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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에 이어 또! 이동관 아들 학폭 무마 논란:
부패 특권층의 정부답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될 것으로 알려지자, 이동관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과 그 건의 특혜 무마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동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왕수석’이라고 불리던 청와대 실세였다.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한 다음 2008~2009년 청와대 대변인, 2009~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 2011년 청와대 언론특보를 지냈다. 2012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는 외교통상부의 언론문화협력 특임대사를 지냈다.

이동관의 아들 A씨의 학폭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2년 3월경이다. 당시 A씨는 서울 소재 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필자는 당시 같은 학교 1학년이었다.

A씨는 2011년 3월부터 같은 학년 친구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학폭을 저질렀다. 알려진 피해자만 해도 4명인데, 그중 일부는 2012년까지도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한 교사는 조사를 위해 피해 학생들에게 진술서를 써달라고 부탁했고 두 명의 학생이 진술서를 제출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학생 B씨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A가] 작년[2011년] 3~4월부터 이유 없이 팔과 가슴을 수차례 때렸는데, 강도가 좀 세져서 멍도 많이 들었습니다. 또 복싱·헬스를 … 배운 후 연습을 한다며 제 팔과 옆구리 부분을 수차례 강타하였고, 침대에 눕혀서 밟거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이유 없이 1주일에 2~3회꼴로 때렸으며 식당에서 잘못 때려 명치를 맞기도 했습니다. 또 제 핸드폰을 거의 매일 마음대로 빼앗아가 게임 등 오락에 사용하였고, 제가 필요할 때 쓰지 못하게 만드는 등의 행위를 하였습니다.

저와 C[또 다른 피해 학생]를 부하로 생각하는 듯한데, 저와 C를 자꾸 불러 무언가를 하라고 시킨다든지 … 종종 도가 지나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시켜 놓고 저희가 하지 않으면 때리고, 목이나 머리를 잡고 흔드는 등의 폭력을 행하였습니다.

C도 아무 이유 없이 이번 학기 들어 몇 번 구타당했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명령 불복종이라며 저희를 때렸습니다. 또 C가 공부에 방해된다며 피해 다니자 왜 자신을 피해 다니냐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습니다.”

다음은 학생 D씨의 진술 내용이다.

“작년(2011년) 2학기부터, 자세하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기숙사에서 [A를] 가다가 만났는데 기숙사 복도에서 B와 싸움을 하라고 시켰다. B와 나는 싸우지 않았는데 그 친구가 “그럼 둘 다 맞아야겠네.”라고 말하면서 주먹으로 팔뚝도 때리고 골반도 때린다. 왜 그런 일을 시켰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다음으로 … 면학실에서 B와 같이 있었는데 [A가] 나보고 B를 때리라고 시켰다. 그래서 나는 B를 살짝 때렸는데 약하게 때렸다고 내가 대신 맞으라고 해서 주먹으로 팔뚝을 맞았다. B를 때릴 때까지 내가 맞아야 한다고 해서 계속 맞다가 종이 쳐서 각 반으로 갔다. 이것 또한 역시 어떠한 이유로 나를 때렸는지 전혀 모르겠다. 맞으면서 기분이 좋다고 한 것도 아니고 아프다고 했는데도 계속 때렸다.

올해[2012년]에 있었던 일이었는데 … [A가 축구시간이 끝나고] 내 팔뚝과 허벅지를 주먹으로 때렸다. [한번은] 그 친구가 불러서 앉힌 다음 내 허벅지와 정강이를 주먹으로 때렸다.”

A씨의 폭행은 보통 일주일마다, 많을 때는 2~3일마다 벌어졌고 매번 1~5분가량 이어졌다고 한다. D씨는 진술서에 “어떤 잘못을 하고 맞으면 참을 만하겠지만 아무 잘못도 없이 맞을 때는 참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많이 나쁘다”라고 썼다.

이동관은 이런 사건을 그저 “상호간 물리적 다툼”이었다고 애써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은 명백히 A씨가 2011년부터 2012년 3월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학폭 가해를 해 왔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것도 여러 명을 상대로 말이다.

정권 실세

진술서를 받은 교사는 교장에게 사안 조사를 요청했다. 진술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아무런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2012년 당시 시행 중이던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하나고는 교육청 공문 등을 통해 학교폭력을 인지하면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학폭위도, 선도위원회도 소집되지 않았다.

가해자 A씨는 2012년 5월 조용히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 이후 고려대학교에 수시 합격해 학교를 다녔다.

학폭위를 소집해 징계할 경우 A씨가 입시에 불이익을 입을까 봐 징계가 아닌 일반 전학을 보내는 식으로 사건을 무마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이 기재됐을 경우 A씨는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밀은 당시 A씨의 아버지 이동관이 하나고의 재단(하나학원) 이사장 김승유와 한 통화에 있다.

이동관은 최근 “어찌 된 일인지 문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건 전화였다고 해명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해명이다.

일반적으로 학부모가, 그것도 학폭 가해 학생의 부모가 사립학교 이사장에게 진상 문의 전화를 건다는 건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나는 당시 하나고에 재학 중이던 한 사람으로서 이를 단언할 수 있다.

2019년 MBC 〈스트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이 밝힌 이동관과의 통화 내용만 봐도 청탁 전화임을 알 수 있다. 이동관은 ‘학기 말까지만이라도 있게 해 달라’고 했고, 김 이사장은 ‘내가 알아 볼게’라고 답했다. 그리고 교장한테 알아 보라고 지시했다.

당시 이동관은 이명박 임기 대부분을 청와대에서 일하며 언론 장악 실무를 지휘했던 자타공인 정권 실세 관료였다.

김승유도 못지않은 권력자였다. 그는 하나금융그룹의 회장으로 하나학원의 창립자였다. 특히 당시 대통령인 이명박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로 이명박의 재산관리용 재단인 청계재단 이사를 지내는 등 이명박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내내 정부와 하나금융그룹 간 유착-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 대표 의혹이 론스타에게서 외환은행을 인수한 일이었다. 이때 정부의 압박으로 론스타는 애초 원하던 가격보다 1조 원 넘게 싼 가격에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넘겼다.

하나고도 설립 때부터 허가와 설립, 부지 선정, 자율형사립고 전환 등이 모두 이명박의 특혜 의혹에 시달렸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때 뉴타운 열풍의 시작인 은평뉴타운 개발을 선언하며, 지역 혜택으로 자사고 유치를 약속했다. 이곳에 들어갈 학교로 하나금융그룹이 단독 입찰하고, 이후 하나고를 자율형사립고로 변경해 준 것 모두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정권 실세 공직자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이사장(대통령의 절친)에게 자녀의 불미스런 일의 원활한 해결을 위한 전화를 한 것 자체가 명백한 권력 행사이자 특혜 청탁 행위다.

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2012년 정부 대책은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집단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만든 것이다. 지나치게 엄벌주의적이어서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도 받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다.

그런데 그 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실세 이동관은 정작 자기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연루되자 교묘하게 처벌을 피해갔다(하나고가 대신 법을 어김). 많은 이들, 특히 자녀를 둔 평범한 학부모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려고 한다. 또다시 방송 장악에 시동을 걸려는 것이다. 그렇게 장악된 방송이 뭘 할지는 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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