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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로 흉기 범죄를 예방한다?:
“테러” 운운은 권위주의적 억압의 명분일 뿐

파업 투쟁도 테러로 몰릴 수 있다 2009년 쌍용차 파업 진압에 투입돼 끔찍한 폭력 자행한 경찰특공대 ⓒ이명익

윤석열 정부는 공중 질서를 위협하려는 의도가 아닌, 정신 질환에서 비롯한 흉기 범죄를 “테러”로 몰아가고 있다.

흉기 범죄와 온라인 살인 예고 소동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에게 테러방지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 부산 서면역, 전북 잼버리 행사장, 제주공항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전국 45개 장소에 소총과 권총을 든 경찰특공대원 128명과 장갑차 11대를 배치했다.

또,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경고 사격 없이 바로 실탄 사격을 하라고 경찰관들에게 명령했다.

사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적 방화·살인 범죄들은 매년 여러 건 발생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 범죄를 테러로 규정하는 것은 얼토당토않다. 특히,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없는 행위인데도 말이다.

온라인 예고 소동은 많은 경우 10대 청소년의 장난이거나 실행 가능성을 알 수 없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 없이 그저 경찰을 많이 투입하는 것은 경험적으로 봐도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못 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경찰력을 강화하는 것은 시민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몇몇 흉악 범죄를 과장되게 부각해 ‘도덕적 공포’를 부추기고 노동계급 등 서민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관련 기사: ‘윤석열의 ‘범죄와의 전쟁’: 검찰·경찰 권력을 강화하려는 우파 정부의 포석’, 2022년 8월 23일자)

테러방지법

“테러” 규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점에서 경찰의 칼날은 저항 운동을 겨냥할 수 있다.

경찰특공대는 대테러 특수부대이다. 그런데 노동자 파업 등의 저항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일에 거듭 투입됐다. 2000년 롯데호텔 노동자 파업 때 경찰특공대는 호텔 34층 농성장에 진입하려고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유리창을 깨부쉈다.

2009년 용산참사와 2009년 쌍용차 파업 때도 끔찍한 야만적 진압 작전을 펼쳐 사망자를 포함해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2016년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서 경찰특공대는 테러 대응 임무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의 개념을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 느슨하게 규정한다.

실제 테러에 대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경찰이나 군대 등 억압적 힘을 강화하는 조처는 테러를 현저히 줄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파괴성을 악화시킨다.

테러방지법의 모태가 된 법은 미국의 애국자법이다. 2001년 9·11 공격 이후 “대테러 전쟁”의 수단으로 도입된 그 법은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고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데 이용됐다.

특히, “대테러 전쟁”을 내세운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략 전쟁은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낳았고, 이것이 다시 테러로 돌아와 죄 없는 평범한 서방 시민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경제 위기, 복지 삭감, 경쟁 강화, 인종 차별, 성별 대립, 전쟁 등 온갖 고통과 분노와 분리를 양산하는 사회에서는 절망하고 좌절한 개인들 중 일부가 비뚤어지고 끔찍한 행동으로 이끌리는 일이 계속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흉악범죄에 대응한답시고 경찰력을 강화하지만, 경찰의 주된 임무는 범죄를 끊임없이 낳는 사회 체제와 질서를 유지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