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들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경찰이 ‘민생치안’에 관련된 범죄를 해결하는 비율은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경찰은 살인·강간·폭행 등의 범죄를 막을 능력이 없다. 이런 일의 대부분은 경찰의 거리 순찰이 미치지 못하는 가정이나 연인·친구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찰 자신이 살인·강간·폭행의 주범인 경우가 흔하다. 경찰은 국민 대다수의 재산을 보호하지도 않는다. 많은 사설 경비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경찰이 그만큼 무능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경찰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극소수의 부와 권력을 지키는 일만을 할 뿐이다. 이것이 경찰의 진정한 역할이다.
그 극소수 사람들은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자기들의 권력을 유지할 무장력이 필요하다.
근대 경찰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면 이 점을 금세 알 수 있다.
자본주의가 맨 먼저 발전했던 영국에서 최초의 노동자 계급 대중 운동이었던 차티스트 운동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경찰이라는 무장 집단이 없었다. 그 전까지는 지배자들은 군대를 이용해 치안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대중 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일은 엄청난 분노와 저항에 직면했다. 그래서 살인 장비로 무장하지는 않았지만 군대식으로 편제한 억압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 때부터 경찰은 자본주의 체제의 일반적인 제도로 자리잡았다.
경찰은 언제나 "동의에 바탕해 치안을 유지하는" 듯한 겉모습 ― 이른바 ‘공권력’이라는 표현 ― 을 유지하려 애쓴다. 이것은 극소수 사람들에게 커다란 이득이 된다. 그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모든 사람의 이익을 골고루 충족시키는 듯 꾸며야만 자신들의 지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이 급진화하지 않을 때만 ‘공권력’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 심각한 불황이 닥쳐서 체제에 대한 분노가 깊어지고 기성 질서를 위협하는 대중 행동이 일어날 때 경찰의 계급적 본질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대중 파업이나 시위, 폭동, 공장 점거 같은 노동자 계급의 투쟁과 저항에 직면하면 지배자들은 경찰을 지배 질서를 수호하는 선두에 내세운다. 이러한 임무를 부여받은 지배자들의 대리자로서 경찰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유혈 진압해 자신들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중 투쟁에 대한 경찰의 광포한 탄압이 오히려 경찰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부자들을, 피착취자들로부터 착취자들을, 피억압자들로부터 억압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경찰은 ‘사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미아를 찾아 주며, 교통을 정리하는 일에는 곤봉, 고무충격탄, 물대포 등이 필요하지 않다.
경찰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런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 경찰은 기업주들의 공장과 사무실을 보호하고 파업 파괴 활동을 하는 등 이윤 체제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경찰은 폭력적이고 억압적이며 야만적인 체제를 보호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야만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