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소름끼치는 경고가 다시 돋보이는 이유
〈노동자 연대〉 구독
1964년 1월 29일 세상에 처음 공개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다시 떠올리고 소개하게 된 계기는 일론 머스크가 제공했다.
세계 제일의 부자가 미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서 온 세상을 향해 나치 경례를 보여 줬다. 각도가
머스크는 나치 경례임을 부인하지만 파시스트들이 취하는
파시스트들이
한국의 극우도 그럴 것이다. 머스크가 오른팔을 뻗기 전날, 이미 그들은 서부지법에서 트럼프와 머스크의 사진을 들고 폭동에 나섰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이와 견줄 만한 장면은 영화 끝부분에 나온다.
블랙 코미디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미 대통령의 과학 고문이자, 골수 나치다. 박사는 자신의 오른팔이 발작처럼 시전하는 나치 경례를 억누르지 못한다.
영화 내내 휠체어에 앉아 있던 그가 갑자기 일어나 걸으면서 대통령에게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소리친다.
2025년 다시 보는 이 장면은 마치 파시즘의 재림을 경고하는 듯해서 더 섬뜩하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와 미국 대통령, 영국 공군 대령 역까지 1인 3역을 연기한 피터 셀레스는 즉흥 연기를 많이 했고 큐브릭 감독이 외려 대본을 수정했다.
피터 셀레스는 실존 인물 베르너 폰 브라운을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베르너 폰 브라운은 미국 정부가 신분을 세탁해 준 1600명의 나치 과학자, 기술자 중에서도 거물이었다.
그는 케네디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고, NASA
베르너 폰 브라운이 쓴 SF 소설 《화성 프로젝트》
영화의 원제목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또는 나는 어떻게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는가〉다. 이 영화에는 당대의 중요한 정치적 쟁점들이 있다.
1960년대 초반은 핵전쟁에 대한 위험과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때다.
1961년 7월 25일 케네디 대통령은 TV 연설로 미국인들에게 수소폭탄 전쟁에 대비해 가정에 대피소를 설치하라고 했다. 《가족 낙진 대피소》라는 소책자가 2200만 부나 배포됐다. 〈타임〉은 통조림과 탄약을 가득 채운 가정용 대피소를 소개했고 〈라이프〉는 케네디 대통령이 쓴 서문과 함께 방사능 낙진 방호복을 선보였다.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기밀해제 기록에 따르면, 1961년부터 핵폭탄을 가득 실은 미군 B-52 폭격기 12대가 상시 대기 중이었고 소련과 가까운 알래스카와 그린란드를 따라 24시간 공중 비행을 유지했다. 이를 위해 B-52가 공중 급유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장면이다.
1968년 1월 21일 B-52가 그린란드에 추락해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들이 1950~1968년 최소 32건 발생했고 분실된 핵탄두 6기는 끝내 찾지 못했다. 핵 폭격기의 24시간 공중비행 작전은 1968년에 종료됐다. 1968년은 세계적 반란의 해였다.
1968년 초반까지 민주당 소속의 린든 B. 존슨 정부는 북베트남에 대한 전술핵무기 사용을 획책했다. 공화당 소속의 리처드 닉슨 정부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헨리 키신저의 《핵무기와 외교정책》은 물론이고 관련 서적을 50권 이상 읽었고 12명의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핵전쟁에 대한 지식과 상황 이해를 높였지만, 알수록 핵전쟁
피터 조지의 영국 소설 《멸망까지 2시간》
영화는 널리 확산된 핵전쟁의 공포감을 그저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당시의 전략 논쟁에 대한 통찰과 반감이 들어 있다.
핵전쟁
1951년 하버드대 교수였던 헨리 키신저는 《선택의 필요성》을 써서 소련과의
이 영화에서 국가안보회의
1950년대 발전한 전쟁억제이론은
허먼 칸의 책 《핵전쟁에 관하여》가 이런 논쟁을 제기했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것을 블랙 코미디로 옮겨 놓았다. 우파 미래학자 허먼 칸은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영화에서 전략공군사령부의 리퍼 장군은 무단으로 소련에 대한 핵 공격을 명령한다. 워싱턴이 공격당했을 때를 대비해 마련된 보복 조치에 의해 작전 취소에 필요한 암호는 명령권자인 리퍼 장군만 갖는다. 대통령은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전화해 위험을 경고하다가 소련이
현실에서 미 공군은 핵 공격 명령이 취소될 수 없다는 영화의 전제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이러한 절차는 실제로 놀라울 만큼 느슨했고 나중에서야 강화됐다.
1971년 대니얼 엘스버그는 베트남 전쟁의 명분이 된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다는 국방부 기밀 문건을 폭로했다. 검찰이 간첩법에 따라 115년 형을 구형했지만 항의 운동의 위세에 밀려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1964년 국방부의 분석가였던 그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동료에게
영화 속 리퍼 장군에게서 당시 사람들은 커티스 르메이 장군을 떠올렸다. 르메이는 1950년대 전략공군사령부를 이끌고 1960년대 공군 참모총장을 지내면서 핵 선제 공격의 이점을 강조했던 자인데 1968년 부통령 후보로도 출마했다.
영화 속 리퍼 장군이 믿는 음모론 역시 낯설지 않다. 공산주의자들이 수돗물에 불소를 넣어 미국인의
하지만 황당한 극우 음모론 괴담은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조건과 그로 인해 절망
ICBM
극우에 맞선 투쟁
2023년 10월 17일 B-52 폭격기가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했고, 국내 공군기지에 최초로 착륙했다. B-52는 다량의 핵무기 탑재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미군 주력 전략폭격기다. 윤석열 정부와 반중반북
이들은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 질서 강화를 위해 선동하고 행동한다.
극우의 주류화와 우파에 대한 견인력은 일탈이나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다. 트럼프의 성공은 이를 고무하고 있다
최근 이들이 보여 준 단결과 역동성, 성장세는 필연이 아니다. 이들이 실패하게 만들수록 서로 분열하고 약화되고 쇠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리적 해법
우리의 투쟁을 확대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