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마녀사냥, 중형선고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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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권호 씨 등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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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목) 수원고등법원 형사2-3부(재판장 박광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석권호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영수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보다 일부 감형됐다. 그럼에도 징역 9년 6개월과 3년은 터무니없는 중형이다. 게다가 여전히 마녀사냥이다.
검찰은 석 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민주노총 내 지하조직을 결성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퇴진 운동과 이태원 참사 항의 운동 등 정당한 항의를 북한 사주에 의한 것으로 몰아가려 하는 것이다.
비상계엄을 준비하던 윤석열이 ‘반국가 세력과의 전쟁’ 운운하던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석권호 씨에게 무려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경악스런 중형을 내려 ‘도덕적 공포’ 효과를 일으키려 한 것이다.
그렇지만 윤석열 퇴진의 여파 속에서 2심 재판부는 검찰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1심처럼 전부 받아들이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석 씨가 활동했다는 “비밀조직”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총파업이나 사회 현안에 대한 대응 역시 [민주노총의] 자율적 의사 구조 안에서”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또한 석 씨가 탐지·수집한 국가기밀이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된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간첩, 회합·통신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판결해 징역 9년 6개월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김영수 씨는 징역 3년).
정치범에게 징역 9년 6개월은 1970~80년대 초·중반 독재 정권하에서나 있었을 법한 터무니없는 중형이다. 토론회 발언만을 이유로 부당하게 형을 선고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9년형을 살았다. 당시 재판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던 “RO”(비밀 조직)의 실체가 없다는 판결에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석 씨에게 무려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석권호 씨는 1980년 5월 진도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18년간 감옥에 갇힌 석달윤(1932~2022) 씨의 아들이다(2009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 가슴 아프게도 부자가 보안법 피해자가 된 것이다.
법원과 검찰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군사 쿠데타를 획책한 윤석열을 석방해 줬다. 최근에는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에게는 징역 1년, 1년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검찰 구형이 딱 그 수준이었다). 그러나 어떤 폭력도 휘두른 바 없고 법원이 인정하기에도 북한 당국자와 교류한 ‘죄’밖에 없는 이 민주노총 활동가들에게는 매우 가혹하다.
설령 누군가가 정치적 신념에 따라 북한 정부 인사들과 교류했다면, 그것은 비폭력적 방식으로 그의 사상을 실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사상·표현의 자유 문제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반미 자주파 활동가들을 보안법상 8조 회합·통신 등 혐의로 탄압했다. 대중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혐의(북한의 ‘간첩’)를 씌워 활동가들을 위축·고립시키고 운동을 분열케 하려는 것이었다.
보안법은 가장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단지 친북 활동가들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보안법 탄압이 먹힐수록 그 대상이 확대될 것이고, ‘반중 반북’을 외치는 극우의 기를 살려 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역대 민주당 정부들도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보안법을 꺼내들곤 했다. 지금은 지정학적 위기가 훨씬 첨예해지고 있다. 극우가 탄압을 채근하거나 공안 기관들이 알아서 치고나갈 수도 있다.
석권호 씨 등을 석방하라!