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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를 전기료와 분리징수하려는 윤석열:
KBS 수신료 폐지하고 국가가 지원하라

윤석열 정부가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려 한다. 이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정부·여당은 KBS가 자신들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보도 태도도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KBS에 재정 위협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며 팻말 시위를 하고 있는 KBS 노동자들 ⓒ출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현행법상 KBS 수신료는 시청료 개념이 아니라서 TV가 있다면, 유료방송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KBS를 보지 않아도 월 2500원을 내야 한다. 수신료 징수 방식이 바뀐다고 해서 선택적 납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리징수가 실시되면 수신료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BS 수신료 수입은 6200억 원가량 규모인데(KBS 수입의 약 45퍼센트) 분리징수가 실시되면 1000억 원대로 줄 거라고 KBS 측은 예상한다.

한전은 KBS가 분리징수를 할 경우 약 18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매년 발생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수신료의 일부를 배분받고 있는 EBS의 재원 구조도 악화될 전망이다.

MBC와 그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도 감사원이 감사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타깃이다.

이 모든 일들은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한상혁을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면직시키고 그 자리에 이동관을 앉히려는 것도 마찬가지 목적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집권하면 자신들에 우호적인 인물을 공영방송 경영진에 앉혀 유리한 선거 여론 지형을 만들려 해 왔다.

그래서 집권 세력이 KBS를 전리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놓고도 여야가 바뀌면 입장이 뒤바뀌는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30년 가까이 반복됐다.

현행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는 민자당(국민의힘의 전신)이 여당이던 1994년에 최초로 시행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때 야당이던 한나라당(민자당의 후신)이 분리징수를 주장했다. 그 뒤 이명박 정부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고,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통합징수 폐지를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이 분리징수법안을 상정하려 했고 여당인 새누리당(한나라당의 후신)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의 후신)이 분리징수를 주장했다.

말하자면, 집권당은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야당은 분리징수 방안으로 대응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시행령으로 분리징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윤석열의 국가기구 장악력이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 준다.

거부감

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이 ‘윤석열 정권 언론탄압 저지 야 4당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철회를 요구했다.

당연히 윤석열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를 지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통합징수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KBS 수신료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은 광범하다.

사실 이 쟁점은 1987년 6월 항쟁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에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KBS는 전두환 정권의 나팔수였다. 저녁 9시를 알리는 시보가 ‘땡’ 하고 울리면 앵커가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 …”로 시작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이를 비꼬아 ‘땡전 뉴스’라고 했다.

전두환의 충견 노릇을 하는 KBS에 항의해 TV 수상기 보유 가구의 52퍼센트가 KBS 시청료 거부 운동에 동참했다(‘KBS시청료 거부 범국민운동본부’의 집계).

그러자 정부는 시청료 거부를 원천 차단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다. ‘시청료’를 ‘수신료’로 이름을 바꾸고(시청하지 않더라도 TV 수상기를 보유했으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전에 수신료를 위탁 징수케 했다.

물론 오늘날 KBS 수신료 납부 거부감은 이런 정치적 이유가 주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TV 수상기가 아닌 PC나 휴대전화로 TV를 보는 사람들이 많고, 프로그램 채널도 수백 개나 돼 KBS를 안 보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 이유가 바뀌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수신료를 강제 징수해서는 안 된다. 정의당과 진보당이 윤석열의 분리징수를 반대하면서도 “공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런 정서를 의식해서일 듯하다.

수신료가 폐지되면 KBS가 상업 광고 의존도를 높이거나 (재난 방송, 장애인 방송, 국제 방송 등)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다.

폭우가 쏟아져 긴급 재난 방송을 하는 중에 워터파크 광고가 나오고, 사회적 참사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중간에 음식 광고가 나오는 것은 정말 끔찍하다.

따라서 수신료를 폐지하되 정부 예산을 편성해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