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서부지법 폭동:
과격화하는 우익을 법과 경찰에만 맡겨야 할까?

1월 19일 새벽 일단의 극우 청년들이 법원 청사를 파괴하고, 윤석열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죽일 듯이 찾아다니며 광기를 드러내는 영상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극우 폭력배들의 법원 청사 난입은 1958년 조봉암 진보당 대표에 대한 간첩 혐의 무죄 판결 직후 이정재 조직의 난동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 이후 우익의 과격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의 사기를 올려 주고 과격화를 선동하는 핵심 배후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이다.

그날 우익 대중 10만여 명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 모였다.

소수 극우 청년들(주로 디씨인사이드 국힘 갤러리 소속으로 알려진)만이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부지법에서 집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기습적으로 서부지법에 출석한다고 하자, 광화문 집회 대열 전체가 도심 행진과 지하철로 이동했다.

서부지법 정문 앞부터 아현초등학교까지 마포대로 전 차선이 우익들의 차지가 됐다. 서부지법 건물도 포위됐다.

광기

우익 시위대는 윤석열이 듣고 힘내라고, 판사가 듣고 겁먹으라고 윤석열 응원 구호와 욕설이 섞인 판사 협박 구호를 계속 외쳤다.

그중 일부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윤석열을 지지해 줄 거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트럼프와 윤석열 사진을 나란히 담은 팻말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팻말은 새벽 법원 청사 난입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서부지법 뒤편에선 낮부터 담을 넘는 시도들이 있었다.(영상 보기)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돌아가던 공수처 차량은 시위대에 공격당했다.

구속영장 발부 결정이 새벽에나 나온다고 공지됐지만, 조직된 극우 청년들 중심으로 시위대는 해산하지 않았다.

새벽 2시 50분경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을 둘러싸며 대기하고 있던 군중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경찰 저지선은 턱없이 부족한 인원 탓에 순식간에 무너졌다. 위험한 조짐이 오후부터 있었지만, 경찰 지휘부는 구속영장 발부 시점에 병력을 현장에서 상당히 철수시킨 상태였다. 그래서 법원 후문 쪽이 쉽게 뚫렸던 것이다.

서부지법 청사에 난입한 극우 폭력배 ⓒ출처 유튜브 용만전성시대

법원 경내에 난입한 일부는 건물 벽과 유리창, 집기 등을 깨며 분풀이했고, 일부는 건물 안에 들어가 판사들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7층으로 향했다.

그들 중 일부는 폭동을 미리 준비한 듯한 정황을 드러냈다(그중 일부는 전광훈 측 인물들로 드러났다). 자신들이 찍힐 CCTV를 훼손하고 고휘도 랜턴을 준비해 와 경찰 채증을 방해했다. 불이 꺼진 7층을 수색할 때도 이 랜턴을 사용했다.

남아 있던 법원 직원들은 공포 속에서 건물 옥상으로 피신했다.

3시 30분이 넘어서야 비로소 경찰이 건물을 포위하고 진입해, 현장에서 90명이 체포됐다. 이 중 46명만 구속됐다(공수처 차량 공격자 포함해 56명 구속). (윤상현이 훈방될 거라고 선동한) 월담자 22명 중 21명이 풀려났다.

다행히, 폭동을 생중계한 극우 유튜버들의 영상이 증거가 됐다. JTBC 기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대 사이에 끼어 휴대폰으로 폭동 현장을 생생하게 촬영했다.

우익의 결집

이번 폭동 사태는 명백하게 윤석열과 그의 변호인단, 윤상현 등 국민의힘이 쿠데타를 옹호하며 선동해 온 결과다.

가장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를 파괴하려 한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려면 극우의 논리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우익의 과격화(극우화)다. 지금도 여권은 “우리 시위대” 운운하며 폭동을 감싸고 있다.

여권과 우파는 박근혜 탄핵 때 우파가 분열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윤석열의 죄를 부인하고, 오히려 공수처와 법원, 민주당 등 야당들이야말로 현직 대통령을 불법적으로 체포·구속·탄핵하는 세력이라고 공개 비난해 왔다.

윤석열이 체포영장에 불응하며 버틴 것이 바로 그런 메시지였다(최상목이 은근히 이를 도왔다). 윤석열은 “이 나라 법이 다 무너졌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재탕하고 “애국 시민”의 결집과 궐기를 호소했다.

대통령실 행정관 성삼영은 윤석열이 헌재 탄핵 심판에 직접 참석한 21일 극우들에게 헌재 앞에 많이 모여 달라는 문자를 돌렸다. 대통령실도 18~19일 폭동에 관여했을 수 있다.

윤석열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인인 석동현은 ‘백골단’ 청년들을 고무적이라며 격려했고, 국힘 전 최고위원 김민전은 그들에게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기회를 줬다. 극우의 주류화를 도운 것이다.

18~19일 석동현과 국힘 윤상현은 서부지법 현장에 있었고, 그 둘은 시위대와 소통했다.

앞서 윤석열 체포영장이 서부지법에서 발부되자, 서부지법이 마치 좌파가 지배하는 법원인 듯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것도 그들이다.

국힘은 이번 폭동을 선동한 자들을 포함해 극우 유튜버에게 설 선물을 보내고, 동네마다 “진짜 내란 수괴는 이재명”이라는 황당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실 그동안 법원과 검찰·경찰은 우익 측에게 지속적으로 관대했다. 이번에 폭동을 사주한 배후의 하나로 지목되는 전광훈은 2020년에도 집회에서의 위법 행위로 구속됐지만, 두 달도 안 돼 보석 석방됐고 끝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상현은 명백하게 폭동을 선동했는데도 조사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체포된 극우 폭도들이 소요죄 등 중죄로 기소될지도 불투명하다.

그날도 폭력 행위로 발전할 조짐이 이미 낮부터 있었는데도 경찰은, 병력을 더 투입해 극우 시위대를 해산시키거나 청사 경비를 강화하지 않았다.

서부지법 맞은편이 마포경찰서이고,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경찰청, 서대문경찰서, 용산경찰서 등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18일 우익 시위대가 광화문에서 서부지법으로 향한 행진과 서부지법 앞 집회는 모두 미신고 집회와 행진이었다. 만약 윤석열 탄핵 지지자들이나 노동자들이 그런 미신고 집회와 행진을 했다면 경찰이 순순히 묵인했을까?

매스 미디어도 쿠데타 기도와 윤석열 탄핵 문제를 마치 예사로운 여야 간 갈등 쟁점인 양 다루고 있다. 쿠데타 옹호 세력에게 너무 많은 발언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극우의 폭동에 레드카펫을 깔아 줬다. 우익 결집은 체제 수호 기관들과 그 조직 내 윤석열 지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폭동에 앞장섰던 청년들 일부는 법적 처벌을 거치며 단련돼 미래의 극우/파시스트 간부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탄핵 가능성이 커질수록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둬 “내란” 세력 척결 기조가 주춤하고 있다.

지금 우익이 결집하고 극우화해 헌법재판소와 법원, 수사 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반윤석열 운동이 ‘우리는 모든 국민을 대변한다’며 좌우 갈등으로 비치는 걸 회피하려 할수록 극우는 (고립되기는커녕) 방해 없이 이런 기관들을 압박하며 활개 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이진숙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된 것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 윤석열 퇴진 지지자들의 김을 빼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극우의 성장을 막으려면, 다시금 거대한 대중 동원으로 맞불을 놓으며 윤석열 일당을 시급하게 제거하라고 헌재, 내각, 수사 기관들을 압박해야 한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