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자들, 관세 전쟁에 따른 고통 전가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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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에서는 임금 체불과 폐업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저항은 제조업이 많이 분포해 있는 중국 서남부의 광둥성에서부터 북동부의 지린성에 속한 퉁랴오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이고, 그 분야도 공장, 건설 현장, 학교, 병원 등 다양하다.
5월 2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쓰촨성 이빈시 핑산현에 있는 한 방직 공장에서 화재가 났는데, 임금 체불에 화가 난 노동자의 방화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5월 22일에는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메이디(美的 Midea) 가전제품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면 9시간 농성을 벌였고, 19일에는 중국철도그룹의 자회사가 맡은 토목 공사 현장 노동자들이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산둥성에서 계약직 교사들이 6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과 간쑤성 북서부의 한 공립 병원 간호사도 지난 4개월 동안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근 SNS에 떠도는 짧은 영상들을 보면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 파업!”을 외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미·중 관세 전쟁 때문에 중국의 많은 노동자들의 삶이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관세 때문에 중국 노동자 1,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중국노동회보〉는 “중소기업 수천 곳에게 높은 관세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하고 지적했다. 한 노동자는 〈중국노동회보〉에 “올해는 매우 힘들다. 200명 규모의 공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 하고 말했다. 다른 한 노동자는 “우리 공장은 20년 넘게 가동됐다. 그런데 이제 생산라인은 중단됐고, 우리는 여기 앉아서 돈을 잃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하고 말했다.
중국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저가 생산품 공장들은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미·중 관세 전쟁은 임금 체불과 일자리 축소를 더욱 재촉할 것이다. 최근 중국 노동자들의 저항과 파업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의 투쟁은 기업주와 시진핑에게 도전할 수 있는 그들의 잠재력을 힐끗 보여 주고 있다.
다시 증가하는 중국 노동자 투쟁
홍콩에 기반을 두고 중국 노동운동을 보도하는 〈중국노동회보〉의 파업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됐던 2020~2022년과는 달리 2023년부터 노동자 투쟁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중국에서 벌어진 파업 건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2024년의 파업 건수는 2023년에 비해 약간 줄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파업이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산 물품에 대한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폐업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단한 제조업이 크게 늘어났고, 임금 체불과 일자리 축소에 저항하는 노동자 투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4년에 벌어진 중국의 파업 유형을 살펴보면 중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24년 파업 건수의 절반가량(48.6퍼센트)은 건설 부문에서 벌어졌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금리와 부동산 경기 위축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파업의 30퍼센트가 제조업 부문에서 벌어졌다. 제조업 파업 건수는 2023년 438건에서 2024년 452건으로 약간 늘었다. 중국의 다국적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시설을 저임금 지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애플에 아이폰을 납품하는 폭스콘(세계 최대의 제조업자 중 하나)의 여러 공장에서도 노사 분규가 발생했다. 헝양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보조금과 시간외수당 삭감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였고, 타이위안 공장에서는 공장 시설을 타이위안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걸리는 진청으로 옮기는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폭스콘 타이위안 노동자들은 거리 시위를 벌이며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라!” 하고 외쳤다.
의류 및 신발 생산 부문의 노동자들은 임금 체불로 고통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이 업종은 자본 규모가 작고 같은 지역에 밀집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익성 저하로 인한 임금 체불이나 사업 중단 같은 일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곳에서 많이 벌어진다. 의류 부문의 파업 건수 증가가 지난해 9~10월부터 노사 분규가 부쩍 늘어난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제조업 파업 중 의류 분야가 전기전자 분야(109건)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90건).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전기차 생산업체 비야디(BYD)에서도 노사 분규가 발생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3월 28일 우시 공장의 노동자 1,000여 명이 임금 삭감, 생일 보조금 중단 및 기타 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였다. 며칠 뒤 청두 공장 노동자들도 일자리 불안에 항의하며 일자리 보장, 작업장 이전에서의 투명성, 공정한 보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2023년 비야디는 미국 전자기업 자빌(Jabil)의 중국 내 자회사를 158억 위안(2조 8,678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그 뒤로 비야디 노동자들은 자빌 자회사의 인수로 일자리 축소, 노동시간 감축, 강제적 보직 변경, 각종 보상금과 상여금 축소 등에 대한 걱정을 달고 살았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세가 높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을 극도로 쥐어짜야 하는 기업주들의 이윤 추구 행태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 세계 다국적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 내 다른 지역이나 동남아 국가들로 이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사슬을 다변화하고, 비용을 삭감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 추세는 트럼프의 중국 압박이 강화될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