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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윤석열 파면 후에도 계속되는 보안법 탄압
석권호 씨 등을 석방하라!

지난해 8~11월 권말선 시인과 한성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공동대표,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대표와 민중민주당, 진보 언론 〈자주시보〉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윤석열은 쿠데타를 준비하는 동안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을 쿠데타를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이용한 것이다.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탄핵 국면에서도 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은 계속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월 13일 대법원은 F-35 도입 반대 운동을 하다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된 청주 평화 활동가들에 대해 징역 2~5년 형을 확정했다.

2월 27일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에게 선고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했다.

4월 22일 검찰은 간첩 혐의를 씌운 전직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구형했다. 특히, 1심에서 15년 형이라는 터무니없는 형량을 선고받은 석권호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에게 무려 20년 형을 구형했다. 1월 31일에는 석권호 씨의 공범 혐의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2명이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4월 18일 인천지법은 SNS에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 주장을 올렸다는 이유로 진보당 인천시당 당원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게다가 A씨 유죄 판결문에는 고약한 사족이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판결문에는 A씨가 활동한 진보당이 위헌정당 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윤석열 퇴진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진보당(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흠집내기이다.

북한과의 국지전을 도발하고 수백 명을 “수거”하려 한 윤석열은 석방돼 자유롭게 생활하는데, 평화·노동 활동가들은 옥살이라니, 이런 부정의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기본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포괄적·전면적으로 제한하고 그 행사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였다”며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을 비판했다.

그러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과 법 적용은 계속되고 있다.

공권력? 외형만!

이런 탄압이 계속되는 것은 윤석열이 파면됐음에도 법원·검찰·국정원·경찰 등 선출되지 않은 억압 기구들의 힘과 활동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쿠데타 동조자들은 국가기관 곳곳에서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다.

12월 3일 국회 봉쇄를 지휘한 경찰 지휘관들은 지난 3월 대거 승진해 요직에 배치됐다.

전 국정원 1차장 홍장원은 보안경찰인 국정원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국정원 지휘부와 수뇌부는 (이전과 달라진 바 없이) 그대로[다.]” 검찰과 국정원의 쿠데타 연루 의혹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외환(외부의 적의 공격) 유치 기도에 대한 수사는 지난 1월 군부의 반발 이후 시작하지도 못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내란’과 극우 부상이라는 ‘일탈’이 청산되고 사회 대개혁의 전망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레닌이 “특수한 무장 집단”이라고 부른 국가 기구들은 시퍼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

최근 부쩍 거칠어진 공권력 집행 행태를 보면 억압 기구들이 건재함을 애써 과시하는 듯하다.

4월 24일 종로구청은 용역을 동원해 마트노조 농성장을 폭력적으로 해산시켰다. 그 과정에서 용역이 노동자를 칼로 그어 해산 과정은 피범벅의 아수라장이 됐다. 다른 노동자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4월 23일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난민 강제 추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 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남자 경찰들이 여성들을 발로 밟고 여러 참가자가 다쳤다. 난민 강제 송환 자체가 매우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경찰은 민주노총, 창원, 청주, 제주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며 대공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 10월 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자주시보〉 기자들에게 포렌식 참여 권고를 출석요구서 형태로 보냈다. 〈자주시보〉의 변호인단인 장경욱 변호사는 의무가 아닌 포렌식 참여 권고를 비판했다. “체포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출석 요구와 같은 형식으로 보내는 것은 낡고 괘씸한 수사 작태[다.]”

반면, 경찰은 전광훈 같은 극우가 헌재 분쇄 협박 같은 내란 선동을 했는데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당장 전반적인 공안 정국이 펼쳐지지는 않을 것 같다(그보다는 이데올로기적 마녀사냥으로 공안 탄압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긴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동운동과 좌파를 위축·분열시키려는 탄압은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극우의 준동은 보안법 탄압과 맞물려 사악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보안법 피해자들을 방어하라

안타깝게도 주류 진보 세력은 보안법 피해자들을 방어하는 데서 소극적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민주노총 간부들이 재판에 넘겨지고 중형을 선고 받을 위험에 처했음에도 강력한 항의 투쟁이 조직되지 않고 있다.

청주 활동가들이 2021년 구속됐을 때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청주 활동가들과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과 진보당의 지도부들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는 것 같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공안당국이 보안법 탄압에서 노리는 바다. 대중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혐의(예컨대 간첩 혐의)로 특정 개인들을 희생양 삼아 반우파 운동을 고립·분열·위축시키려는 것이다.

대표적 노동자 조직들이 보안법 피해자 방어를 꺼리거나 외면할수록 우파와 공안당국은 더 쉽게 보안법을 휘두를 것이다.

진보당과 민주노총은 12월 3일 이후 윤석열 탄핵 운동을 기층에서 이끌었다. 보안법 탄압에 맞서는 데서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23년 1월 18일 민주노총 사무실에 난입한 국정원 ⓒ출처 〈노동과세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선출되지 않은 억압 기구들(특히 공안 기관)은 반미 자주파 같은 급진적 좌파와 전투적 노동운동을 표적으로 노릴 것이다. 누가 집권하든 개헌을 어떻게 하든 체제 수호 기관으로서의 국가의 본질적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역대 민주당 정부들도 위기가 심각할 때는 보안법을 속죄양 만들기 수단으로 삼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 공황 와중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무려 1164명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 실패에 따른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 일심회를 속죄양 삼아 민주노동당을 분열시켰다.

사상·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 탄압에 맞서 탄압 피해자들을 방어해야 한다.

독일 나치의 탄압에서 살아남은 목사 마르틴 니묄러가 남긴 너무도 유명한 시를 새삼 기억해야 한다.

“처음에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잡으러 왔을 때 나는 거리낌 없이 말하지 않았다. 내가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들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거리낌 없이 말하지 않았다. 내가 노동조합 활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들이 유대인들을 잡으러 왔을 때 나는 거리낌 없이 말하지 않았다. 내가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다. 그때는 나를 대변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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