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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과 범죄, 현실과 대책

최근 벌어진 무차별 살인‍·‍난동 사건들에서 일부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정부가 중증 정신질환자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9월에 이에 관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 치료를 개인과 가족에게 떠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람들의 요구는 합리적 핵심을 담고 있다.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로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돌봄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만성적이고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 반면 병원에서 해결해 주는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병적 상태에 있다는 인식(병식)이 없거나,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이유로 치료를 거부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안타깝게도 소수 환자들의 경우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신질환 범죄가 오늘날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가 된 이유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돌보기에 역부족인 가족과 환자 사이에는 갈등이 빈번해지고 심한 경우 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난해 벌어진 존속살해 46건 중 16건의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환자들은 왜, 얼마나 범죄를 저지르나?

모든 정신적 고통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전체 정신질환자 중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비율은 0.2퍼센트 수준이다. 이는 전체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 3.1퍼센트에 한참 못 미친다.(〈연합뉴스〉)

다만, 정신질환을 앓는 일부 환자의 경우, 다른 정신질환 혹은 정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보다 특정 유형의 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검찰이 발표한 ‘2022 범죄분석’을 보면 2021년 전체 범죄자 중 범행 시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사람은 전체의 0.7퍼센트로 극소수다. 그러나 살인과 방화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6.8퍼센트, 12.7퍼센트로 조현병 유병율에 비춰 보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2016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조현병, 조현양상장애, 조현정동장애, 망상장애, 단기정신병적장애)의 일년 유병율(지난 1년 동안 한 번 이상 해당 질병을 앓은 사람의 비율)은 0.2퍼센트였다.

흔한 오해와 달리 범죄 전문가들은 조현병의 특징인 “망상이나 환청이 높은 폭력성과 관계 없다”고 단언한다.(옥스퍼드 대학 출판사, 《옥스퍼드 범죄학 핸드북》, 2012) 조현병 환자 전체가 폭력적이지는 않다는 뜻이다.

ⓒ출처 freesvg

사이코패스?

조현병 환자가 늘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살인을 저지른 조현병 환자의 범죄 동기는 ‘정상’으로 분류되는 살인범의 범죄 동기와 공통점이 더 많다.(가정 불화와 우발적 동기가 전체의 40퍼센트 가량을, 기타와 원인 미상이 50퍼센트를 차지한다)

다만, 망상과 환청이 환자의 감정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조현병 환자의 일부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들이 사는 세계는 가짜지만, 그들이 겪는 고통은 진짜다”.(차승민,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편집증 망상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괴롭힘을 겪는 사람들보다 [실제든 아니든] 가해자를 공격할 가능성이 적거나 많다고 여길 이유가 있을까.”(《옥스퍼드 범죄학 핸드북》)

실제로 망상과 환청 같은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그 때문에 쌓인 두려움(과 분노)이 폭발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흔히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나, 극단적 고양감에 과대망상이 발전하는 ‘양극성 정동장애’ 등이 범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신질환으로 꼽힌다.

최근 논란이 된 무차별 범죄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2017년에 ‘이상동기범죄’ 25건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5명 중 5명이 범행 이전에 조현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었다. 5명 중 두 명은 범행 당시 환청이나 망상 같은 증상으로 유발된 것은 아니었다. 25명 중 17명은 알코올 의존자였고, 10명은 음주 후에 범행을 저질렀다.(윤선영 외, ‘묻지마 범죄자의 심리특성과 피해의식’)

요컨대 극단적 범죄의 원인이 정신질환에 있다고 일반화해 강제입원을 남용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강제입원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모조리 반대하는 것도 이상주의이다.

문제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강제입원을 시키며 그게 어떤 효과가 있냐는 점이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강력 범죄가 사람들에게 특별히 두려움을 안겨 주는 이유는 무차별 범죄처럼 피해자가 위험을 사전에 회피할 수 없는 경우가 적잖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증 조현병 환자나 양극성 장애(조울증)을 앓는 사람들의 경우 망상이나 환각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사고의 비약과 분노 충동 조절 실패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강력한 행동을 벌일 수 있다.

이 가능성은 설사 통계적으로는 빈도가 낮더라도 사람들에게 대단한 위협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치료 목적 외에도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 환자들을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먼저,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은 이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관한 처분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강제입원 조처다.

전자는 치료감호라는 제도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법원이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한 달 동안 입원 상태에서 각종 정신과적 검사를 하게 된다. 한 달 동안 폐쇄병동에 입원한 채 24시간 내내 관찰하므로 어지간해서는 거짓말로 정신질환이 없는 것처럼 속이거나 반대로 있는 것처럼 속이기는 어렵다.

정신감정을 의뢰받은 정신과 전문의는 과거 진료 기록과 한 달 간의 검사,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범행 당시 정신질환의 증상이 범죄에 이르게 한 것이 맞는지 판단한다. 그 뒤 다른 정신과 전문의와 병원장 등이 참여하는 검토 회의를 거쳐 판사에게 소견을 전한다. 판사는 그 소견을 증거 중 하나로 참고해 판결을 내린다.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판단할 경우 교도소에 머무르는 기간을 줄이거나 없애고 대신 병원에 일정 기간 강제입원해 치료받게 한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정신감정을 의뢰받은 정신과 전문의는 범행 당시의 증상의 종류와 강도를 직접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 상태를 고려해 유추하는데 알코올이나 마약 사용으로 인한 범죄의 경우 특히 정신병적 증상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사라진 뒤에 보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어렵다.

다만, 정신감정을 의뢰받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경우, 중증 조현병 환자를 진료해 본 경험이 많아서 증상이 악화하는 패턴과 지속 기간 등에 비교적 익숙하고 수사 기록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사실과 근접한 소견을 제시할 수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국내에서는 국립법무병원 한 곳에서 전국의 모든 법원이 의뢰한 정신감정부터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환자를 치료하는 일까지 대부분 다 한다. 이 병원에는 원장을 포함해 5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데, 입원한 환자는 1000명이나 된다. 열악한 처우 때문에 2022년 원장을 제외한 4명이 한꺼번에 사직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의료 행위의 종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시장화된 의료 체계에서 이런 일을 사명감 있게 하려는 의사가 저절로 생겨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질의 공공 정신병원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의사 양성이 절실한 이유다.

ⓒ출처 픽사베이

비자의 입원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려 할 때 생기는 어려움이다. 치료적 목적이라고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사실상 구속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정신질환이 원인이 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거나 증상의 발전 양상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3가지 경우에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했는데, 각각은 보호입원과 행정입원, 응급입원으로 부른다.

보호입원은 보호자 주도로 정신과 전문의의 동의를 얻어 강제입원시키는 것으로 무척 까다롭다. 재산 다툼 등 가족 간 불화가 강제입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정신질환을 진단받았고, 입원 치료 및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로 증상이 위중하며,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와 면담을 통해 위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보호자 2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강제입원이 된다.

입원 뒤에는 2주 안에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속한 정신과 전문의 2인으로부터 같은 소견을 받아야 하고, 소견이 다를 경우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 입원 후 한 달 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거쳐 입원 적합 여부 통지가 있어야 1개월 이상 입원 가능하다. 3개월 뒤, 그 뒤에는 6개월마다 심사를 받아야 입원을 연장할 수 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설치돼 있고 각 관할 구역에서 벌어지는 강제입원을 심사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 회복한 당사자와 가족, 정신건강증진시설 설치‍·‍운영자, 관련 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은 각각 지자체장과 경찰(혹은 구급대원)의 관할 하에 입원시키는 제도로 역시 만만치 않은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일부 정신과 의사들과 보호자들은 이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강제입원의 애초 취지인 신속한 입원에 어려움이 있고, 그 과정을 정부가 책임지기보다는 보호자와 의사, 일부 공무원에게 맡겨 둠으로써 법적 분쟁에 휘말릴까 봐 소극적이 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사법입원제다. 법무부도 최근 사법입원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법입원제는 강제입원 대상이 되는 환자가 있을 경우 보호자나 경찰, 의사 등이 요청하면 법원이 판단해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제도다. 책임 주체가 명백하고 보호자에게 부담이 적으므로 일부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정 과정도 좀 더 신속해질 수 있다.

보호자가 고령이거나 정신질환이 있어 입원동의서 작성이 어렵거나 여러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울 경우, 이런 제도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자원이 투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사법입원제가 시행되면 여러가지 문제도 생겨날 것이다.

국내에서 ‘사법입원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 온 곳은 다름 아닌 대법원이다. 판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사법입원제가 도입되면 부당한 입원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변호사도 많이 필요하다.

결정은 판사가 하더라도 정신과 전문의, 그것도 매우 숙련된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사명감을 갖고 책임있게 이 일을 하도록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사법입원제

실제 강제력을 행사할 호송 인력의 문제도 있다. 상당한 수준의 교육과 훈련도 필요하다.

그런데 다른 많은 범죄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도 “범죄와 연결되는 가장 확연한 변수는 빈곤이다.”(《옥스퍼드 범죄학 핸드북》) 2021년 한국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 범죄자 50명 중 40명의 생활수준은 “하류”에 속했다. 32명은 미혼, 6명은 이혼 상태였다.

따라서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복지도 강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을 예측해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은 극도로 조심스러워야 하는 일이다. 그나마 명백한 증상을 보이는 중증 조현병 환자의 경우 일부 가능하지만, 인격장애 환자의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진단의 객관성 자체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 절차가 충분한 지원 없이 요식행위가 된다면 사실상 국가가 범죄 “가능성”을 이유로 취약한 정신질환 환자들을 마구잡이로 구속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윤석열 정부가 충족시키리라 기대할 수 없다.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겠다더니 정작 마약 중독자 치료 예산은 동결한 정부다. 게다가 긴축 예산은 더 많은 빈곤을 낳을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고 그중 일부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을 줄이는 것을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망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