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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출퇴근 시간대 집회 말라?:
집회·시위 권리 공격 — 대중 행동이 두려운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야간집회 금지 시도 등 집회·시위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가 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항거해 지난 5월 16~17일 서울 도심에서 노숙 집회를 벌인 것을 빌미로 삼았다. 윤석열은 5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집회·시위에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다음 날 당정협의회에서 야간집회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들을 발의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 집시법 개정 태스크포스도 꾸렸다.

5월 31일 대법원 앞 비정규직 야간 문화제를 강제 해산하는 경찰 ⓒ출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법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실질적으로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윤석열의 국무회의 발언 이틀 뒤, 경찰은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단체의 대법원 앞 야간 문화제를 강제 해산했다. 6월 9일 같은 행사를 또 강제 해산했다. 5월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곤봉으로 마구 때려 끌어내렸다.

경찰은 7월 3~15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파업 집회들에도 무더기로 시간과 장소 등을 제한했다. 집시법 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를 이용해 출퇴근 시간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명백”하다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허용하는 식이다.

7월 1일 개최되는 서울 퀴어퍼레이드는 서울시장 오세훈의 방해로 서울광장에서 밀려나 을지로에서 개최된다. 서울시는 민주노총의 서울광장 사용 신청도 불허했다.

“시민 불편” 빚지 말라?

윤석열 정부는 “시민 불편”을 명분으로 이런 조처들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시민 불편”을 빚지 말라는 건 집회·시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배자들은 보수 언론과 교육기관 등 자신의 입장과 세계관을 전파할 온갖 수단을 갖고 있다. 집회·시위의 권리는 이에 맞서 노동자 등 차별받는 대중이 자신의 요구를 알리고 관철할 최소한의 권리다.

무엇보다 그 “불편”은 양회동 열사를 분신케 한 노동운동 탄압, 공공요금 인상, 전세사기 피해자 다수 방치,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 용인, 성소수자 차별 등이 낳는 고통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사람들은 교통 체증을 겪고, 구호가 시끄럽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 불편을 시위하는 사람들 탓으로 여길지, 지배자들 탓으로 여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것은 투쟁의 정당성과 힘에 달려 있다.

사소한 불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납득시킬수록 집회·시위의 규모가 커지고 교통 체증 같은 “불편”도 커지겠지만, 그걸 감수할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1987년 6월 항쟁,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 등 그런 일은 거듭 일어났다.

집회·시위의 권리를 왜,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가

대규모 집회·시위는 참가자들도 변화시킨다.

자본주의가 낳는 소외, 착취, 차별은 노동자 등 차별받는 대중으로 하여금 사회를 통제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넓은 지역으로 이뤄진 선거구에서 원자화된 개인으로서 고작 4~5년에 한 번씩 투표할 수 있고, 의원이나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거나 소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집회·시위에 나서면서 이런 파편화와 수동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집단 행동을 통해 사회·정치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나설 자신이 있게 되고, 변화의 중심에 서며, 더 전투적인 행동과 급진적인 주장에 동의할 가능성도 커진다.

대규모 집회·시위는 다른 투쟁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고무하는 효과도 낸다. 특히, 노동자들이 파업 등 자신의 경제적 힘을 사용하도록 자극한다면 큰 변화의 동력을 창출할 것이다. 1987년 7~9월 노동자 대파업은 군부가 6월 항쟁의 성과를 되돌리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

윤석열 정부는 바로 이런 선순환을 차단하려고 집회·시위의 권리를 위축시키려 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집회·시위에 강경 대응하며 억압에 기대려는 것은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반영한다. 윤석열 정부가 강력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법 개정도 하기 전에 집회·시위의 권리를 야금야금 침해하는 것에 맞서 집회·시위를 더 크고 강력하게 벌여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법 개악 효과를 낳고, 권리 침해가 굳어지게 될 것이다.

야간집회 금지 등 집시법 개악도 이런 저항이 뒷받침될 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헌법재판소가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2008년 촛불과 2009년 용산참사 항의 운동, 쌍용차 노동자 투쟁 등이 낳은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