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재북 가족 송금은 처벌받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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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3월 11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탈북민들의 재북 가족 송금을 도운 탈북민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탈북민은 2021년 11∼12월에 총 11회(송금 금액 총 2425만 원)에 걸쳐 다른 탈북민들의 재북 가족 송금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0여 년간 한국 정부는 탈북민의 재북 가족 송금을 묵인해 왔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상당수가 북한의 가족에게 생계비를 보낸다는 것은 탈북민 사회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값비싼 브로커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이유는 그 돈이 가족의 생계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송금 과정에서 탈북민들은 가족과 안부를 서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런 송금을 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2023년 윤석열 정부가 탈북민들의 북한 송금에 대한 동시다발 수사를 진행했다. 이 수사로 여러 탈북민들이 갑작스레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송금 루트를 수사하며, 안 그래도 국가의 감시 속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을 더욱 압박했다.(관련 기사 : 본지 514호, ‘윤석열 정부는 탈북민들의 북한 가족 송금 수사 중단하라’)
당시 탈북민 단체들의 반발과 국내외의 비판으로 새로운 수사 개시는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수사들은 진행돼 이번 유죄 판결에까지 이른 것이다.
윤석열과 우파들은 앞에서는 탈북민을 위하는 척 입발림하면서 뒤로는 잠재적 간첩으로 여기고 감시해 왔다.
송금한 탈북민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북한에 정보를 넘겨준 게 아니냐,” “이중 스파이” 운운했다는 당사자 증언도 나왔다.
우파 정부의 이런 위선적 태도와 탈북민 수사·처벌 때문에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우파적 탈북민 단체조차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미수 이후 상황을 돌아보면, 윤석열과 극우가 “내부의 적” 만들기에 매우 공들여 왔다는 걸 새로 알 수 있었다.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윤석열과 극우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적대와 긴장을 강화시켜 왔다. 쿠데타 미수 이후 드러났듯이, 윤석열과 군부는 심지어 북한을 도발해 전쟁을 벌이려 했고, 계엄을 통해 국내 반대자들을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척결하려 했다.
윤석열은 탈북민 재북 가족 송금 수사를 통해 북한 정부의 외환 사정을 악화시키는 걸 목표 삼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탈북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도 강화하려 한 것이다.
2022년, 윤석열은 ‘탈북민 1호 공무원’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조작해 기소한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인 공안검사 출신 이시원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했다. 이는 국가기관들에게 간첩 사건 조작 등을 허용하겠다는 청신호였다.(이후, 제 버릇 개 못 주는 이시원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넣은 혐의로 수사받게 됐고 이 때문에 공직기강비서관에서 물러났다.)
국가기관들은 남한 사회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여전히 탈북민을 써먹는다. 그래서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탈북민 단체를 달래며 가족 송금을 합법화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민주당 후보 이재명은 많은 문제들을 놓고 그랬듯이 이 판결에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우클릭하는 상황에서 논란되는 쟁점을 피하고 싶었을 듯하다.
진보당은 2023년 수사가 시작됐을 때 규탄 입장을 냈다. 하지만 유죄판결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선 가도에서 민주당과 보폭을 맞추려는 것일 테다.
그런데 정의당과 노동당도 이 문제를 놓고 입장이 없다. 대선 참여를 의식해서일까?
진보파가 탈북민의 처지에 무심할수록 탈북민은 우파에 더 기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