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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 본관 점거 투쟁:
예견된 안전사고 방치한 총장 퇴진을 요구하다

김명애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투쟁을 하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 ⓒ출처 동덕여대 총학생회 ‘파동’

6월 7일 동덕여대에서 한 재학생이 안전 설비 미비로 인한 학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이 있었다. 이에 6월 12일 1000명이 넘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에 책임을 묻고 김명애 총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학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지지 속에 다음날 학생 수십 명이 본관 점거에 돌입했다.

누군가의 친구, 선배, 후배였을 소중한 학우를 떠나보낸 학생들은 “내가, 나의 동료가, 나의 제자가 [참변의 희생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라며 분노하고 있다.

고인이 참변을 당한 장소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수업을 듣는 두 건물 사이 경사로였다. 쓰레기 수거용 대형 화물차를 비롯해 여러 차량이 오가는 가파른 경사로인데도 인도와 차도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학생들은 6년 넘게 안전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학교 당국이 ‘돈이 없다’며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등굣길에 고인이 쓰레기차에 치여 황망하게 사망한 것이다.

2018년 취임한 김명애 총장은 지난해 연임했다. 따라서 김명애 총장이 참변의 핵심 책임자라는 학생들의 지적이 옳다.

안전 대책 요구를 무시해 온 총장과 학교 당국은 사고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고인이 사망하자 장례식장에 온 총장과 관계자들은 유가족이 참변의 원인과 책임을 물었을 때에도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막을 수 있었다. 학교는 없었다!”

6월 12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학내 추모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절절한 애도와 분노를 쏟아 냈다.

고인과 같은 과 동기였던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며칠 전까지 같은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던 친구였습니다. … 고인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어린이집 교사라는 멋진 꿈을 향해 나아가던 친구였습니다. … [사고 이후] 불안한 마음으로 이틀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때까지도 학교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사망 이후]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고 추모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학교로부터 처음 들은 말은 ‘대외적으로 추모 공간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였습니다. 아직 사고 소식을 모르는 학우들이 있고, 사고 사실이 누군가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유가족의 뜻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유가족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려고 했습니까!”

6월 12일 동덕여대에서 열린 추모 촛불 집회 ⓒ출처 동덕여대 총학생회 ‘파동’

학생들이 집회를 연 날 오전, 학교 당국은 학교 웹사이트에 공문을 올려 ‘소통과 협력을 통해 … 안전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며 학생들에게 자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안전 강화를 위한’ ‘소통’을 요구하며 6년 넘게 민원을 넣었을 때 눈과 귀를 닫은 게 누구인가?

학교 당국이 사고 이후에도 열흘이 넘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집회 다음 날, 학생들은 본관 1층을 점거했고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학생들은 점거를 유지하며 총장과 실무진들, 교수들의 회의에 찾아가 학생들의 요구를 알리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시험기간인데다 날씨도 무더워지고 있지만 학생 수십 명이 매일 점거에 동참하고 있다. 학내 청소 노동자 등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 당국은 ‘안전강화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이후 안전 설비가 일부 생겼다. 그러나 학생들은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실행된 점, 그것도 극히 일부인 점 등을 이유로 이 대책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고인의 또 다른 동기인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사고 이후] 언덕에 인도를 설치하고, 깨진 계단을 보수하고, 계단 손잡이를 만드는 것은 주말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비가 안 왔으면 하루면 끝났을 것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왜 학교는 지금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돈 때문에? 자신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또 다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총학생회와 학생들은 몇 년 전부터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예방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은 총장입니다. 안전 총책임자 총장은 내려오십시오. 사퇴로 책임을 다 질 순 없지만, 그것이라도 하십시오!”

학생들의 항의가 커지자 김명애 총장은 학교 웹사이트를 통해 19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항의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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