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뀔까 묻는 사람들에게 ④:
언론이 대중의 의식을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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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호에 걸쳐 실리는 이 연재는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흔한 물음에 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장호종이 언론이 대중의 의식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에 도전한다.
이명박 정부가 YTN과 KBS에 이어 이제는 MBC마저 접수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파 정권의 언론 장악(시도)에 반발하고 우려한다. 우파에 의해 장악된 대중 매체가 사람들의 의식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는 일관된 민주주의자로서 정권의 언론 통제와 장악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실제로 언론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 — 대기업 총수들, 정치인들, 고위 국가관료, 군 장성들 — 이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계급 지배 도구다.
대중매체는 소수의 지배자들이 대중의 의식에 영향을 끼치게 해준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자본주의 초기에는 주로 교육받은 부르주아지들의 전유물이던 언론(당시에는 신문)을 대중 매체로 발전시켰다.
거듭되는 반란과 혁명 들을 보면서 지배자들은 총과 칼만으로 노동계급을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배자들은 결정적 위기에 빠질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무력을 휘두르지만, 물리적 수단의 남발은 지배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약점이 있다.
저항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노동계급을 체념하게 만들고, 서로 이간질시켜 단결을 가로막고, 소외감을 달래주기는 하지만 삶에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연예, 스포츠 등에 열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칼 마르크스는 1845년에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설명한 바 있다.
“어떤 시대에나 지배계급의 사상이 지배적인 사상이다. 즉, 사회를 지배하는 물질적 세력인 지배계급이 그 사회를 지배하는 정신적 세력이기도 하다. 물질적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계급이 정신적 생산수단도 통제한다. 따라서, 대체로 말해서, 정신적 생산수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사상은 그것[물질적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계급]에 종속된다.”
지배계급의 사상
그러나 대중매체의 영향력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대중의 직접 경험이 대중매체의 주장과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매체의 주장을 사람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와 주류 언론의 주장을 수용하면서도 이들이 제시하는 증거가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훨씬 많다.
특히 경제 위기가 심화할 때 주류 언론이 전파해 온 신화는 극적으로 허물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근로 민중이 대중매체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고 거부할 가능성이 특히 높은 경우는 그들이 집단적 투쟁을 벌일 때다. 왜냐하면 그럴 때는 그들 자신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그들 자신의 행동과 경험이 거짓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존 몰리뉴, 〈레프트21〉 2호)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이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이를 비난하는 〈조선일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2008년 촛불항쟁 당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의 현관 앞에 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기업주들에게 항의해 광고를 끊도록 했다.
한편 언제나 대중매체가 전파하는 세계관을 거부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소수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인 대중매체를 거꾸로 활용해 대안적 세계관을 전파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주류언론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 첫째, 언론 매체 대부분을 자본가들이 통제하기 때문이다.
둘째, 주류 언론이 퍼뜨리는 사상의 일부는 일상적 시기에 사람들의 경험과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계급을 이간질시키는 각종 이데올로기들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지배력은 단순히 언론사 사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지배 즉, 체제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적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되는 최상의 조건 즉, 투쟁을 선동하고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가교를 놓아 줄 언론이 필요하다. 〈레프트21〉 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노동계급에 대한 대중매체의 지배력을 분쇄하려면 자본가 계급의 권력 전체를 분쇄해야 한다. 위기 상황과 대중 투쟁뿐 아니라 이런 대안적 매체를 가진 변혁적 조직이 필요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