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내란 특검 수사:
쿠데타 세력 청산보다 그들의 재결집이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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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고 SNS에 올려 파장이 일었었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오해”가 있었다며 더는 이 문제를 꺼내들며 압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견제구를 통해 미국 제국주의가 쿠데타 세력 숙정에 걸림돌임이 드러났다. 주한미군이 쿠데타 동향을 사전에 알았는지, 또 동조했는지가 매우 중요한데도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 특검 수사와 재판 상황을 보면, “혁명”은 고사하고 “숙청”이라는 말도 쓰기가 무색하다.
특검 수사 상황
최근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국회의장에게 특검법 개정을 건의했다. 자수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자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는 등 형벌을 낮추는 조항(일종의 ‘플리 바긴’)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내란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군사법원 공판을 둘러싸고도 특검이 군검찰을 지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도 있다.
특검의 건의는 내란죄 수사가 진척되고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 특검의 ‘플리 바긴’ 요구는 국가 관료들 내부에서 결정적 진술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12월 3일 군사 쿠데타가 미수에 그친 뒤 많은 증거가 인멸되고, 쿠데타 가담자끼리 상당한 말 맞추기가 이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구속 상태에서도 ‘탈의 투쟁’을 불사하며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고, 쿠데타 지지자들에게 결속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내란 특검은 국방부, 드론작전사령부 등 군 기관 사무실을 24곳이나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참, 군사 검찰·경찰 등은 군 작전의 기밀성 등을 이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내란 특검은 평양 상공 드론 침투 작전이 계엄 선포 요건을 만들기 위한 윤석열-국방장관(김용현)-드론작전사령관(김용대)의 공모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용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시킬 정도로 증거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든, 법원이 군부를 보호하려는 것이든 어느 쪽도 조짐이 안 좋다.
국정원장 조태용에 대한 수사도 더디다. 또, 암살 부대인 HID를 동원한 것에 대한 수사도 진척이 없는 듯하다. 특히 쿠데타 전에 HID부대를 방문하고,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한 미국 대사와 직접 통화했던 김태효는 본격 수사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김태효는 성균관대학교에 복직해 2학기 수업을 개설했다.
요컨대, 내란 특검은 군부의 외환(또는 일반이적) 범죄 혐의로는 단 한 명도 추가 구속을 하지 못했다. 윤석열에 대해서조차 이 혐의로는 기소하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와 그 집행에 협조한 국무회의 참가자들 대부분도 수사를 받지 않고 있다.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인 이상민만 구속됐고, 이제 총리 한덕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을 뿐이다. 최상목은 건드리지도 못했고, 전 법무부 장관 박성재와 전 검찰총장 심우정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제서야 실시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수사도 ‘정치 보복’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더디다. 윤석열은 추경호·나경원과 통화한 직후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내렸는데,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수사가 미흡하다 보니,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는 의원 수를 윤석열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동욱이 국힘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로 당선됐다.
인적 청산 회피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특검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세 특검의 수사 인력을 늘리고,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다.
쿠데타 세력이 수사에 저항하거나 비협조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특검에 권한을 더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쿠데타 세력 숙정을 향해 견제구를 날린 터라, 그나마 법 개정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국회 주도의 특검 수사 연장 및 권한 강화 시도는 쿠데타 세력에 대한 수사가 정권의 의지(‘정치 보복’)로 보이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국회가 주도하는 특검에 의해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통령이 지휘권·인사권을 활용해 검찰·경찰의 막강한 인력과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다. 특검이 시간상 한계에 부딪치면,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경찰이 해당 수사를 이어 가면 될 일이다.
최근 민주당의 보수파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너무 길어진 게 문제였다고 압박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계엄 모의 수사를 방치했고, 세월호 참사 수사에도 검찰을 동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은 박근혜를 사면했다.
무엇보다 군사 쿠데타 세력에 대한 철저한 보복과 응징이 없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을 배신하는 것이다.
여전히 검찰·경찰을 믿을 수 없으므로 특검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또한 이재명 정부의 자승자박이다. 이재명 정부는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검찰·경찰·군대에 대한 신속한 숙정을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이 파면되기 전에 심어 놓은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박현수도 해임되지 않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심우정이 사표를 쓸 때까지 기다렸고, 검찰 숙정 작업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강제구인을 거부한 서울구치소장도 징계해임이 아니라 전보시켰다.
정성호와 이재명 대통령의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면, 이는 대통령의 선택과 의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힘의 극우 지도부와도 협치를 할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지금 국힘이 강성 반탄 지도부를 세워 지지층을 재결집시키기 시작하는 지금, 그런 유화적 대응은 대중의 민주주의 염원에 대한 배신이다. 정권 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많은 지지자들을 환멸에 빠지게 할 뿐 아니라, 당장에는 쿠데타 세력 청산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