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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윤석열의 “법과 질서”는 누구의 법질서인가?

1월 12일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이 주재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는 노동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노동부 간부 결의대회 성격의 모임이었다.

윤석열이 연일 강조하는 “노동개혁”의 본질은 노동자들을 더 오래 일 시키면서도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저항 수단인 쟁의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정식이 “노동개혁”의 기본 과제로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꼽은 것은 윤석열의 의도에 정확히 부응하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2023년 시무식에서 “반법치 행위에 결연하게 대응하여 법질서를 확립하자”고 강조했다.

한동훈은 “국가 경제와 국민 불편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 행동, 산업 현장에 만연한 채용 강요, 금품 갈취, 공사 방해 등 이익 집단의 조직적 불법 행위”를 “반법치 행위”의 사례로 들었다.

이 말들을 들으며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 하청노조 점거 파업, 건설노조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권력자들을 위한 기존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뜻 지난해 6월 파업 중인 화물 노동자들을 체포하는 경찰 ⓒ출처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스트롱맨’

치안의 이름으로 범죄 소탕을 강조하며 서민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우파 정부들의 전형적 수법이다.

근래에는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인도의 모디 등이 “법과 질서”의 수호를 강조했다. 프랑스의 파시스트 정치인 르펜도 대통령 선거에서 “법과 질서”의 확립을 내세웠다. 복합 위기와 정치 불안정 심화 때문에 때때로 중도파 정부들도 이런 수법을 애용한다.

기존 정부들이 말하는 “법과 질서” 확립은 정치·경제 권력자들을 위한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경제 파탄, 늘어나는 실업, 임금·복지 삭감, 생계비 위기로 인한 사회 불안정 등을 범죄, 이민자, 노동자 투쟁 탓으로 돌린다.

범죄에 대한 도덕적 공황을 이용해, 자본주의 체제와 그 체제를 수호하는 정부들이 져야 할 책임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것이다. “법과 질서”는 기성 질서에 도전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억누르는 무기이기도 하다.

노골적으로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억압하는 권위주의 정부처럼 국정을 운영하기 쉽지 않은 조건에서도 “법과 질서”가 대중 통제에 이용되는 것이다.

그런 성격 때문에 우파의 법치주의는 민주적 절차보다 법 집행의 효율성을 더 강조한다. 이정식도 노동개악 관철을 위한 속도전을 강조했다.

그래서 국회 내 세력 관계상 법 개악이 힘들면 행정부가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행령 통치도 애용한다. 윤석열이 공직자와 마약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회복한 것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였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이런 “법과 질서” 통치로 가장 유명한 것은 영국의 대처 정부(1979~1990년)일 것이다.

대처가 모델로 삼은 것은 미국 공화당 닉슨 정부(1969~1974년)였다. 닉슨은 흑인 인권 운동, 베트남 반전 운동 등을 잠재우려고 “법과 질서” 통치를 체계적으로 활용했다. 미국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도 닉슨이었고, 인종차별을 부추기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운운한 것도 닉슨이었다.

대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집권해 노동자 운동 및 노동당 좌파와 대결해야 했는데, 결국 승리를 거뒀다. 이 때문에 각국의 우파 정치 세력들은 모두 대처를 칭송한다. 한국에서도 보수 언론들은 우파가 집권하면 늘 대처를 보고 배우라고 주문해 왔다.

대처는 경찰력 강화, 형량 강화, 사법 제도 개악을 추진했고, 파업을 매우 어렵게 하는 노동법 개악을 관철했다.

이런 조처들을 정당화하려고 대처는 강력 범죄 공포와 소련의 안보 위협(“신냉전”)도 이용했다.

대처의 신자유주의는 “법과 질서”의 수호자인 국가의 억압적 수단들을 통해 관철될 수 있었다.

연막

경제 침체에 대한 대응책으로 신자유주의를 꺼내든 윤석열이 “법과 질서”를 앞세워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경찰·검찰의 수사권 활용을 늘리며, “북한 위협”을 과장하며 호전적 언사를 내뱉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최근 경찰이 발간한 《치안 전망 2023》 보고서도 범죄 공포를 부추긴다. 방역 완화로 강력 범죄가 더 늘어날 것이라거나 마약 범죄, 집회 시위 증가, 북한 위협 등을 강조하는 것이 그 사례다. 국내 치안 전망에서 북한 위협론을 길게 서술한 것은 좌파와 저항 운동을 ‘종북’으로 몰아 공격하겠다는 신호다.

한편으로는 대중의 고통을 위무하겠다는 말도 곁들인다.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성폭력 범죄, 아동 학대를 단속하겠다고 한다. 노동부 장관 이정식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잘 작동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대개 생색내기나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악하려고 하고, 경찰·검찰은 (노동자 투쟁을 탄압하는 것과는 달리) 중대재해 기업주들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처벌하지도 않는다.

2021년 통계를 보면, 노동부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밝힌 산업재해 사망자 수(828명)는 같은 해 5대 강력범죄 사망자 수(356명)의 2.3배다. 1년간 강력범죄로 사망하는 사람 수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법과 질서”를 앞세운 윤석열의 경찰력·공권력 배치 우선순위로 이태원에서 하룻밤에 사망했다.

“민생 범죄” 강조는 경찰의 감시와 통제가 대중의 일상 생활 공간 깊숙이 뻗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에 핵심 목적이 있다.

요컨대, 윤석열의 법치주의는 경제 위기 고통의 책임을 엉뚱한 데로 돌리고, 노동자 등 서민층 사람들의 생계와 권리를 공격하는 시도이자 이것을 정당화하고 그럴싸하게 감추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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