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노동당 정부의 재앙적인 첫 100일과 극우화하며 재기 노리는 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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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영국인들이 보수당 의원단의 당대표 선출 과정을 보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전직 내무장관인 제임스 클레벌리는 당대회에서 연설을 잘한 덕분인지 다른 후보들을 앞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의원단의 최종 투표에서 그는 표를 잃고 3위로 주저앉아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 보수당 당원 투표에서 평당원들은 케미 베이드녹과 로버트 젠릭이라는 두 극우 인물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됐는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난무한다. 클레벌리가 자신의 우위를 너무 믿은 것이 독이 됐을까, 아니면 그의 경쟁자들이 더 영리했던 것일까? [우파] 주간지 〈스펙테이터〉는 한 “보수당 전략가”의 말을 인용했다. “보수당 의원들의 기만과 공작은 아무리 많은 브리핑과 전략, 홍보전으로도 다 설명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논평가들은 클레벌리의 낙마에 기뻐했는데 그가 당대표가 됐으면 “리시 수낙 2기”가 됐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가 충분히 우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 논평가들이 보기에 보수당의 과제는 “보수당 대가족을 다시 단합시키는 것,” 다시 말해 7월 총선에서 보수당을 버리고 영국개혁당에 투표한 유권자들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베이드녹과 젠릭은 보수당 내 극우 정치의 서로 다른 두 버전을 대표한다. 베이드녹은 급조된 ‘문화 전쟁’ 투사이고, 젠릭은 이주민에 적대적인 나이절 퍼라지의 거친 언사를 흉내내서 정치적 입지를 부풀린 별 볼일 없는 자다. 둘 다 최근 보수당 대표들의 수준에 비춰 보더라도 3류 정치인들이다.
이런 보수당을 보며 노동당은 흡족해했다. 〈가디언〉의 피파 크레러는 X(옛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한 노동당 의원이 내게 문자를 보내어, 보수당 지도부 선출 결과를 선물로 신고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는 최근 노동당 정부의 총리 키어 스타머가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것을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을 가지고 하는 농담이다.
이 농담은 꽤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보수당이 끝장났다고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보수당 당대표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그 자리에 오래 남아 있지 못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초의 이언 던컨 스미스나 마이클 하워드가 그랬듯 말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은 지난 20년 동안 정당 체제가 갈수록 파편화돼 온 과정을 확인시켜 줬다. 보수당 득표는 전보다 10퍼센트포인트 하락해 23.7퍼센트였고 노동당도 33.7퍼센트에 불과했다. 승자 독식 선거 제도의 왜곡 효과 덕분에 노동당은 전체 의석의 63.2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었다.
여러 정당이 상당한 표를 얻었는데 극우인 영국개혁당이 14.3퍼센트, 중도우파인 자유민주당이 12.2퍼센트, 그보다 좀 더 왼쪽인 녹색당이 6.7퍼센트를 득표했다. 한편, 제러미 코빈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무소속 후보들이 다섯 석을 얻었다. 이 무소속 후보들은 노동당이 스타머하에서 우경화하면서 생긴 불만에서 득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노동당이 이번에 허약한 대승을 거뒀지만, 그 전인 2019년 12월 총선 때는 1935년 이래 최소 의석이라는 참패를 당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올해 7월 선거를 앞두고 분석가 제임스 카나가수리암은 유권자들이 거대 양당에 갈수록 연연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는 ‘모래성 정치학’에 도달했다. 즉, 이질적인 요소들이 모인 정치 연합체들이 빠르게 형성되지만 흐름이 바뀌면 마치 모래성처럼 사라지는 정치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보수당이 지난 7월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당대회에서 비교적 괜찮은 사기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언론인들은 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머가 거창하게 변화를 약속한 집권 첫 100일이 꽤나 재앙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머 자신과 노동당의 지지율이 추락했는데, 이는 스타머 정부가 연금 수급자에 대한 겨울 연료비 지원에 자격 심사를 도입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만 수급 자격을 부여하기로 하고, 스타머와 다른 고위급 노동당 정치인들이 알리 경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폭로되어 그들의 탐욕이 드러난 결과다.
보수당은 이를 보며 자신들이 노동당을 제칠 수도 있다고 본다. 과거 자신들이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의 재앙적인 총리 재임기 동안 노동당에 따라잡혔듯이 말이다. 보수당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다음 총선에서 — 역자] 베이드녹이나 젠릭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가 필연은 아니다. 스타머와 그의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에게는 여전히 모종의 전략이 남아 있다. 그들은 영국 경제의 경쟁력을 재건하려는 비교적 온건한 투자 정책들을 금융 시장과 대기업들이 지지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 정책들을 ‘저가형 바이드노믹스’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노동당에 아직 남아 있는 노동계급 기반을 달래기 위해 몇 가지 사소한 선물도 던져 줬다. 예컨대, 공공부문 임금 인상과 고용권리법안이 그렇다.
그러나 그런 전략이 실패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극우의 보수당 장악은 노동당이 아닌 대안이 매우 고약할 것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