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 압수수색:
확대되는 반미자주파 활동가 보안법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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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경찰청 안보수사국이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의 자택과 한국진보연대, 통일시대연구원, 통일의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보안경찰은 한충목 대표에게 ‘회합·통신’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걸었다. 같은 날 한 대표의 지인인 김영은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 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을 기정사실화하며 북한과의 긴장을 키우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가운데, 보안경찰이 반미자주파 활동가와 단체에 대한 보안법 탄압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31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 현장에서 한충목 대표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보니, 7~8년 전에 [남북 교류 협력 행사를 위해] 해외에서 북측 인사들을 만나거나 교신한 게 문제라고 해요. 거기서 제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책을 만들고 연설도 하고 다녔다고 하는 겁니다.
“어디서 연설한 내용이나 토론회에 가서 발제한 것 중에 특정 대목만 골라서 이것이 좀 북한 지령을 받아서 한 내용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당시에] 저만 간 게 아니예요. 여러 종교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같이 간 겁니다. 그런데 통일부가 이를 불허하면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벌하고 [끝냈어요.]”
경찰은 한충목 대표가 원장을 맡고 있는 통일시대연구원이 낸 책들도 ‘이적성’이 있다고 몰고 있다. 그 책들은 모두 수년 전부터 교보문고 등 시중 서점에서 문제 없이 판매돼 온 책이라고 한 대표는 반박했다. 그리고 그것을 7~8년 전의 일과 연결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김영은 씨에 대해서 한 대표는 경찰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압수수색 영장에 [그의 직책이] ‘한국진보연대 국제부장’이라고 돼 있다던데, 그 사람은 진보연대에서 일한 적도 없어요.”
한국진보연대 압수수색 현장을 지켜본 최석군 변호사는 압수수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장이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수색을 허용했습니다. 7개 단체가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피압수자[한충목 대표]의 전속 공간이나 사용하는 PC가 확인되지 않으니까, 전체 사무실 수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안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이 있는 층 전체를 봉쇄한 뒤 “상근자들의 컴퓨터를 하나하나 열어보며 포렌식을 진행했다.”(기자회견문)
30일 TV조선은 “한국진보연대를 북한에 관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년간 수사해 왔다”는 경찰 관계자 말을 인용 보도했다.
보안경찰이 탄압을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할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북한 측 인사와 만났다는 빌미로 탄압하는 것은 명백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다. 연설과 토론회 발제가 ‘이적성’의 잣대로 재단되면, 그만큼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이 억눌리게 된다. 즉, 국가보안법 탄압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게 아니라 훼손하는 것이다.
히틀러 회고록까지 버젓이 출판되는 세상에,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등 북한에 관한 책 출판이 왜 문제가 돼야 하는가? 보안법 탄압의 효과 때문에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조사하고 토론하는 데 커다란 제약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고 기정사실화하며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늘리려 한다. 그렇게 북한과의 긴장을 키우면서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내부의 적’ 취급하는 것이다.
명태균 스캔들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윤석열 정부는 국가보안법 마녀사냥으로 자신들에게 맞설 만한 운동의 분열과 약화를 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