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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혁명적 사회주의자 크리스티네 부흐홀츠 인터뷰:
독일에서 새로운 반파시즘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전 국회의원이자 반파시즘 활동가 크리스티네 부흐홀츠 ⓒ출처 Christine Buchholz (페이스북)

독일 총선을 앞두고 반파시즘 투쟁이 상승세인 듯합니다. 주류 정당들의 이민자 혐오 부추기기가 끝없이 고조되고 있지만, 파시즘에 맞선 대규모 거리 시위와 봉쇄·점거도 함께 벌어지고 있죠. 이 운동의 동력은 무엇입니까?

독일은 양극화가 극심하고 정치적으로 매우 첨예한 상황입니다. 개혁주의 정당인 독일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의 연정이 얼마 전 붕괴했습니다. 이달 말 총선이 있을 예정입니다.

현재 보수 정당 기독민주당(기민당)이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파시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지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좌파당을 제외한 모든 주요 정당들이 이민 문제에서 우경화했습니다.

모두, 심지어 사민당·녹색당도 반(反)이민 언사를 합니다. 이는 AfD를 크게 북돋웠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AfD는 파시스트 분파가 있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에서 노골적인 파시스트 정당으로 점차 변모하고 있습니다.

AfD가 급진화한 결과 반파시즘 운동의 규모 또한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서부 독일의 도시인 에센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에센은 노동계급·이민자 비중이 매우 큰 인구 밀집지입니다. 지난해 6월 그곳에서 AfD 당대회에 항의해 약 7만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졌을 뿐 아니라, 약 7000명이 당대회장으로 가는 도로를 봉쇄했습니다.

이런 전술로 AfD 대의원들의 입장이 지연됐습니다. 처음으로 AfD 당대회 봉쇄 전술이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뒤이어 겨울에도 대규모 시위들이 벌어졌습니다. AfD 주요 인사들이 노골적인 파시스트들과 만나 수많은 이민자와 그 자녀들을 추방하는, 이른바 “재이주” 계획을 모의했다고 폭로된 것이 그 시위들을 촉발했습니다.

반파시즘 운동에 어떤 세력들이 참여하고 있습니까?

독일의 ‘인종차별에 맞서자’(AgR)는 영국에 있는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의 자매 단체입니다. AgR은 지난 10여 년 동안 AfD에 맞선 시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 왔습니다. 현재 AgR은 더 큰 운동인 ‘저항하라’의 일부입니다. ‘저항하라’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 ‘비데르제첸’(Widersetzen)에는 ‘저항하라’와 ‘연좌 시위하라’는 뜻이 모두 있습니다.

이런 중의성은 유용한데요. 우리는 파시스트에 맞서 연좌 시위를 벌이며 파시스트의 거리 행진과 당대회를 저지하자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저항하라’는 다양한 반파시즘 단체들을 포괄하는 거대한 우산 조직입니다.

올해 1월 AfD가 리자시(市)에서 당대회를 열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이에 맞선 시위를 벌이는 게 만만찮은 일임을 직감했습니다.

리자는 동부 독일의 작센주(州)에 있는 소도시입니다. 인구가 3만 명이 채 안 되고 지난 작센주 지방선거에서 AfD가 40퍼센트 가까이 득표한 곳입니다. 파시스트들은 이전에도 그곳에서 당대회를 연 적이 두 번 있는데, 그때 맞불 시위 규모는 500~1000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시위를 조직할 시간이 6주뿐이었음에도 말입니다. 핵심 요인은 학생들이 대거 정치적으로 각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대회 봉쇄를 준비하며 대학가에서 대규모 반파시즘 집회들이 열렸습니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다른 반파시즘 연대체 활동가들에게 AfD 당대회장 봉쇄 시위를 벌이자고 설득하는 데에 도움이 됐습니다.

당대회 당일, 파시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200대가 넘는 버스를 타고 독일 전역에서 리자로 모여들었습니다. 우리 편 시위대는 젊은이들과 여성이 많았습니다. 봉쇄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됐고 심야 버스를 타고 온 시위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도로를 봉쇄하러 갔습니다.

매우 투쟁적인 시위였고 AfD 대의원들의 입장을 수 시간 지연시켰습니다.

그전까지 파시즘 반대 운동은 파시스트들과 직접 맞서지 않는 광범한 연합 유형이거나, 투쟁적이지만 고립된 소규모 단체들의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자에서 벌어진 파시즘 반대 운동은 전투적이면서 대중적인 운동이었습니다. 리자가 동부 독일의 소도시이고 AfD의 아성인 만큼 그 의미는 더 큽니다.

독일 리자시에서 열린 AfD 반대 시위 ⓒ출처 Aufstehen Gegen Rassismus

우파와 극우는 인종차별을 어떻게 이용하려 하나요?

리자 시위 이후, AfD 공동대표이자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은 당내 파시스트 분파의 언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공연히 “재이주”를 거론하기 시작했으며 당내 지도적인 파시스트인 비외른 회케에 아무 불만이 없음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반파시즘 운동의 대응을 훨씬 더 크게 불러일으켰습니다. 1월 17일에 독일 북부의 항만 대도시 함부르크에서는 약 1만 8000명이 바이델이 연설하는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 후에는 신자유주의·인종차별주의 강경 우익인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이끄는 기민당이 난민 권리를 더한층 공격하는 의회 결의안을 준비했습니다.

메르츠는 국가가 더 느슨한 기준으로 더 신속하게 난민을 추방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자신의 결의안을 뒷받침하려고 메르츠는 최근 몇 주간 벌어진 몇몇 칼부림 사건을 이용해 이민자 반대 정서를 부추겼습니다.

분노스럽게도, 메르츠는 결의안을 반드시 상정할 것이라면서 결의안 통과를 위해 AfD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파시스트의 “정상 정당화”를 저지하는 이른바 “방벽” 구실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메르츠가 이렇게 결심한 계기는 오스트리아 총선(극우와의 연정이 구성될 예정입니다)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였습니다.

그러나 메르츠의 행보는 독일 전역에서 경악을 자아내, 자생적 시위들이 분출해 거대한 물결을 이뤘습니다. 현재 독일 전역에서 AfD와 메르츠에 맞선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대규모 행진이 있었고요.

저는 25만 명 규모의 베를린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같은 시각에 본에서는 1만 2000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보다 하루 전에 함부르크에서 8만 명이, 슈투트가르트에서 4만 5000명이, 에센에서 3만 5000명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베를린에서는 군중이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몰려들었고, 기민당 베를린 지역당사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노동조합, 기후 운동 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여러 교회와 정당들이 시위 참가를 호소했습니다. 사람들은 AfD에 반대하고 기민당-AfD 연정 가능성을 규탄하는 팻말을 직접 만들어 들고 왔습니다.

분노가 가득한 분위기였습니다.

현재 반파시즘 운동 내에서 제기되는 전략적 물음은 무엇인가요?

AfD를 저지하려면 광범한 거리 시위가 AfD를 직접 타격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항하라’의 지도부는 사민당·녹색당을 강화하고 기민당을 약화시키기를 바라는 세력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인종차별에 맞서자’는 운동 내에서 광범함과 전투성을 결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 시위와 더 전투적인 봉쇄 운동 모두에 참여합니다. 사람들이 꼭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AfD를 저지하려면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맞불 행동도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AfD의 지방선거 유세와 거리 가판들에 대항하는 맞불 시위가 독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반파시즘 운동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반파시즘 운동의 또 다른 중대한 변화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맺는 관계입니다. 지난해 대규모 반AfD 시위들의 일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매우 적대적이었습니다.

시위에 나온 시온주의 지지자들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험악한 말을 퍼부었습니다. 몇몇 경우에는 폭력을 쓰기도 했죠. 그 때문에 저희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들에게 반파시즘 운동 동참을 설득하는 데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예컨대 리자 시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들은 시위의 공공연한 일부였습니다. 우리는 반파시즘 홍보물과 팔레스타인 연대 스티커·포스터를 나란히 놓은 가판을 차렸습니다. 독일의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 반대 서명 운동도 수월하게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바뀐 데에는 두 가지 핵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가자지구 현지의 참상이 너무도 끔찍해서 사람들이 항의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둘째, 저희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광범한 공동전선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노동조합뿐 아니라 이민자들도 끌어들이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민자들을 설득하려면 팔레스타인 연대는 필수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지난해 독일에서 가장 크기로 손꼽히는 거리 시위를 벌였고, 수많은 젊은이들을 정치적으로 각성시켰습니다.

반파시즘 시위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같은 입장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들은 반드시 반파시즘 운동의 일부여야 합니다.

메르츠가 의회에서 통과시킨 결의안으로 반이민 입법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도 운동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표차가 매우 아슬아슬했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우익과 자유주의자들을 분열시키는 데에 일조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힘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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