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여당 노동당의 위기와 그 대안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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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특히 시리아·남한·프랑스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체제의 다중적 위기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그런데 체제의 위기들은 상호작용 하기도 하는데 지금 영국이 그런 경우다.
집권 반 년이 채 안 된 노동당 키어 스타머의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대체로는 그들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스타머는 1990~2000년대에 토니 블레어[1997~2007년 노동당 총리]와 고든 브라운[2007~2010년 노동당 총리]이 제안한 노선에 따라 노동당을 개편했다. 스타머의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했다. 하나는 노동당이 “재정적으로 무책임하지 않다”고 금융권을 안심시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동당의 노동계급 지지자들에게 일부 미미한 물질적 개혁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그녀가 제출한 예산안은 둘 중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한 증세는 기업주들과 자산 소유자들 전반의 화를 돋구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위한 것은 거의 없었다.
더욱이 리브스는 진작에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자기 무덤을 파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4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지금 총리실과 재무부 안에서는 연금 수급자 1000만 명의 겨울철 연료 보조금 15억 파운드를 삭감하는 지난 7월 말의 결정이 중대한 정치적 실수였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그 조처는 이후 정부가 부딪힌 각종 문제의 씨앗이 됐다. … 그 조처는 막 들어선 새 스타머 정부도 14년 만에 교체당한 보수당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 스타머가 3만 2000파운드[약 6000만 원] 상당의 옷과 안경을 수수한 것이 드러나자 그런 인식은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노동당, 특히 스타머 자신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 지지율 폭락은 노동당의 선거 승리가 사실은 모래성 같은 것이었음을 보여 주는 징후다. 스타머가 강력한 지지를 누렸다기보다는 보수당을 싫어한 사람들이 많았던 덕이 더 컸던 것이다.
이렇게 영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키운 위기는 크리스마스 이후 국외 요인으로 더 악화됐다.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트위터와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동원하면서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머스크는 이 명성을 이용해 국제적으로 극우 세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머스크는 트위터를 동원해 스타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올덤 아동 성착취 사건에 관한 파시스트 지도자 토미 로빈슨의 거짓말[사건 당시 경찰청장이던 스타머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머스크는 찰스 3세가 스타머를 쫓아내기 위해 총선 실시를 명령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껏 트럼프와 대자본가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공을 들인 스타머에게 세계 최대 부자의 비난은 분명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블룸버그 웹사이트에 따르면, “스타머는 측근들에게 머스크 등의 비판자들과 설전을 주고받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머는 결국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우파가 이렇게 공세에 나선 가운데, 스타머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노동당이 의회에서 거대 여당이고 다음 총선이 4년 반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 후 빠르게 지지율을 잃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이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노련하지 못한 변변찮은 블레어주의자들이기에 특히 더 그렇다. 머스크는 영국의 또 다른 극우 인사인 나이절 퍼라지와 사이가 틀어졌지만 머스크의 스타머 비난은 퍼라지의 영국개혁당이든 케미 베이드녹이 이끄는 보수당이든 극우에게 우위를 점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노동당으로 뭉쳐야 한다는 거대한 압력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제러미 코빈과 팔레스타인 지지 후보들은 지난 총선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지난주 노팅엄셔주(州) 브록스토에서 시의원 20명이 노동당을 떠난 것은 기층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노동당이 아닌 급진적이고 강력한 대안이 형성될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 허둥거리는 노동당 정부에 대한 도전을 극우가 독차지하는 것을 막으려면 그런 대안이 꼭 필요하다.
급진 좌파적 대안 세력이 효과적이려면 선거에서만 대결할 수 없다. 일터와 지역사회에서의 투쟁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이런 전망이 실현되려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그런 대안을 출범시키고 건설하는 데에 일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