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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난민이 극한의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법무부는 파트히 씨를 난민으로 인정하라

법무부 앞 단식 농성 중인 파트히 씨 ⓒOkil Fathi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법무부 앞에서 4월 24일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집트인 오킬 파트히 씨(53세)가 내건 팻말 글귀다. 2014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파트히 씨는 9년째 난민 인정을 위한 싸움 끝에 물조차 마시지 않는 단식에 나섰다.

파트히 씨는 2013년 이집트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 6개월간 투옥되기까지 했다. 이어지는 탄압을 피해 한국을 찾았으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한국 정부의 냉대와 차별이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은 파트히 씨의 난민 신청을 세 차례나 거절했다. 난민 신청과 이의 신청, 재신청을 오가는 사이 9년이 흘렀다. 그동안 파트히 씨는 그야말로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취업을 하지 못해 길거리에서 자야 했어요. 어떤 때는 병원 로비나 지하철역에서 자기도 하고, 거리 벤치에서 잔 적도 있어요. 배가 고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은 적도 있어요.”

한국을 찾은 난민 중 극소수만이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생계비와 한국어 교육 등의 지원을 받는다. 그조차 지원 기간은 입국 후 6개월에 불과하며,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2022년도의 경우 난민 신청자 1만 1539명 중 225명만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고, 그 중 177명만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게다가 정부는 난민 신청자의 취업을 ‘단순 노무’ 업종으로 제한한다. 여기에 언어 장벽도 있어, 절대 다수의 난민은 고되고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린다.

난민 심사 면접 조서 조작

심지어 2018년 법무부가 난민 심사 면접 조서를 조작해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려 왔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일부 피해 난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 2021년 12월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았다.

파트히 씨도 면접 조서 조작 피해자 중 한 명이다.

파트히 씨의 면접 조서는 본인이 하지 않은 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파트히 씨는 면접에서 군부 반대 시위에 참가했고 정치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다고 밝혔음에도, 조서에는 “시위에 나간 적이 없으며,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박해와 억압을 피해 한국을 찾은 난민을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정부가 나서서 난민들을 손쉽게 내치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경제적 목적’으로 들어온 난민을 ‘가짜 난민’ 취급하며 내쳐 왔다.

파트히 씨는 다른 난민 10여 명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해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그런데도 파트히 씨는 여전히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다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지난해 9월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불인정 사유는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박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법무부의 사유는 얄팍한 핑계에 불과하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지난 5년간 평균 1퍼센트라는 점만 봐도 한국 정부의 목표는 난민을 최대한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난민을 비난하고 배척하며 인종차별을 부추긴다. 난민·이주민이 “서민 일자리 잠식 및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라면서 말이다.

단식에 나선 파트히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단식을 하다가 죽으면 차라리 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 일은 비단 파트히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이집트인 난민들과 그 가족 수십여 명이 난민 인정에 매우 인색한 정부에 맞서 항의 행동을 벌였다. 두 달 넘게 법무부 앞과 서울 도심 등에서 농성과 시위를 벌였고, 많은 한국인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당시 법무부는 코로나로 인한 면접 지연과 심사 인력 부족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들도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난민들에게 ‘한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나 ‘잠재적 범죄자’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마땅한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들의 연대 메시지

[지난해 난민 즉각 인정을 요구하며 두 달여간 농성과 시위를 벌인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들이 파트히 씨의 단식 농성에 대한 연대 메시지를 보내 왔다.]

한국에 있는 우리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 인정을 위해 법무부 앞에서 단식 중인 파트히 씨에게 완전한 연대를 표명합니다.

우리는 만 9년 동안 파트히 씨에게 비타협적이었던 한국 정부가 그를 비롯한 모든 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난민에 대한 공정한 대우에 관한 국제법에 의거해, 우리는 한국 정부가 파트히 씨의 건강에 대해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까지 끊은 단식으로 인해 파트히 씨의 건강상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우리는 자유와 존엄성 없이 살 수 없으며, 언제든 이를 위해 투쟁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2023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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