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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벌써 인기 폭락한 영국 노동당 정부

영국 노동당 정부의 좀 덜 긴축적인 예산안에도 시장은 거부 반응을 보였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 ⓒ출처 HM Treasury (플리커)

영국 노동당 정부의 두 핵심 인사인 총리 키어 스타머와 재무 장관 레이철 리브스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역사상 최단임 총리, 2022년 9월 6일~10월 25일 재임] 뺨칠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스스로 정부를 망가뜨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연금수급자 수백만 명의 겨울 난방비 보조금을 끊고 알리 경한테서 금품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지난 7월 총선에서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원망을 사는 데에 성공했다. 최근 BMG의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보수당에 1퍼센트포인트 뒤졌다. 보수당 당대표로 막 선출된 우익 데마고그 케미 베이드녹에게 기쁜 선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할 것처럼 홍보돼 온 리브스의 첫 예산안이 지난 수요일(10월 30일) 발표됐는데 이것도 낭패를 불렀다. 리브스는 “경제적·정치적 안정성”을 이루겠다고 부단히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을 달래려는 그녀의 갖은 노력이 무색하게도, 예산안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영국 국채를 팔아치웠다. 이 때문에 재무부가 차입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금리가 올라갔다.

지난주 목요일(10월 31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금리 인상으로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2022년 리즈 트러스가 ‘미니’ 예산안을 발표한 직후의 최고치인 4.63퍼센트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다. 당시 트러스의 예산안은 영국 국채 시장의 위기를 촉발하고 파운드화 가치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스타머는 서둘러서 같은 신문에 기고를 해야 했는데,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이번 주 예산안 발표 이후 정부가 증세와 지출 증대에 중독되지 않을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시장을 안심시키는 한편, 삐걱거리는 국가를 강도 높게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예산안의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반시설 투자를 늘리고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공공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리브스는 “재정 책임성”을 기하면서 이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재정 준칙을 조정해서, 부와 이윤에 너무 큰 타격을 주어 시장이 겁먹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차입과 세입을 늘리려 했다.

그러나 그것 — 사회 보험 사용자 부담금 인상, 연금과 농지에 부과되는 상속세 인상 등 — 만으로도 사용자들, 농장주들, 보수당 언론이 “사회주의”니, ‘시계바늘을 1970년대로 돌리려 한다’느니 등의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아우성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리브스는 향후 5년 동안 공공부문 지출을 700억 파운드 늘리려 하지만 이는 보건과 학교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의 폴 존슨이 지적하듯 대단히 “초기에 집중”돼 있다. 2025~2026년에는 일상적 지출이 3.1퍼센트 상승하지만 그 뒤에는 1.3퍼센트씩 오른다(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증가율).

블룸버그 웹사이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예산을 보호받지 못하는 부서(예컨대 교통부나 법무부)는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향후 의회에서 예산이 줄게 될 것이다. … 이것은 긴축과 다르지 않다고 한 당직자는 사견을 전했다.” 같은 기사는 “노동당 내각 내의 초조함”에 관해 보도했다. “선거에서 ’변화’를 내걸고 승리한 키어 스타머는 향후 10년 동안 나라를 혁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부 노동당 정치인들은 정권 연장이 가능할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리브스가 예산안의 세부 사항 속에 숨겨 놓은 긴축 기조에 반응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다음 선거 즈음에 재정 압박을 피하기 위해 결국 세금을 더 많이 걷고 차입도 늘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실제로 향후 5년 동안의 정부 차입은 당초 예상보다 1420억 파운드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차입하려 든다면, 논리적으로 그 비용은 더 오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조달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스타머와 리브스는 불가능한 것을 이루려 하고 있다. 그들은 입만 열면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지만 동시에 금융시장도 흡족하게 하려 한다. 스타머와 리브스의 처참한 성적은 그들의 무능 때문만이 아니다. 동시에 이룰 수 없는 목적들을 좇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들이 결국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오면, 시장을 달래는 쪽을 택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미 정부는 더 많은 NHS “개혁”과 복지 삭감을 관철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보수당이 기뻐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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