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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제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추락했던 윤석열 지지율이 그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됐다.

최근 중소기업인 대상 조사에서 현 정부에 대한 만족도가 77퍼센트가 나온 걸 두고, 윤석열은 “그게 진정한 지지율”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 새로 포섭하려는 계급 기반을 알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지지율이 회복됐다지만, 여전히 부정 평가가 50퍼센트를 넘고, 이 추세는 지금까지 윤석열 임기 내내 지속되고 있다. 부정 평가 안에서도 “매우 잘못한다”가 “잘못하는 편”이라는 평가의 곱절을 넘는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자기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사람들조차 전체 평균보다 윤석열 긍정 평가가 낮고 부정 평가가 높다.

윤석열은 단호한 우파 지도자 행세를 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려고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위기와 모순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출처 대통령실

본질적으로 윤석열의 정치적 위기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등 서민에게 전가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불만에서 비롯한다.

지난해 윤석열은 금리 인상, 물가 폭등을 부추기는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노동계급 등 서민의 생활고를 가중시켰고, 기업과 부자들에게는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에 매진했다.

지난 5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윤석열 취임 1주년 평가 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집권 후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한 대답(35.6퍼센트)이 좋아졌다는 대답(8.6퍼센트)의 4배였다.

윤석열이 가장 잘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잘한 분야가 없다”가 40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은 이런 불만에 대처하려고 법·질서 명분으로 서민·노동자 통제를 강화하고 반대 세력을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은 노조 투쟁에 강경 대처할 준비가 안 된 집권 초반 화물연대, 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이 갑자기 떠오르자 당황하며 양보를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는 했던 양보마저 거둬들이고 반격 태세로 전환했다. 심지어 건설노조를 향해서는 “200일 전쟁”까지 선포하며 괴롭히고 있다.

윤석열의 지지율 회복은 단호한 우파 지도자 행세를 해서 보수층을 결집시킨 덕분이다.

그런데도 최근 윤석열의 연이은 개혁 법안 거부권 행사가 그의 최근 지지율에 별 타격이 되지 않은 것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투기 건으로 민주당의 한계와 위선이 드러난 탓이 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입법안들이 서민층 전반이 겪는 핵심적 고통에 대한 충분한 응답이 못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세사기피해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피해 당사자들에게 규탄 대상이 되고 있다.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려다가 누더기 법이 된 탓이다.

재산권과 재정 긴축을 중시하는 윤석열의 책임을 흐릴 뿐인 여야 협치 부재 얘기를 하지 말라. 여야 협치를 안 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개혁 의지가 부족해서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 내에선 정치 갈등(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해 재계의 반대가 심한 노란봉투법은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말이 나온다.

노조 때리기로 윤석열 지지율 상승?

노동운동 일각에서는 윤석열의 지지율 회복이 반노조(노조 혐오) 정서 때문이라고 말한다.(일명 “때리면 올라간다”)

이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윤석열의 노조 때리기는 지난해 12월 이후 점점 더 강경해졌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윤석열의 지지율은 등락을 반복했다.

최근 정부가 건설노조 파업 집회를 거세게 비난했지만, 그 직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긍정 평가자들 중 노조 대응을 긍정 평가 이유로 꼽은 것은 3퍼센트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긍정 평가가 36퍼센트였으니, 그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약 1퍼센트뿐이다.

기업주와 우파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신념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당연히 환호한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노조 혐오 정서가 퍼져 있지는 않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아래서 여러 사회 집단들의 활동과 정체성이 다원화되고, 노동조합도 대체로 경제적·부문적 활동에 매진한다.

이런 조건하에서 노동조합은 대개 이익단체로 여겨지므로, 대중에게 특별하고 일관된 존경이나 미움의 대상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때로는 노조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경제가 나쁜 상황에서 파업까지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모순된 의식을 노동계급 대중 자신이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운동이 자신의 조건 개선 투쟁과 전세 피해, 물가 폭등 같은 정치적 문제들을 결합시켜 정치적인 운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의 지지율 회복을 대중의 노조 혐오 정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과도 다르고, 오히려 윤석열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그런 주장은 노동자 투쟁을 노조 내부로부터 자제시키는 보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자 투쟁 자제 요구는 내년 총선에서 이른바 ‘윤석열 심판 야권연대’ 결성을 위해 민주당이 불편할 만한 수준으로 투쟁이 전개되지 않게끔 하려는 온건파들의 계산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진보’ 포퓰리즘 전략은 윤석열에게 반격의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지속되는 객관적 문제들

사실 윤석열의 지지율 추이보다는 그의 정부가 처한 모순이 훨씬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최근 윤석열의 지지율 회복은 미국의 대북 핵우산 강화 등을 얻어낸 것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로 고조된 안보 위기감 때문에 미국의 안보 보장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적지 않은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평화를 위한 다른 대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반영한다.

그래서 대일 굴욕 외교 논란, 대미 퍼주기 외교 논란 속에서 잠시 흔들렸던 보수층이 확고한 친미 안보 노선에 안도하며 다시 결집한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 위기의 근저를 이루는 객관적 모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군국주의를 강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 제국주의를 지원하는 윤석열의 노선이 한국이 처한 경제·안보 위기와 모순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오히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문제, 미·일의 자국 우선주의 문제 등 한국이 직면한 모순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최근 중국은 고위 외교 관료를 한국에 보내어 보복 가능성을 담은 경고를 전달했다.

한편, 미국은 최근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마이크론)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중국 내 수요를 대체하면 안 된다고 한국 측에 경고했다.

윤석열의 대일 관계 개선은 일본의 재무장과 핵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 요구도 뒤따를 수 있다. 모두 위험한 선택들이고, 대중 정서와도 유리된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와 서민 생계 위기에서 회복될 조짐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석열이 앞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이 “경제 회복”이었다.

따라서 윤석열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윤석열 지지율의 출렁거림에 일희일비하거나 총선을 기다리며 투쟁을 자제할 게 아니다. 생계 위기, 친서방(일본 포함), 각종 탄압 문제 등을 서로 연결시켜 저항을 전면화하는 게 필요하고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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