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우파 정치인들에 맞서:
서울 퀴어퍼레이드의 성대한 개최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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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퍼레이드를 둘러싸고 우파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6월 17일 대구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를 두고 대구시장 홍준표는 “불법 도로 점용”이라며 행사를 무리하게 막아서 경찰과 충돌까지 빚었다.
홍준표는 행사 이전부터 퀴어퍼레이드를 공공연히 비난하며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겼다.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그런 퀴어 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
이는 교활한 갈라치기이다. 그러나 홍준표가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의 권익은 보장해 왔던가? 홍준표가 그간 저질러 온 수많은 악행들(공공의료 파괴, 복지 삭감 등) 모두 노동계급 등 서민(성소수자 포함)의 삶을 악화시키는 일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성소수자와 노동계급의 사람들이 홍준표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홍준표는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을 옹호한 것 때문에 최근 기독교 우파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그는 성소수자 혐오를 보여 줘서 기독교 우파 측의 반발을 무마하고 우파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싶었던 듯하다.
7월 1일 개최 예정인 서울 퀴어퍼레이드는 서울시장 오세훈의 방해로 서울광장에서 밀려나 을지로에서 개최된다. 서울 퀴어퍼레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2015년부터 매해 서울광장에서 열렸었다.
지난해 오세훈은 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조건부로 허락했다가 보수 기독교 세력에게서 “박원순 때와 뭐가 달라졌냐”며 지탄받은 바 있다. 올해 오세훈은 퀴어퍼레이드를 방해할 목적으로 같은 날짜에 광장 사용을 신청했을 게 뻔한 기독교 단체에 서울광장을 내줬고,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대표적 성소수자 행사로 자리잡아 왔다. 그래서 더욱 우파들의 공격 대상이 된다.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에 성소수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서울광장 사용 불허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 성소수자 단체 소속 대학생 120여 명이 신촌 거리로 나와 서울시를 규탄하는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보수층 결집
최근 국민의힘이 다수인 지방의회들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악 시도가 일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자체 7곳 중 4곳이 그런 곳이다.
기독교 우파는 “조례가 동성애와 성전환을 조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 운동을 벌여 왔고, 국민의힘 지방의회 의원들이 이를 돕고 있다.
2017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가 우파 결집을 위한 쟁점 중 하나로 동성애 문제를 들고 나온 뒤부터, 공식 정치 무대에서 우파 정치인들에게 ‘동성애 반대’는 하나의 표지가 됐다.
우파 정치인들은 ‘동성애 반대’를 내세워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대중을 분열시키려 한다.
한편 민주당 정치인들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체로 침묵·회피해 왔고 일부는 혐오에 동조했다. 민주당은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보수층을 의식해 차별을 개선하는 구체적 정책을 내놓기는 꺼렸다. 의회 다수파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한사코 회피하고 있다.
물론 우파의 공격에도 성소수자에 우호적인 여론은 증가해 왔다. 올해 5월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동성애를 ‘사랑의 한 형태’라고 답한 사람이 51퍼센트, 동성혼 찬성이 40퍼센트였다. 이런 비율은 증가 추세다. 젊은 층에서는 우호적 여론이 상당히 높은데, 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늘어난 영향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파 정치인들이 부추기는 성소수자 혐오는 성소수자 전반과, 특히 취약한 처지에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을 성취하는 데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우파의 혐오·차별에 맞서 올해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만만치 않게 세를 유지하며 개최되길 바란다.
더불어 홍준표, 오세훈 등 우파 정치인들이 단지 성소수자에게만 적은 아니다. 우파에 효과적으로 맞서고 차별을 개선하려면 성소수자 차별 반대 운동에 노동계급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