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 상호관세 위법 판결:
계속되는 트럼프 관세 압박과 이재명 정부의 순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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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가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결정했다. 세금 부과는 의회의 고유 권한으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까지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 것이다.(그러나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부과된 품목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것이라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집권 2기를 시작하며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부과한 상호관세는 법적 근거를 잃었다. 기업들의 상호관세 환급 요구가 쏟아져 미국 정부가 1,750억 달러(약 254조 원)를 토해 내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특히 보수적 대법관이 6 대 3으로 우위인 미국 대법원마저 트럼프에 반하는 판결을 내려, 관세 수입으로 미국 정부의 재정을 보충하고 각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트럼프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판결 직후 트럼프는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 “반미적 친중적 판결”이라고 대법원을 맹비난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5퍼센트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정책을 이어 나갈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무역법 122조에 따른 관세 부과는 미국 의회가 연장하지 않으면 150일 후에 자동 종료된다. 또, 122조 조치는 특정 국가를 겨냥할 수 없고 모든 국가에 균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트럼프가 개별 국가의 관세를 마음대로 바꾸며 압박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새로운 관세를 결정·시행할 것”이라며 다른 법적 조치들을 이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예를 들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그리어는 무역법 301조 실행을 위해 “브라질과 중국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고, “과잉 생산 능력이 있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대미투자특별법
한국의 대기업들은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대미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미 투자가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시장에서도 우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도 미국 대법원 판결 직후 당정청 회의, 경제단체 등과의 민관 대책 회의를 연 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도 3월 5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이 많이 수출하는 자동차·철강 등의 품목 관세가 여전히 유효하고, 트럼프 정부가 추가 관세로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대미 투자 약속의 반대급부로 얻어 낸 우라늄 농축·재처리, 핵 잠수함 건조 등 안보 협상 성과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미 재무장관 베선트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외국 무역 상대국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으며, 모두 기존에 체결된 무역 협정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투자 주요 분야로 언급되는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은 미래 신산업이자 한국 기업들이 중국·일본·유럽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산업들이다. 이 분야에 미국과 함께 투자한다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들은 계산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 대법원 판결 이후의 정부와 주요 대기업들의 대응은 지난해 7월 타결된 한미 무역·안보 협상에 그들이 이럭저럭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 대법원의 판결 후 한국의 주류 좌파들은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국익’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한국의 지배계급 대다수는 한미 간 무역·안보 협상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사실, 핵 잠수함 건조나 국방비 인상은 한국의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한국 지배계급도 원하는 것이다. 대미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도 마찬가지다.
미국 제국주의를 지원하고, 군사 무기를 개발하고 늘리고,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대미 투자에 따르는 비용과 전쟁 위험의 부담은 노동자 등 서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에 맞선 계급투쟁에 “국익” 개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