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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트럼프의 관세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서는 안 되는가

5월 25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유럽연합(EU)에 대해 6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50퍼센트 관세를 7월 9일까지 유예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EU와의 관세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습적으로 관세 인상을 경고한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번복한 것이다.

또, 트럼프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아이폰이 인도 혹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애플은 최소 25퍼센트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잠시 주춤하던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정책이 다시 추진되는 상황에서 한미 관세 협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20∼22일 진행된 한미 협의에서 미국 정부는 한미 간의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면서, 월령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 추진, 콘텐츠 사업자에 망 사용료 부과 등을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이런 규제는 미국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완화를 요구해 온 것들이다. 이런 규제를 완화하면 한국의 식품 안전 문제와 대형 IT 기업들의 횡포가 심해지고,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돌아올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공세에 맞서려면 포퓰리즘(좌파 버전일지라도)을 경계해야 한다 ⓒ출처 백악관

한편,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자 한미 관세 협상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 김문수는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신속한 협상을 주장했다. 자신이야말로 트럼프와 가장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며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제가 당선되면 한미 정상회담을 바로 개최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진즉에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며 관세 협상에 적극 나섰던 일본 정부가 별 소득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김문수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관세 협상에 먼저 나서려고 하는 것은 트럼프의 공세에 힘을 실어 주는 셈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 해고가 증가하거나 증가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자들은 생필품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과 함께 세금 감면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며 부유층의 지지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좌파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약탈”이라고 비판하며, 김문수와 정부가 추진하는 신속한 협상을 비판하고 있다.

분명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웃 거지 만들기’ 전략으로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 문제를 중국과 동맹국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약탈”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다.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약탈”이라고 옳게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트럼프에 맞서 “경제 자주권 수호”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이 트럼프에 결연하게 맞서서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말이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경제 자주권”이나 “국익”은 윤석열이 걸핏하면 얘기해 온 “국익”과는 다르다.

지배계급의 정치인들과 국가 관료들은 흔히 국익 논리를 꺼내 들며, 가난하든 부유하든 한 나라 구성원이라면 모종의 공통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국익”은 실제로는 부유층과 기업주들의 이익을 뜻한다.

자본주의 국가의 성공과 안정적 운영은 그 나라의 경제 상황(자본 축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 관료와 기업인들은 기업들에게 이로운 것이 국가와 사회에 이로운 것으로 당연시하고 이를 “국익”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반면, 좌파 측이 말하는 “국익”은 단지 지배계급의 이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익을 가리키고, 이들의 이익을 국가가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규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맞서 “경제 자주권”을 주장하는 측도 노동자 등 서민층의 일자리와 소득을 지켜야 한다는 뜻에서 국익을 얘기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이러한 좌파 버전의 국익론에도 모순과 한계가 많다. 한국인의 ‘공통 이익(국익)’에는 한국 자본주의의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게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로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희생과 양보를 해야 한다는 논리에 취약해지기 십상이다.

한편, 트럼프에게 ‘국익’을 팔아넘기는 ‘매국’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이 계급을 초월해 단결하자는 또 다른 종류의 국익론은 좌파적 민족주의·포퓰리즘(민중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으로는 노동계급 투쟁의 결정적 중요성이 간과되기 십상이다. 대신 민주당과의 동맹 추구가 중시된다. 사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도 (각국의 관세 협상이 트럼프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신속 협상과 대비되는 “국익 협상”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감세 정책과 반도체 기업 지원 등에서 국민의힘과 협력한 것에서 보았듯)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고통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에는 국힘과 큰 이견이 없다.

캐나다, 호주, 멕시코 정부가 결연하게 대미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참말이 아니다. 예컨대, 캐나다 카니 정부는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고 애국주의적 선동을 해 가까스로 재집권했지만, 집권하자마자 대미 협상에서 양보하고 나섰다. 그러는 사이 캐나다 노동자들은 관세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경제 자주권”을 내세우면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는 데에도 해롭다. “국내에 투자해야 할 현대·삼성의 자본과 일자리”를 두고 미국의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로 쉽사리 빠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애매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는 ‘국익’ 논리를 받아들일 게 아니라 노동계급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역·관세 전쟁에서 ‘애국적’ 정치인들과 협력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 등 서민층의 삶을 지키기 위한 노동계급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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