변화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발언해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그다음 시간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토론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꾸준히 참가해 온 살라흐엘딘 한국외대 아랍어과 부교수가 사회를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첫 발제자는 가자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였다. 마르얌 씨는 유엔 등 ‘국제 사회’에 기대해서는 인종 학살을 멈출 수 없다고 역설하며, 오슬로 협정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은 전체 영토의 4퍼센트에 불과한 땅”만 차지하고 있다며 협상에 기대는 방식의 한계도 지적했다. 마르얌 씨는 무장 저항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는 방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을 만들어 활동해 온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주마나 씨가 다음 발제자로 나서,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학생 반란이 한 구실을 강조했다. 주마나 씨는 한국에서도 ‘글로벌 학생 인티파다’의 일부로 시작된 서울대 캠프 농성이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다른 대학으로 팔레스타인 연대가 확산된 경험을 전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김인식 〈노동자 연대〉 발행인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분열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난민·이민자 공격에 맞서 이들을 방어하고, 무슬림 혐오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세 기둥인 팔레스타인인들 자신의 영웅적 저항, 인접국들의 노동자·농민 반란, 서방과 한국 같은 친서방 국가들 내에서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결합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진 청중 토론에서는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변화의 잠재력을 느끼게 된 경험을 전하는 발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중요한 일부인 이집트인들의 난민 인정 싸움에 대한 연대 호소 등이 큰 박수를 받았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운동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경험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논쟁하는 발언들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시간인 ‘해방을 향해 한걸음 더 ― Palestine will be free!’에서는 라니(재한 팔레스타인인, 고려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야’ 활동가), 알리 셰하타(한국 거주 이집트인 정치 난민), 김태양(연세대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 ‘얄라 연세’ 공동 조직자), 아야(덴마크인 유학생) 씨가 연설했다.
연사 중 3명이 대학생이었는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속에서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라니 씨는 “1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진실인지가 너무나 분명해진 상황”이라며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는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슬로건이 모든 민족에게 적용되도록 우리 모두 힘을 다합시다” 하고 호소했다.
아야 씨는 덴마크에서 인종적 소수자로서 겪은 경험과 자신이 재학 중인 코펜하겐대학교에서 캠퍼스 점거 농성으로 대학 당국과 코펜하겐시의 이스라엘 투자를 철회시킨 경험을 눈에 그려질 듯 생생하게 전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태양 씨는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현지 팔레스타인인들이 지켜보며 힘을 얻고 있다며 “우리의 연대 행동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들이 결코 고립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알리 씨는 “아랍 국가들의 침묵이 끔찍할 정도”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에 협조하는 아랍 정부들을 규탄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는 중동의 민중에게 자유를 열망하는 심장 속에 있는 문제”라며 “가자지구에서 형제자매들이 계속 저항하는 한 한국에서도 저항을 계속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을 경청한 재한 미국인 안나 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저는 이전까지 저항의 역사를 잘 몰랐는데, 오늘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운동이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게 됐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 같은 마음으로 모인 것을 보니 너무 좋습니다.”
부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오선희 씨는 “지난 1년 동안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성장한 것이 느껴지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을 힘차게 외치고, 다음 날인 10월 6일 오후 2시 서울 종각역 영풍문고 본점 앞에서 열리는 ‘가자 학살 1년: 10.6 국제 행동의 날’ 집회·행진에 모일 것을 약속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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