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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한국 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 없겠지만 노동계급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7월 31일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한국은 대미투자 펀드 3,500억 달러(약 488조 원)를 조성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1,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는 대신,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퍼센트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미 마친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으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과, 노동자 등 서민층은 이해관계가 같지 않다. 7월 30일 백악관 ⓒ출처 백악관

트럼프는 미국 현지 시각 7월 31일, 주요 국가들과의 협상 결과를 반영해 상호관세율을 조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정된 상호관세율은 8월 7일부터 적용된다.

협상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한미FTA에 따른 무관세의 이점을 잃고 자동차 관세가 EU·일본과 같은 15퍼센트로 인상된 점, 계속되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 위협, 한국 GDP 대비 너무 많은 대미 투자액 등을 거론하며 이번 협상이 “실패” 또는 “너무 많은 양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가 실질적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쌀·쇠고기 같은 농축산물 개방 요구를 막아 냈고, 기업들의 투자 계획만으로 관세를 낮췄다는 것이다.

몇몇 정부 인사들은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일명 ‘마스가’(MASGA))로 미국을 설득한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중국과의 제국주의적 해양 경쟁을 위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려고 하는 미국을 지원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정부가 이처럼 협상 성과를 내세우는 것은 한국 기업주 다수가 협상 결과에 안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결과 발표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6개 기업주 단체들은 “대미 통상 협상 타결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들은 한국의 관세율이 일본·EU와 같은 수준으로 타결돼 미국 시장을 두고 경쟁해 볼 만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 한국 기업주들은 미국이 관세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미투자 3500억 달러는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협상 타결 직후 한국 조선업체들과 핵발전 관련 업체들이 미국 정부에게서 대규모 수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추가 협상

그러나 관세 협상을 비롯한 한미 간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EU 등은 이번 합의 결과를 문서화하지 않았다. 합의의 틀만 결정됐고 세부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는 합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협상 결과를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 정부는 쌀·쇠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고 하고 있지만, 미국은 농축산물에서 “역사적 시장 접근”을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대미투자와 그 수익 배분을 놓고도 이견이 불거졌다. 미국은 “수익의 90퍼센트는 미국 정부에 돌아가 국가 부채 상환과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하는 기타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미투자를 약속한 한국·일본·EU 등은 펄쩍 뛰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익의 90퍼센트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국 측의 말을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미투자는 모두 “상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합의 결과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조만간 열릴 한미정상회담 때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대미투자나 수출입 등의 문제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의 수출을 가로막는다며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제한, 자동차 규제,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 추진, 콘텐츠 사업자에 망 사용료 부과 등이 미국이 지목해 온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다.

이런 규제를 완화하면 한국의 식품 안전 문제 등이 생기고, 대형 IT 기업들의 횡포가 심해질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돌아올 것이다.

한편, 조만간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대만 해협에서의 위기 대응에 주력하도록 설정하고, 한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려 북한에 자체 대응할 뿐 아니라 미중 간 군사적 충돌 시 한국이 미국을 직접·간접으로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미중 간 갈등에 한국을 끌어들여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일 뿐 아니라 한국의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케 하는 일이다. 이런 지출 증대는 복지, 교육, 기후 위기 대응 예산 등을 크게 압박할 것이다.

게다가 국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관세 협상으로 타격받는 기업들에 지원책을 내놓는 데에 신속하게 나서고 있다. 예컨대, 이번 협상으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 50퍼센트가 확정되자, 한국 철강기업들에 보조금·세금감면·생산비용 지원을 명문화한 ‘K-스틸법’ 제정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의원 100여 명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그러나 기업 지원 강화 논리는 결국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업 감세는 노동자 등 서민층에 대한 긴축 공격으로 돌아오고, 기업 이윤 보호 논리는 임금과 노동조건 공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트럼프의 관세에 대응해 미국에 수조 원을 투자하겠다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희망퇴직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의 관세·방위비 압박이 커질수록 자본가 계급, 그리고 국힘과 민주당은 그 비용을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가 확대돼야만 노동자 등 서민층의 삶을 지킬 수 있다.

좌파 측의 ‘국익’ 개념에 포함된 약점

한편, 이번 관세 협상이 타결되자 진보당은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협상을 타결하게 된 것”에 대해 이재명 정부를 치하하면서도, 트럼프의 동맹국 “약탈”에 맞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 싸우겠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미국 중심의 경제·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안보, 경제, 농민,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국익”이라며 말이다.

분명 진보당이 말하는 “국익”은 지배계급 정치인들과 국가 관료들이 걸핏하면 꺼내 드는 “국익”과는 다르다. 지배계급은 한국 자본주의의 안정이 곧 한국인의 ‘공통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국익”은 실제로는 부유층과 기업주들의 이익을 뜻한다.

반면, 진보당이 말하는 “국익”은 “농민,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것”일 테다.

그러나 이러한 좌파적 국익론에도 모순과 한계가 많다. 한국의 “국익”(국가의 이익)에는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도 중요하게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보당은 진정한 국익의 일부로 “안보, 경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희생과 양보를 해야 한다는 논리에 취약해지기 십상이다.

다른 한편, 정의당·녹색당·노동당은 협상 결과 발표 하루 전에 기자회견을 했다. “조공”을 요구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고 “이재명 정부는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경제 자주권”을 얘기하며 “우리 산업과 일자리의 미래를 축소시키는 협상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일자리를 두고 미국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를 함축한다. 이것은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진보당뿐 아니라 정의당·녹색당·노동당 등도 이번 관세 전쟁에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적으로) 응원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 지원, ‘K스틸법’ 등에서 보았듯)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고통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에는 국힘과 큰 이견이 없고 서로 협력한다.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이재명 정부를 응원하면 노동계급의 권익을 일관되게 방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약간만 다른 뉘앙스로 ‘국익’을 방어할 게 아니라 노동계급의 삶을 지키기 위한 노동계급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노동계급 이익을 위해 계급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노동계급이 아닌 서민층의 생활수준 방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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