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활동가들이 이집트 난민 연대 행동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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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부산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이집트인 야세르 씨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준)부울경난민인권연대 등의 주최로 열렸다.
야세르 씨는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지위 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5년째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발언에 나선 야세르 씨는 난민을 보호하지 않으려는 부산 출입국 당국을 규탄했다.
“난민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늘과 같은 정치적 시위에 참가하고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쉴 수 있지만 나는 [이집트에서] 정치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함께 감옥에 끌려가 3개월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집트를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수시로 감옥에 끌려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산 출입국 당국은 [난민 인정을 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심지어 우리를 거짓말쟁이로 몰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우리의 정보가 이집트 대사관에 넘어가 있습니다.”
기자회견 주최 측에 따르면, 부산 출입국 당국은 제대로 된 통역도 없이 2년 만에 야세르 씨를 불러 면접 심사를 보면서 2년 전 면접에서 한 말이 왜 바뀌었냐며 문제 삼았다고 한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갖고 반복적으로 왜 말을 바꿨냐고 묻는 것이 출입국 당국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악몽
많은 난민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한다. 1994년 이래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건수는 7만 8000건이 넘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체류가 안정적인 비자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한국의 누적 난민 인정률은 2.8퍼센트다. 지난해에는 1.1퍼센트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독재 정부의 탄압을 피해 한국을 찾아온 난민들은 언제든 본국에 돌려보내져 구속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야세르 씨는 기간이 단 하루 남은 여권을 들고 도망치듯 달려가는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다른 이집트인 난민 수십 명이 경기도 과천 법무부 앞에서 두 달 넘게 농성을 이어가며, 난민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과 함께 두 차례 서울 도심 행진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서도 난민 지지 활동이 벌어진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부산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법무부 앞에서 농성하는 이집트 난민들을 응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난민 즉각 인정하라”,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야세르 씨의 난민 인정을 촉구했다. 사회자는 “이제 시작이다. 이집트 난민들을 지지하기 위한 활동에 앞으로도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난민들은, 출입국 당국과 정부를 만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연대하러 온 한국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재판부는 야세르 씨를 난민으로 즉시 인정해야 한다. 또 난민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