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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등 엄벌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8월 17일 윤석열 정부는 국정 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묻지마 범죄에 범정부 총력 대응”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그 회의에서 법무부는 형벌권 강화 방침을 주로 보고했다. 그 중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은 이미 입법예고까지 했다.

그동안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사형제 폐지 후 대체 형벌로 검토돼 왔다.

사형 폐지론은 재판 결과가 오심일 수 있는데도 사람을 죽여 버리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줄 수 있고, 생명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인권의 박탈을 국가가 합법적으로 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이 두 가지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UN 범죄방지 및 형사사법 위원회는 가석방 불가 무기형의 폐지를 권고했고, 유럽 인권재판소는 그 형벌이 유럽 인권협약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49개 주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했다. 2021년 기준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 수감자가 5만 6000명이나 된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치안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절대적 종신형 수감자 중 흑인이 무려 55퍼센트(미국 인구 중 흑인 비율은 13퍼센트)를 차지한다.

무관용주의, 엄벌주의는 계급 차별,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엄벌주의는 범죄 예방 효과는 매우 제한적인 반면 정치적 악용 여지는 많다

엄벌주의의 범죄 예방 효과는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특히, 범죄 발생 원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는 단순히 본성적으로 사악하게 태어난 일부 개인이 선하기 그지없는 공동체에 가하는 야비한 공격이 아니다.

범죄는 부패한 사회의 산물이다. 흉악 범죄도 자본주의가 인간 관계와 인간성을 파괴하고 개인들을 압박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 효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모순은 다양한 요인을 거쳐 개인화된다. 범죄는 그중 한 현상이다.

범죄에 대한 보수적 분석은 서민층에 대한 편견 조장에 이용될 수 있다. 정부와 경찰은 범죄 예방을 명분으로 한 권위주의적 통제를 서민층에 집중한다.

그러나 예컨대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는 서민 동네 호프집보다는 번화가의 호화 클럽에서 벌어질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국가는 권력층·부유층의 범죄에는 관대한 반면, 그렇지 않은 자들의 비슷한 범죄는 엄벌 운운한다.

정부는 흉악 범죄로 ‘도덕적 공포’에 직면한 대중의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 ⓒCreative Commons

윤석열 정부의 엄벌주의는 계급적 위선이다. 윤석열 정부의 행태와 중용되는 인물들 자녀들의 학폭 의혹이 무마되는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흉악 범죄로 ‘도덕적 공포’에 직면한 대중의 응보 감정에 호소한다. 윤석열 정부는 범죄에 대한 강력한 응징자이자 사회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이를 통해 선거에도 득을 보고 무엇보다 권위주의적 통제를 늘리려 한다. 통제 강화는 위기, 혼란, 저항에서 기성 질서를 보호할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적 위기를 겪는 많은 정부들이 권위주의적 통제를 늘리는 이유다.

현 한국 형법의 형량은 높은 편이다. 사형 집행은 멈춰 있지만, 사형·무기형이 다 있고, 유기형도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실질적인 종신형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하겠다는 명분은 무기수도 20년 이상을 복역하면 가석방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이것도 이명박 정부 때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린 것이다.)

재범 우려도 있지만, 핵심은 피해자나 그 가족은 평생 고통스러운데 흉악 범죄자는 (그가 청장년일 경우) 가석방으로 정상적 삶을 30~40년 누릴 수 있는데, 이것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앞서 미국 사례에서 봤듯, 엄벌주의의 피해는 노동계급과 서민층에게로 향한다.


위험한 경찰 면책권 확대

경찰청은 관계장관 회의에서 특별 치안 활동을 보고하고, 경찰관 면책 규정 확대 등을 요구했다.

경찰은 8월 4일 특별 치안 활동 선포 이후 불심검문과 “가시적 위력 순찰”에 경찰특공대, 기동대 등 연인원 21만여 명을 동원해 “범죄 분위기를 선제적으로 제압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경찰의 실질 단속 대상은 범죄 예고 온라인 글들이었다. 171명을 검거해 19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범행 대상·장소 등이 구체적이면 구속 대상이라고 밝혔는데, 그런 구체성이 실질적인 범행 준비와 연관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진정한 서민 안전 걱정보다는 겁 주기를 통한 권위주의적인 대중 통제 의도일 뿐이다.

경찰은 특히 경찰력 행사 면책 특권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면책 특권은 이미 지난해 초 문재인 정부와 국민의힘의 합의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서 강화됐다. 게다가 경찰보험이나 공무원보험으로 경찰 개인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국가 지원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경찰 업무는 그 자체가 공무 집행으로 면책 대상이다.

따라서 경찰의 면책 특권 확대 요구는 법과 규정을 넘어서는 진압 행동이나 가혹 행위에 대한 면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과잉행동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를 늘리거나, 총기 사용 시 법적 제약 등을 더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경찰 면책 특권 확대 개악에 반대하면서 밝힌 독직폭행(수사나 체포 시 경찰·검찰 등이 저지른 폭행) 사건 통계(2012~2019)를 보면, 총 7254건 중 기소된 것은 16건으로 기소율이 0.2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미 경찰의 위법적 행위들에 검찰과 법원 모두 대단한 관용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면책 특권 확대는 “가시적 위력”을 보여 서민 통제를 더 수월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각종 인권 침해와 억울한 피해자를 늘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